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고 하죠. 그 말에 딱 맞는 경우를 경험하는 것도 행운일 것입니다.
꽃게 철입니다. 입맛 당기는 꽃게를 찾아 지인들과 여수시 만성리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어민들이 잡은 꽃게를 직접 받아 파는 곳이라 신선도가 그만이기 때문이지요.
밑반찬으로 김치 등과 함께 낙지, 해삼, 멍게, 게지, 새조개 등 귀한 해산물과 꽃게탕이 나왔습니다. 요게 바닷가에서 먹는 맛이지요.
보글보글 끓어오른, 알이 찬 꽃게는 먹음직스런 빨간 색으로 변해 우릴 유혹하고 있습니다. 입안에 송글송글 솟은 침이 고입니다. 끓는 꽃게탕을 보니 아내 말이 생각나는군요.
꽃게, 혼자 시켜 먹어 비용이 초과됐다?
육고기를 먹지 않는 아내는 삼겹살과 술이 어우러진 회식 때면 애를 먹습니다. 하여, 옆에서 고기 굽는 게 역할이지요. 한 번은 이를 간파한 동료 직원이 몰래 꽃게 1인분을 시켜주더랍니다.
"꽃게 어디서 시켰어요."
조용히 가져다 줬으면 좋을 걸 주인이 소문을 냈지요. 겨우 받은 꽃게, 혼자 먹기 민망해 그 맛있다는 게딱지를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했다나요. 아내는 이를 무척 아쉬워했지요. 그리고 회식 후 계산에서 비용이 초과됐다나요. 그래서 눈총 받았다나요.
"1인분에 2만7천원이나 하는 꽃게를 혼자 시켜 먹어 비용이 초과됐다."
아내는 초과 원인을 꽃게가 아닌 술과 삼겹살 때문으로 풀이하지요. 그러나 동료들은 아직도 꽃게 때문이라며 우스개 소리로 두고두고 말을 한다나요.
"왜, 이 맛있는 꽃게를 안 드세요?"
꽃게가 익었습니다. 알이 박힌 곳을 먹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양보해야 합니다. 차례를 기다리다가도 저 먹음직스런 걸 누가 먹을까, 눈치를 봅니다. 이럴 때 불만인 게, 나이순으로 먹는다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버릇없는 놈 취급이죠. 어쩌겠어요. 하하~.
"말 좀 하고 드세요."
맛있는 것 먹을 땐 군말이 없다죠? 지인들, 꽃게 먹느라 정신없습니다. 야, 살이 토실토실 꽉 차고 여문 게 정말 명품입니다. 분명 꽃게가 냄비에 꽉 차 있었는데 금방 동이 납니다.
문제는 마지막입니다. 하나를 꼭 남기죠. 누군가가 눈치 보며 나서야 하는데 그럴 기색이 없네요. 모른 척, '에라 모르겠다' 나서야했지요. 남은 게 다리를 들고 그랬지요.
"왜, 이 맛있는 꽃게를 안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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