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평화적 실천도 죄가 되는 세상
지난 주 금요일 언론에는 '지율스님 유죄 확정'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고속철이 지나가는 천성산의 생명을 지키고자 실천했던 행동들이 법원에 의해 '업무방해'로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내용이다. 작은 단신으로 처리된 기사였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법부의 판단을 찬양하는 사설까지 실었다. 세계일보는 사설을 통해 '손해배상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율스님이 실천했던 행동에 있어 위법성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공사 현장에 무단으로 들어가 굴착기 앞을 가로막는 등의 방법'이었다고 한다. 방법이 타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대법원이 왜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대규모 국책 사업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대지 않는지 궁금하다. 손정현 '천성산대책위' 사무국장은 "이번 대법원 선고는 앞으로의 환경운동에 대한 입막음의 전례가 될 것으로 우려되는 나쁜 판결이다"고 말했다.
매우 감성적으로 바라보면 새만금에서부터 천성산까지 아니 이를 비롯해 수많은 생명이 개발주의 아래 난도질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아이들에게 물려준 귀한 유산을 지키기 위해 곡기를 끊거나 오체투지를 하거나 하는 고결한 실천들은 범인이 따라할 수 없는 일이지만 또한 거대한 권력 앞에 무력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평화적 저항이자 실천이다. 이러한 평화적 행동마저 주먹구구식으로 자행되는 '국책사업' 앞에 업무방해로 '죄'가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야만의 시대와의 결별?
이 정부가 들어선 후 녹색 혹은 환경이라는 이름은 그 참모습을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랍게도 국가 원수가 직접 나서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지향은 '녹색성장'이라고 밝혔다. 유래가 없던 일이다. '자연보호 헌장'이래 가장 위대한 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부처가 달려들어 이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일사분란하게 달려가고 있다. 한국에 녹색당은 필요 없다. 집권 여당과 정부가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이 바래왔던 꿈을 실현해 주고 있는 것 아닌가. 과거 개발성장 만능주의 아래 환경이나 생태 따윈 배부른 소리로 취급해왔던 야만의 시대와의 과감한 이별이 아니던가. 만국의 환경운동가여 한국을 주목하라.
하지만 이 위대한 실천을 위한 법적 근거가 될 '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해 환경진영은 '반대'를 표명했다. 왜! 녹색성장에 녹색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야만의 시대와의 결별이 아니라 그들의 '적통대군'임을 천명한 대통령과 집권여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존재의 의미를 망각한 환경부
얼마 전 환경부에서는 재미있는 '해명자료'를 냈다. 4대강 정비사업에 관한 내용으로 국립환경과학원에서 4대강 정비사업 시 수질악화의 우려가 있다는 연구에 관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환경부는 서둘러 해명자료를 냈다. 주요 내용은 수질이 악화될지 안될지 아직 확실히 모르니 추측보도는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5일 환경부 내부 회의에서 모의실험 결과 4대강 정비사업을 하게 되면 수량은 많아질지 모르나 체류시간이 길어져 녹조가 늘고 BOD가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이미 대운하 논쟁 시절부터 지적되어왔던 내용을 조금 더 '과학'적으로 '모의 실험'했을 뿐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누구인가. 배의 스크류가 물에 산소를 공급해 줄 것이라는 희대의 명언을 날리신 환경영웅 아니신가.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수질변화의 예측.분석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로 구체적인 자료입력을 통한 분석은 이루어진 바 없"으며,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수질개선 대책이 추진되더라도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보도한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추정보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정도 되면 막가자는 것이다. 환경부가 존재하는 이유를 망각한 수준이다. 구체적인 자료 입력을 한다고 했는데, 자료는 가지고 있나 모르겠다.
대운하는 왜 포기 안하나
27일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합동 보도자료를 냈다. 4대강 정비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함께 9월에 동시다발 착공예정이라고 밝혔다. 9월부터 한반도 남쪽은 전부 공사판화 된다는 '선전포고'다. 정부도 수질이 악화된다는 건 인정하는지 수질 개선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솔직히 4대강 살리기 사업이나 대운하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것도 지겨울 정도다. 왜 이 사업이 말도 안 되는 삽질 사업인지 구구절절이 이야기해왔다. 약간의 설계 변경만으로도 대운하와 다를 것이 전혀 없는 사업이라고, 치명적인 환경파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양질의 일자리도 아닌 건설 토건 마피아들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수도 없이 말해왔다. 아. '소통' 없는 정부에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또한 그는 '약속'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대통령이라는 것도 잊었다. 반값 등록금이나 공공부문 민영화 포기 등의 약속 같은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붕어 수준의 기억력'을 가진 정부라는 것을 말이다.
국토해양부와의 통합이 바람직
더 황당한 것은 환경부다. 국토의 환경과 생태를 난도질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에 장단 맞춰 공동 보도자료까지 내며 춤추고 있는 환경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부처인가. 환경부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제일 선두에서 '비지니스 프랜들리'를 하는 부서다. 전에도 언급했듯 각종 규제 완화의 선봉장이 되어 대통령께 기쁨주고 사랑받는 환경부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계신다. 뿐이랴, 상수도 서비스 민영화의 전담 부서이기도 하니 기업들에게도 사랑받을 듯하다.
노무현 정부시절 잠시나마 건교부와 환경부의 통합 논의가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물건너간 이야기가 되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부에 비해 과거 건교부의 예산은 약 10배 정도였다. 부처와 부처의 통합이 아니라 환경부가 먹히는 꼴이 되어 반대했으나 지금은 부처간 업무의 차이가 별로 없으니 작고 강한 정부를 위해서라도,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다.
잠시 환경부 홈페이지 환경부 소개란을 보자. 환경부의 설립 목적과 임무는 다음과 같다.
'정부조직법 제40조 (환경부) 환경부장관은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의 보전과 환경오염방지에 관한 사무를 장리(掌理)한다.'에 규정된 바와 같이 각종 환경오염으로부터 우리 국토를 보전하여 국민들이 보다 쾌적한 자연,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나아가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하여 하나뿐인 지구를 보전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환경오염으로부터 우리 국토를 보전'하려면 제일 먼저 대통령부터 제어해야 하니 공무원으로서 고민이 많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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