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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공화국의 약방에 감초, 야시장

축제가 시작되면 모든 축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축제장에는 야시장이 들어선다. 이곳 야시장에 가보면 정말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즐비해 축제장을 찾는 사람들을 이끈다.

야시장이 축제장 주변에서 불을 환히 밝힐 즈음에 그곳을 찾아 들어가게 되면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함께 손님을 끄는 호객행위 소리가 뒤섞여 사람들을 정신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품바복장을 한 놀이꾼들의 신명나는 쇼는 사람들을 신명나게 만드는 한편 축제의 흥을 더해 준다.

이러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지나가면 대개의 경우에는 즐길거리가 펼쳐진다. 다트를 던져 풍선을 맞히면 맞힌 개수에 따라 선물을 주는 코너도 있고, 야구공을 던져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여있는 나무기둥을 무너뜨리면 상품을 주는 코너 등 다양한 즐길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이러한 즐길거리들 옆에는 항상 눈을 자극하는 기념품을 파는 코너가 있다. 다양한 모양의 열쇠고리로부터 천원을 주고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천원백화점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펼쳐지곤 한다.

문제는 여기 즐길거리 코너에서 발생했다. 지난 계룡축제 때 지인들과 야시장을 찾은 난 먹거리 장터에서 기분 좋게 술을 한잔씩 주고 받으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기고 있었는데, 이 때 지인 한 분이 열쇠고리라도 하나 사준다며 기념품 코너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지난 계룡축제시  펼쳐진 야시장에서 구입한 그림중의 하나인 '이삭줍기'. 그냥 걸어놓고 보기에 괜찮았었는데 달력인 걸 알고나니 실망감은 두배.
▲ 이 그림이 달력? 지난 계룡축제시 펼쳐진 야시장에서 구입한 그림중의 하나인 '이삭줍기'. 그냥 걸어놓고 보기에 괜찮았었는데 달력인 걸 알고나니 실망감은 두배.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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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사양했으나 굳이 하나 사준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열쇠고리를 사고 난 뒤에 그 옆을 보니 괜찮아 보이는 그림액자가 눈에 들어와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때 열쇠고리를 사 준 지인이 그 모습을 보더니 그 그림도 하나 사주겠다며 돈을 꺼내고서는 가게 주인에게 얼마냐고 물으며 흥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냥 사무실에 걸어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본 것 뿐이라고 말했는데, 지인은 그럼 하나 골라보라며 사주겠다고 자꾸 부추겼다. 술 한잔 걸쳐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주겠다는 걸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림 하나를 골랐다.

"싼 데 하나 더 골라봐. 이왕 사무실에 걸어놓으려면 두 개는 돼야지."
"고마워요. 그럼 하나 더 고를게요."


그렇게 해서 열쇠고리 하나 사러 갔다가 그림 두 점까지 얻는 횡재를 했다.

야시장에서의 술 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림은 사무실에 놓고 가려고 잠시 들러서는 한 곳에 곱게 모셔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히 사무실에 들른 지인, "저 그림 달력아냐?"

구입한 또 하나의 그림. 그림이 왠지 서정적으로 보여 구입한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의 뒷면은?
▲ 앞면은 그림인데 뒷면의 실체는? 구입한 또 하나의 그림. 그림이 왠지 서정적으로 보여 구입한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의 뒷면은?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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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사무실 이곳저곳을 살피며 적당한 자리를 찾아 그림 두 점을 걸었다. 그랬더니 사무실 분위기가 사뭇 달라보였다. 혼자서 만족하며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데 우연찮게 지나가다가 들렸다며 지인 한 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같이 차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인이 한마디 한다.

"사무실 분위기가 바뀐 것 같은데?"
"조금요. 그냥 그림만 걸어놨는데요."
"그래? 어디... 괜찮네. 근데 어째 그림이 달력에서 보던 그림 같은데?"
"에이, 설마요. 아무리 가짜 그림이라고 하지만 달력을 찢어서 넣었겠어요?"


설마설마하면서 조금 이따가 '지인이 나가면 확인해 봐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여태껏 잊고있었다.

그러다가 사무실을 정리하던 중 이제야 다시 그 그림을 보고는 당시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그림 두 점을 떼어냈다.

'만약 이 그림이 달력그림이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사무실 분위기를 바꾸어주었으니 그걸로 된 거지 뭐' 하고 생각하며 일단 자기위안을 삼고는 액자 뒷면을 열어 그림을 꺼냈다.

설마했는데 진짜 달력... 야시장에서 그림 사려면 꼭 확인하세요

달력. 1998년 12월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 뒷면의 실체는 바로... 달력. 1998년 12월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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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정말 농담처럼 건넨 지인의 말처럼 1998년 12월의 날짜가 선명하게 찍혀있는 달력이었다.

그렇게 각오를 하고 꺼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달력은 아닐거야'하고 생각했지만, 그림이 아닌 달력을 보는 순간 아무리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 아무리 야시장이라지만 달력을 오려서 넣고 파나? 해도 너무 하는구만.'

지금에 와서 억울해 한다 해도 찾아가서 따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까지 있던 것처럼 다시 사무실 벽면에 원위치 시켜 놓았다.

혹여나 해서 그림의 반을 구부린 상태로 찍어봤다.
 혹여나 해서 그림의 반을 구부린 상태로 찍어봤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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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당시 나 이외에도 그림을 구입한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 중에는 그 그림이 달력인 줄 모르고 집안에 걸어놓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나 같이 액자를 뜯어보고 달력 그림인 것을 확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냥 모르고 있었다면 마음이라도 불편하지 않았을 텐데, 이왕에 알고 나니 다른 피해자(?)는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축제장에서도 그림을 파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야시장에 그림을 파는 상점이 있다면 가격이 싸건 비싸건 간에 꼭 확인해 보고 사기를 당부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모른 체 걸어 놓을걸'하는 후회도 들지만 이런 것들의 실상을 알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매일 보던 그림인데도 오늘따라 왠지 그림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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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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