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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29일로 100일이 지났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여기 '장기 철거투쟁'에 좋은 선례를 보여주는 두 영화가 있다.

 

김동원 감독의 1999년작 <행당동 사람들2>와 김경만 감독의 2006년작 <골리앗의 구조>에서는 '철거투쟁'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철거투쟁은 인내심'이라는 말도 있듯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길고 긴 투쟁 끝에 성공을 이뤘다.

 

<행당동 사람들2>에 나오는 성동구 행당동 주민들은 3년여의 투쟁을 끝으로 95년 말 임시주거시설에 안착했다. 이들은 또 신용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성공적인 지역공동체를 건설해 나가며 다른 지역의 철거민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또한 <골리앗의 구조>에 나오는 고양시 풍동 주민들은 2000년부터 5년 동안 투쟁한 끝에 철거민 역사상 최초로 가수용 단지와 영구임대주택을 얻어냈다.

 

'인디포럼 작가회의'는 28일 오후 8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폭력 VS 활력'이라는 부제로 두 영화를 상영한 뒤 작가와의 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현재 용산 4구역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노한나씨와 93년 당시 행당동 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유영우 주거연합 상임이사도 함께했다.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공동체'"

 

독립영화 <행당동 사람들2>의 출연배우(?)이기도 한 유 이사는 용산 4구역 철거민들에게 "가난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사회를 바꿔가자"고 조언했다.

 

"부자든 가난하든 상관없이 모두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꿈꾸며 삶을 바꿔나가야 한다. 이 사회에는 여전히 가난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는 편견들이 존재한다. 가난은 스스로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 속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철거민들은 대안을 찾아서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대안은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었듯이 철거 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동체'다."

 

그는 이어 <행당동 사람들2>에 출연한 행당동 철거민들의 현재 모습을 알려왔다.

 

"투쟁 후 행당동 철거민들이 돈을 모아 3억을 투자해 설립했던 신용협동조합은 현재 150억 규모의 회사가 됐다. 이것은 대안을 찾아서 할 수 있다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준 운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들이 다른 철거민들에게 전해진다면 밝은 사회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동원 감독도 유 이사의 말에 동의하며 "협상이 끝나면 철거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철거가 끝나고 보상을 받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거민들은 철거 이후를 대비하여 투쟁이 가져다 준 인간관계를 발전시켜 가업을 하거나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옛날에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 용산에서 일어난 것"

 

지난 2004년 고양시 풍동의 철거현장을 직접 촬영했던 김경만 감독은 철거민들의 화염병을 던져야만 하는 이유와 용역업체의 폭력성을 설명했다.

 

"철거민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게 용역업체를 부르는 것보다 더 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철거를 하는 이유는 보상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철거민들은 포클레인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고 그것을 불태운다. 포클레인을 태워야 장비 비용이 올라가고 그제서야 업체가 협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김경만 감독은 "대부분의 철거 현장은 주변에 7m 이상의 펜스를 쳐 일반 사람들이 철거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한다"며 "2004년 당시에는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서 아직도 대한민국에 이런 모습이 있냐고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풍동의 경우에도 매우 위험했었는데, 죽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며 "이미 예전에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 용산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4구역에서 8년 동안 당구장을 운영하다 철거민이 된 노한나씨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눈시울을 붉혔다.

 

노씨는 "용산참사로 숨진 고 양회성씨의 식당 위층에서 당구장을 운영했다"며 "풍동 철거민들의 모습을 보니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다. 노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100여명의 관객들에게 용산 철거민 투쟁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국가와 싸운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다.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더 싸워봐야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러나 각자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산 주민들이 모여 불의에 대항하며 싸움을 하다 보니 사람 사는 냄새를 맡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돈 한 푼 없이 사는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사람답게 산다고 느끼고 있는 시기이다. 행복하다."

 

이어 노씨는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무서웠지만 이제는 강해졌다"며 "빈손으로 나가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결과를 봐야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의 관객들이 찾아 두 감독과 철거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또 관객의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최슬기(22)씨는 "철거에 대한 개념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친구를 따라 극장에 왔다"며 "단순한 '돈'문제를 떠나서 '생존'을 걸고 투쟁하는 모습에 놀랐다. 용산 현장에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용산100일, #용산,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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