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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에 5일간 해외여행을 떠났다. 부재중임을 알리기 위해 휴대폰에 녹음만 하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휴대폰과 통신회사를 최근에 바뀌서 그런지 아무리 찾아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내가 차라리 국제전화 서비스를 신청하라고 했다. 인천공항의 통신회사 창구에서 국제전화를 위한 로밍 폰 서비스를 신청했다.

내 휴대폰으로는 안 된다고 해서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로밍 폰을 별도로 대여 받았다. 대여료는 하루 2천원이고, 통화요금은 별도라고 한다. 뭐, 그 정도면 그렇게 크게 부담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바로 서비스를 신청했다.

서비스 안내하시는 여성분이 아내와 나에게 동시에 사용법을 설명했다. 너무 빨라서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으나 여하튼 '분실하거나, 물에 빠지면 33만 원 가량의 휴대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왔다.

휴대폰 뒷면을 보여주면서 물에 침수되면 흰 부분이 붉은 색으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0여년 넘게 휴대폰을 써왔지만 물에 빠져본 적은 한 번도 없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고 서명을 한 후에 빌려왔다.

태국 푸켓에 도착한 후 푹 잔 후에 '코끼리 트래킹'에 나섰다. 전날 조용했던 것과는 달리 도시는 다소 들뜬 분위기로 보였다. 아니라 다를까 가이드가 오늘은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은 태국의 설날이라고 말했다. '쏭크란 축제'라고 말했다. 건기에서 우기로 바뀌는 시기를 축복하기 위해서 하루 종일 물싸움을 하는 행사가 있으니 혹시나 물에 맞더라고 화내지 말고 기분 좋게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하라고 이야기 들었다.

여기저기서 물을 퍼붓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흥분되고 참여하고픈 생각도 들기도 했다. 다만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어서 직접적으로 물을 맞을 일은 없었다. 코끼리 트래킹하는 장소로 옮기기 위해 차량을 갈아탔다. 버스로 이동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정말 신나게 놀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 중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물세례가 쏟아졌다. 오픈되어 있던 차량이라 태국 시민이 우리 차량에 물을 부었던 것이다. 두 번을 갑자기 맞았지만 이미 가이드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상태라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무더운 날에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휴대폰 침수 이야기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호텔로 들어왔다. 혹시나 걸려온 전화가 있나 하고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메시지가 계속해서 떴다. "USIM카드를 삽입하라"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휴대폰 커버를 벗기고, 뒷면의 배터리 부분을 열었다. 물기가 있었다. 깜짝 놀라 휴지로 닦았다. 그리고 드라이기로 말렸다. 조그만 카드가 있었는데, 그 카드에도 물기가 묻어 있었다. 아마도 그 카드가 USIM인가 뭔가 하는 카드였던 모양이다.

'정상으로 작동안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물기를 다 말린 후 배터리를 다시 달아보니 다행히 핸드폰은 정상 작동을 하였다.

물이 묻으면 색깔이 변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휴대폰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아내가 빌린 국제전화기도 같이 뒷면을 벗겨보았다. 아내의 것과 달랐다. 내 휴대폰의 배터리와 휴대폰 뒷면의 색깔이 붉은색을 뛰었다.

침수된 휴대폰 변색된 로밍폰
침수된 휴대폰변색된 로밍폰 ⓒ 정철상

(물이 묻어 변색된 부분. 배터리의 경우에는 중간에 붉은 색 표시가, 휴대폰의 경우에는 오른쪽 하단에 붉은 표시가 있다.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아서 가볍게 한 번이라도 젖어도 변색되며, 색이 복원되지는 않는다.)

다시 닦고 말리고 해봤으나 변색된 부분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것이었다. 한 번 변색이 되고 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난감했다. 30만원 넘는 돈을 통째로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화가 났다. 아내와 같이 온 분 중에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셨던 분이 계셔서 그 분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좋은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랬는데 오히려 '포기하라'고 말했다. 한 번 물에 젖으면 그 양이 많던 적든 서서히 부식된다는 것이다. 마음이 더 상했다. 어차피 젖은 것,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고 놀 것은 제대로 놀자고 마음먹었다.

아내가 그래도 돈은 아껴야 한다고 해서 삼일 째 투어일정을 취소했다. 그것만 취소해도 핸드폰 비용은 나온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 날은 하루 종일 호텔 수영장에서 놀았다.

귀국 후 인천공항의 휴대폰 반납 매장으로 갔다.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녀의 권한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미 물에 침수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19,000원은 무조건 지불하셔야 하고, 핸드폰은 AS 센터에서 상태를 점검해보고 비용을 정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담했다. 그 아가씨 붙들고 이야기해봐야 대답도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나왔다.

AS 기사에게 전화가 올 것이라고 해서 기다렸으나 연락이 없다. 일주일 가량이 지났다. 어디로 어떻게 연락을 해야 될지 몰라서 일단은 그냥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요금 청구서에 국제전화 대여료와 통화료 그리고 손실비용까지 모두 청구되어 나온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청구하고 그 많은 비용을 모두 다 내가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마음에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물바가지를 퍼부은 태국인의 잘못이다. 말도 안 되는 핑계다. 게다가 그 사람을 찾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어두었던 내 잘못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휴대폰 가격을 고스란히 다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한 조치로 보인다. 게다가 그 사고 이후로도 휴대폰은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30만원 돈을 내가 모두 변상해야 한다면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용의를 가지고는 있으나 어느 정도의 비용이 청구될지 감이 오지 않는다.

혹시나 국제전화 로밍 폰을 빌렸다가 유사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으면 조언 좀 주시면 고맙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과 미디어다음에도 동시에 게재되었습니다



#로밍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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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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