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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2시 경주역 앞에서 정수성 후보 유세가 있었다.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5일 오후 2시 경주역 앞에서 정수성 후보 유세가 있었다.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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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한 표 차이로 갈라지지 않을까요?"

25일 경주역 앞 성동시장에서 만난 한 경주시민은 선거 분위기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만큼 4·29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주가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친박계를 표방하는 정수성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서로 엎치락 뒷치락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오후 2시, 경주시 번화가에 있는 경주역 앞에는 여러 후보의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유세가 펼쳐졌다. 경주역 맞은편 사거리에는 500여 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 '정수성'을 연호하고 있었다.

표시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경선 안보특보를 지낸 정수성 후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해 모였다. 명목은 '자원봉사'지만 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함인 것이다. 선거법을 의식한 탓인지 매사에 조심스러워 보였다.

정수성 후보는 관중들 앞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어야 경주가 발전한다"면서 마치 대통령 선거전을 연상케 하는 발언들을 이어 나갔다.

시민단체 "친이 친박 대결이 경주 망친다"

경주의 뜨거운 선거 분위기는 박근혜로 시작해서 박근혜로 매듭지어지고 있다는 것이 경주 시민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경주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녀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경주 지역 한 토박이는 "사실 선거 초반에는 정수성 후보가 100% 당선된다는 분위기였지만 박근혜 대표의 영향력이 점점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주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렇다. 정종복 후보가 지난 17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인심을 많이 잃었고, 이 틈새를 박근혜 전 대표를 등에 업은 정수성 후보가 치고 들어 온 것이라는 것.

정수성 후보 열풍은 지난해 12월 11일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서 정수성 후보에 대한 간접 지원에 대해 견제를 받으면서 이후 경주 문중 행사에 불참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하자 정수성 후보의 상승세가 뜸해졌다.

이 사이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등 지도부의 총력 지원을 받은 정종복 후보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선거를 5일 앞둔 현재 박빙의 피말리는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왜 경주는 박근혜를 연호하나


 25일 경주역 후보 유세에서 후보 이름을 연하는 인파. 대부분 박사모 회원들로 보인다
 25일 경주역 후보 유세에서 후보 이름을 연하는 인파. 대부분 박사모 회원들로 보인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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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관광사업을 하는 한 인사는 경주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표에 맹목적인 이유를 지역 경제에서 찾았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있던 70년대까지만 해도 경주는 그야말로 관광특구였다"면서 "하지만 이후 수십 년간 천년고도 경주에 대한 중앙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끊겼다"고 말했다.

'수학여행'하면 떠오르는 경주. 하지만 '수학여행'이라는 명칭이 '체험학습'으로 바뀐 것에서 보듯 시대변화가 경주의 현실을 대변한다. 훌륭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면서도 그에 대한 연계사업이 수십 년간 뒷걸음쳐왔다는 것이다.

경주 인구는 28만여 명. 그 사이 인근지역인 울산이 인구 110만 명의 경제 대도시로 변모한 것에 비추면 그만큼 인구나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경주의 발전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경주시민들은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박근혜 전 대표에게서 찾으며 한다. 신라 천년고도의 특성을 통한 제2의 도약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 초반 박근혜 대표의 묵시적 지지를 얻은 정수성 후보가 높은 지지도를 보여오다 박근혜 대표의 지원이 사실상 끊기면서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주의 한 경제계 인사는 "지역의 고위 관리나 경제계 인사 등 지도층은 정종복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형상"이라고 말했다. 정종복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과 선거 중반 한나라당 지도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차츰 먹혀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박사모 회원들이 전국 각지로부터 몰려 들면서, 선거의 승패에서 항상 주목받았던 박사모의 역할이 이번에도 작용할 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같은 친이 친박 후보의 박빙 대결에서 결정적 변수는,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하고 현재 수감 중인 김일윤 전 의원의 부인인 이순자 후보의 선거 막판 행보다. 이순자 후보는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정수성 후보와 같은 친박계라는 점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경주민들은 "결국 이순자 후보가 막판에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경주 재선거에서 친이 친박 대결이 펼쳐지는 데 대해 못마땅한 시민들도 있다. 주로 시민단체 회원들로, 정말 경주를 살리려면 정책대결을 펴야 하는데 친이 친박만 난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경주역 앞에서 선거 유세전 분위기를 파악하던 한 시민단체 회원은 "결국 친이 친박 때문에 경주는 제자리 걸음을 할 것 같다"면서 "이런 지역 분위기를 타파할 마땅한 묘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29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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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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