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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들을 보면 집값급등과 투기열풍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화물차를 보는 느낌이다. 정부는 지난 해 1년 동안 무려 16차례의 부동산대책을 통해 최소한도의 안전장치도 없이 규제를 모두 풀어버리고 있다. 이제 남은 규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강남3구 투기지역, 분양가 상한제이다. 이들 규제 역시 정부여당의 정체성으로 보아 해제는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현재처럼 부동산 거품을 부추겨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지속할 경우 2차례의 부동산 위기가 예견된다는 점이다. 집값이 급등하고 투기가 판을 치는 1차위기는 우리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시점에 나타날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집값이 폭락하고 금용기관의 대출채권이 부실화되는 제2차 금융위기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35세~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2011년 이후에 예견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1·2차 부동산 위기를 예방할 수 있을까?

 

부동산 거품에 바탕을 둔 경기활성화는 위험하다

 

첫째, 부동산 거품을 부추겨서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위험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경기침체기에 규제완화는 효과도 없으면서,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지속적인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로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면 집값 상승과 투기 돌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버블을 키워서 경기를 살리려고 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의 어려움을 우리 경제 수준에 맞게 부동산 가격을 하향조정하는 기회로 삼아 경제체질을 강화하고 면역력을 높여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부동산 시장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IMF 외환위기 직후 4년(1998~2001)간 지금처럼 부동산규제를 완화한 결과가 2002년∼2006년간 집값 급등을 초래하였다. 그때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부동산 투기소득은 대부분 세금으로 흡수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 재원으로 사용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가지고 가야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불패신화'를 잠재울 수 있다. 주택문화를 소유문화에서 거주문화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세율을 60%에서 45%로 인하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기본세율(6~35%)로 인하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단견이고 미봉책인가.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많은 법안을 어제(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도 문제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려는 정부정책 역시 번지수가 잘못된 정책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것은 분양가가 높기 때문인데 분양가를 낮추는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건설업계가 주택공급을 미루는 것은 경기침제로 인한 수요부족 외에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방침을 계속 밝힘에 따라 공급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문제를 5개월째 결론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오락가락 하는 것도 큰 문제다.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어찌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정책혼선을 자아내는 정부가 안타깝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혐오한다. 말을 앞세우지 말고 사전에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하여 집값급등 우려가 없다고 판단될 때 발표하고, 발표했으면 바로 투기지역을 해제하는 신중함과 민첩성을 동시에 보여주어야 한다.

 

주택건설은 대형평수보다 소형주택 위주로 이루어져야

 

셋째, 미래 주택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여 공급대책과 규제완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함께 주택매입세대인 35세∼54세 인구가 감소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었다. 미국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더불어 2007년 이후 35~54세 인구가 감소하면서 2006년부터 주택가격이 크게 하락하였다. 주택가격은 항상 오른다는 가설이 무너지면서 서브프라임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35세~54세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거품이 크면 클수록 그 만큼 수요감소에 따른 집값 폭락 충격도 클 것이다. 지금부터 거품 정책을 경계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와 부부가구 증가로 가구수는 상당기간 증가할 것이므로 주택건설도 대형평수보다 소형주택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에서는 부동산시장이 어려우므로 다주택자 세금이라도 내려서 거래를 늘리는 것이 뭐 그렇게 문제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규제완화책을 하나하나 떼어서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이것들이 결합되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유능한 세관원은 분해해서 들어오는 쇳조각을 보고도 이것이 결합되면 총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또한 지혜로운 농부는 아무리 겨울나기가 어려워도 내년 봄에 쓸 종자씨앗은 아낀다. 시장 활력과 투기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능하고 지혜로운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태그:#양도소득세 인하, #이용섭,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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