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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없는 세대는 불행하다. 계층 간에 '공유'가 없는 세대는 방황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각층의 세대들은 가히 행복하다 할 수 없다. 그리고 세대는 시간의 흐름에 맡겨져 지금도 각자의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통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분열을 바랐고, 믿어왔던 정치인은 수시로 변질되며, 역사는 승자의 법칙으로 제멋대로 유린되어 왔다. 따라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공유된 구심점은 결국 그 선택 범위에 있어 한계가 있었고, 또한 그 선택의 범주에 있어 '대중문화'가 꽤나 많은 기여를 해왔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미국처럼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검은색 '롤링스톤즈' 티셔츠를 입고 함께 공연장을 찾는 그림 같은 풍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끔 세대를 초월하는 몇몇 위대한 대중문화의 이름과 아티스트의 이름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한 것이다.

세대를 관통하는 '슈퍼스타'의 등장!

세대를 관통하는 슈퍼스타의 오랜 활동은, 대중들의 문화적 공유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 40주년 콘서트의 조용필 세대를 관통하는 슈퍼스타의 오랜 활동은, 대중들의 문화적 공유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 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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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자신의 누나와 매형에게 신디사이저 한 대를 요구하던 미군부대의 청년 기타리스트는, 그 악기를 바탕으로 아직까지도 한국대중음악계에 진보적 사운드의 표상으로 회자되는 '단발머리'를 창조했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꼽은 대중음악 최고의 히트가요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20세기 대한민국 음악계를 지배한 슈퍼스타의 위대한 탄생은 시작됐다.

윗세대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아랫세대에게는 '믿지 못할 신화'로 기억되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와 각종 기록은 그를 감히 '살아있는 전설'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지금 이 시대에서 그의 이름 석 자를 과연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가 이룩한 음악적 업적을 지금 대중들은 얼마나 공경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분명 그의 음악세계와는 별개의 문제다.

아니,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 나는 지금 그가 과거의 영광에 비해 대중들의 기대에서 벗어남을 한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2008년 작년 한해, 아니 정확히는 2008년 5월에서 12월에 이르는 <The History>의 7개월 동안의 순회공연으로만 33만 명을 끌어 모았다. 또한 현재 그의 18집 <Over the Rainbow>까지 발매된 그의 앨범 판매량은 2000여 만 장에서 현재도 진행중이니, 사실 대한민국 음악계의 환경 하에서 그의 존재는 기적 같은 일이다.

'대중음악'에서 '대중'을 외면하다

데뷔 이래 40년이 넘는 현재까지 최고의 전성기로, 현역을 뛰고있는 그의 활동은 사실 기적에 가깝다
▲ 열창하는 조용필 데뷔 이래 40년이 넘는 현재까지 최고의 전성기로, 현역을 뛰고있는 그의 활동은 사실 기적에 가깝다
ⓒ 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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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리스트가 완성됐다. 지난 몇 십 년간의 한국대중음악계를 정리하고,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이 의미 있는 작업에 조용필의 앨범은 1집 <창밖의 여자>와 7집 <여행을 떠나요> 단 두 장만이 실렸다.

그보다 더 앞선 지금은 폐간된 잡지인 'SUB'의 100대 명반 리스트의 경우에는 1집 단 한 장만이 실렸다. 록 성향의 그들의 선정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에 의한 리스트'를 표방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과연 '대중음악'을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파생된다.

물론 '다수의 지지'가 언제나 '옳은 지지'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칸트의 말대로 음악과 같은 문화에 있어서 다수의 일치에 의한 '경험적 보편성'은 결국 '이상적 보편성'을 지지한다는 말을 떠올리면, 대중음악 범주에 있어 '조용필'이란 위대한 아티스트의 음악은 대한민국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대중음악 성향의 보편이다.

시각을 바꿔서 그가 발표한 18장의 음반 음악성의 질을 논하고자 하더라도 그가 단 두장의 앨범만이 포함될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는 너무나도 큰 슈퍼스타였다는 점이고, 엘리트 성향의 진지한 감상자들이 보기에 트로트와 민요와 같은 그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은 선정의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하다.

'위대한 탄생'은 2008년 한해 동안만 33만 여명의 팬들을 그들의 콘서트장으로 불러들였다
▲ 공연의 피날레 '위대한 탄생'은 2008년 한해 동안만 33만 여명의 팬들을 그들의 콘서트장으로 불러들였다
ⓒ 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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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조용필은 위대한 대중가수이다. 그리고?' 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 평론가 집단들은 과연 얼마나 존재했던가 하는 것이고, 또한 거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 현재의 문화소비 세대는 또 얼마나 존재했는가 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음악을 하는 수많은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적 영감과 대중들이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 위대한 아티스트의 이름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조용필의 두 배에 달하는 4장의 앨범을 올린 서태지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인 '너'와 '내'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곡들 역시, '대장' 서태지보다는 '가왕' 조용필의 앨범에 더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서태지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산울림'의 김창완, '들국화'의 전인권, '어떤날'의 조동익과 이병우, 한대수, 신중현 선생님이 가지는 또 다른 음악적 가치와 대중적 인기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분들과 조용필의 차등을 매기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우린 가끔 이렇게 전 세대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대중들의 음악적 가치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진지한 감상자들은 조용필 음악에 대해 일종의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점을 더욱 가중시켰다. 어째서 그들은 '대중음악'에 '대중의 보편성'을 배제하는 것인가.

탄생된 구심점, 그리고 공유

'너'와 '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대의 구심점이 되는 문화의 가치는 사실 굉장히 무한하다
▲ "여러분 감사합니다" '너'와 '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대의 구심점이 되는 문화의 가치는 사실 굉장히 무한하다
ⓒ 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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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단 한명의 슈퍼스타 조용필은 어느 날엔가부터 TV에 출연하지 않는다. 한국에 있어 TV란 매체는 대중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임을 감안하면, 그의 결정은 무모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며 최고의 자리에서 지금도 군림중이다.

이것은 사실 '조용필'이란 아티스트 외에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분명 현재 문화 소비세대인 젊은 세대의 에너지 유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은 소비적인 메이저 음악과, 감성보다는 이성적 충족을 만족하는 인디씬과 특정 장르의 마니아층으로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인도하는 몇몇 평론가 집단은 예컨데 조금의 '뽕끼'도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집단임을 감안하면, 과연 그들에게 과거가 아닌 '현존하는 전설'에 대한 관심을 바라는 것을 그저 사치로 전락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수많은 음악이 남았고 그 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공존한다. 공존하는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를 관통하여 공유되었고, 이는 분명 우리시대가 가지는 가치이며 문화의 구심점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누는 것이지, 외적인 음악적 기준을 들이대며 몇몇 집단에서 재단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음악의 퀄리티의 문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장인이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 시대가 외면받는 시대에서는 결코 '전설'은 완성되지 못하며 지속되지 못한다. 우리는 이미 형성되어 만들어진 문화적 구심점, 그것을 지켜나가야할 일종의 의무가 우리에게 존재함을 오늘은 한번쯤 생각해 보는것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kell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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