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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1주 1-2회 정도 장애인 활동보조인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부산 xx구 장애인 복지관에서 장애인분과 나를 포함해서 활동보조인 두 명이 목욕을 한다. 활동보조인 한 분이 승용차가 있어서 그 분의 차를 이용해서 복지관까지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따라(약 3주 전) 같이 활동보조인을 하는 분이 약속 시간이 지났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해보았는데 그 분이 몸이 조금 아파 늦잠을 자는 바람에 나오지 못하겠다고 했다. 복지관에서 목욕탕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있고 그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장애인 콜택시(두리발)을 부르기 위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예약을 하지 못해 지금 올 차가 없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서 있는데 xx씨가 나에게 말했다.

 

XX씨= "성민씨 그냥 택시 타고 가요!"

나= "택시가 잡힐까요? 옛날에 장애인분이랑 택시를 타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택시 잡기 정말 힘들던데요."

XX씨= "잡기 힘들어도 일단 해봐야죠. 두리발도 없고, 지하철도 멀고, 버스도 탈 수 없으니 택시라도 타야죠."

 

"형! 우리 장애인버스타기 운동해요!"

 

그날 순조롭게 승차 거부를 당하지 않고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했다. 비장애인은 언제라도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많은 방법을 통해 편안하고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데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동할 권리조차 없으니 말이다.

 

찜찜한 기분을 주체 하지 못하고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고 있는 부산 '삶' 장애인자립생활 센터 소장으로 일하고 계시는 조상래 형 에게 연락을 했다. 

 

 

나= "형, 제가 요즘 장애인 활동보조인 하고 있는데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정말 심각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조상래=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매년 싸워도 정부 측에서 움직이질 않아. 너도 잘 알지만 시청 앞에서 우리가 집회도 해보고 서면, 자갈치 역 같은 곳에서 캠페인도 많이 했었어. 하지만 부산시에서는 들은 척도 안하더라. 내가 너에게 묻고 싶어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 "형 우리 장애인버스타기 운동해요! 무엇보다 버스는 부산시 어디든 돌아다니잖아요? 만약 저상버스가 도입된다면 장애인들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상래= "버스 타기 운동 좋지! 오랫동안 못 했던 방법인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번 해보자."

 

부산시 전체 저상 버스는 10대 남짓

 

24일 금요일 1시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정문 앞에서 '삶'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학생사람연대, 사회당의 주최로 장애인 버스 타기 운동이 진행되었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인 대학생, 사회단체 활동가 등의 사람들도 참가했다.

 

버스를 타기 전에 롯데백화점 정문 앞에서 약식 집회가 진행되었다. 부산 삶 장애인자립센터 팀장을 맡고 있는 김주필씨의 사회로 집회가 진행되었다. 다른 집회와 달리 첫 시작을 '장애인차별철폐가'로 시작하였다.('임을 위한 행진곡'이 집회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유명하다)

 

장애인, 비장애인 참가자들이 롯데백화점 정문 앞에서 장애인차별철폐가를 부르고 버스 타기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연대 단위의 대표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부산에서 장애인이 편안하게 버스를 타기 위해 저상버스를 도입하라고 8년째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전체 버스 중 약 10대의 버스가 저상버스라며 생색을 내고 있습니다. 부산 전 지역에 흩어진 장애인만 해도 만 오천 명인데 10대로 충분하겠습니까? 이번 버스타기 운동을 통해 저상버스 확충 뿐 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도 지역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투쟁합시다!" - 함세상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소장

 

 

"내 아들이 장애인인데 어떻게 하면 밖에 나갈 수 있을까요?"

 

사회단체 대표자들의 발언이 진행되고 있는데 연세가 50-60대 되어 보이는 여성시민 한 분이 나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물었다.

 

 

시민= "젊은이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사실 내 아들이 중증 장애인이고 나랑 단둘이 살고 있어. 근데 아들이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정말 난감해. 요즘은 아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하는데, 나 혼자 아들을 휠체어에 태워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당신들이 이렇게 장애인 이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 말이라서 말하는 거야. 내 아들을 병원이나, 밖에 나갈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모집 할 수 있는 거야?"

나= "그럼 지금까지 거의 집에서 있으셨겠네요?"

시민= "당연하지. 사고를 당해서 장애인이 된 것이라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사고 후 밖에 출입도 못했다네. 젊은이 제발 좀 도와주게나."

나= "정말요? 요즘 정부에서 장애인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요. 부산에서는 재가 장애인에게는 180시간 그 외 장애 등급에 따라 0~80시간 정도 주고 있어요. 제가 이 서비스를 전담하고 있는 단체 전화번호를 알려드릴게요."

시민= "젊은이 정말 고맙네. 이제 내 아들이 병원에도 갈 수 있고 다른 곳도 갈 수 있다는 거지?"

나= "당연하죠. 꼭 연락 한번 해보세요! 이렇게 물어 주시니 오히려 제가 고마워요."

 

"우리도 당신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힘내세요!"

 

간단한 약식 집회를 마치고 서면에서 부산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수동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버스에 탑승했다. 저상 버스가 아닌 버스에 장애인이 타기가 쉽지 않았다. 높은 턱과 휠체어가 진입하기 힘든 구조의 출입구 때문에 버스를 타기 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버스에 탑승하여 승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버스 발언을 하고 장애인인 XX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XX씨 버스 얼마 만에 타보시는 거에요?"

XX씨= "이런 버스타기 운동 할 때 말고는 타본 기억이 없어요. 작년에 이맘때 버스 타기 운동 할 때 탔으니 딱 일 년 만 이에요.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는 다면 미래에도 이렇겠죠."

나= "정말요? 저상버스 10대 정도 있다고 하던데 정말 실질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에 도움을 준 건 아니네요."

 

XX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주위에 있는 시민들이 응원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저희도 당신들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단지 위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런 목소리를 귀 기울려 주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힘내세요!"

 

"두 달에 한 번씩 부산에서 버스 타기 운동 합시다!"

 

 

버스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하여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오늘 버스타기 운동에 대해 소감을 말하며 집회를 정리하였다.

 

"비장애인인 저는 버스를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편하게 이용을 했어요. 하지만 오늘 버스타기를 통해서 제가 편하다고 모든 사람이 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라도 버스를 타기가 정말 힘들더라구요. 하루 빨리 저상버스가 확충되어서 장애인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09학번 김XX

 

 

"매해 버스 타기 운동을 진행 했지만 일회적인 행사에 그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부산에서 두 달에 한 번씩 버스타기 운동도 하고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부산시에 요구도 했으면 합니다. 다들 함께 하실거죠?" -'삶'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상래 소장

 

마지막 조상래 소장님의 말에 모든 참가자들은 아주 큰 소리로 "네" 라고 말했다. 쉽지 않겠지만 소장님의 말씀대로 오랫동안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뜻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와 다음 블로그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애인, #이동권,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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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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