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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TV, 신문, 잡지 등 전통의 올드매체에서부터 인터넷까지 맛집정보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맛집사이트, 맛집동호회(카페), 맛집블로그로 대변되는 인터넷은 하루에만도 수십, 수백 곳의 음식점이 소개되고 또 일부는 맛집으로 등극하기도 한다. 맛집으로 등극하기가 쉬워진 만큼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인천에 있는 막OO횟집은 한때 블로그에 자주 소개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다시피하였다.

 

인터넷상에서 가장 신뢰 받는 곳은 단연 맛집블로그이다. 카페나 맛집사이트 게시판은 익명성과 책임의식이 약해 아무 집이나 막 올리는 경향이 있다. 식사했던 집마다 맛집으로 소개하면 대한민국에 맛집 아닌 집이 한 곳이라도 있을까. 반면에 맛집블로그는 꾸준한 활동으로 신뢰를 쌓아온 게 사실이다. 신뢰는 독자와 인지도를 얻게 해주었고, 그만큼 책임감도 뒤따라온 게 사실이다. 나 같은 경우 100곳이 넘는 식당 방문 자료를 가지고 있다. 한 집 한 집 소개할 때마다 그 자료에서 선별해서 올린다.

 

맛집정보가 넘치지만 더욱 넘쳐나야 한다. 식문화가 그 나라의 문화를 대변하는 시대이니만큼, 음식에 대한 관심은 식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랑스 요리가 세계 최고인 것은 세계에서 최고로 까다로운 평론가들 때문이죠.

 

내 블로그에 달린 댓글이다.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식문화에 대한 관심과 비평이 발전을 불러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일본의 예만 봐도 그렇다. 일반인들까지 요리사자격증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음식에 대한 관심은 극성스러울 정도이다. 매체의 극성은 우리 정서로 보면 도를 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그런 까탈스러운 관심이 없었다면 일본의 미식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의심되는 대목이다.

 

우리의 사정은 약간 다르지만,  맛집블로거들의 활약으로 인해 식당의 맛과 서비스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맛집정보의 긍정적인 현상이다.

 

최근 들어 올드매체에서 맛집블로그를 비판하는 기사가 부쩍 늘어났다. 맛집블로거의 비 전문성이 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지만 속내는 다른 데 있다. 맛집 정보의 주도권이 인터넷으로 옮겨왔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주도권을 빼앗기기 싫은 마지막 발악인 셈이다. 허나 대세는 이미 인터넷이 되었다.

 

젊은이들이 맛집 사이트에 몰리는 데는 신문·잡지·지상파 방송 등이 독자·시청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탓도 크다. 싸이월드 식도락클럽(yepok.cyworld.com) 남녀 회원 4명에게 올드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기존 매체의 맛집 정보는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식도락 동호회나 즐겨찾기를 해 놓은 블로거를 통해 맛집 정보를 얻었다. 이들은 "신문기사 등은 신뢰할 수 없다. 연재에 쫓겨 아무 집이나 기사화한다. (신문에 난) 맛집은 이미 다 소개가 되었다"(아이디 삐리고)거나 "신뢰할 만한 입맛을 가진 분들의 경험담이 기사 등에 비해 훨씬 믿을 만하다. 먹는 걸 낙으로 삼는 것과 일로 삼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아이디 햇살청년)고 답했다.

 

2009년 3월 11일자 <한겨레>에 난 기사의 일부분이었다. 정보의 주도권은 올드매체에서 인터넷으로 넘어간 것 외에도 전문가에서 집단지성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황교익 맛평론가는 "인터넷을 통한 집단지성의 시대인 것을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래학의 거장 '앨빈 토플러'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몇 년 후에는 창조적 인재가 각광 받을 것이다. 전문가의 장벽, 기존 사고의 틀 같은 것을 깨고 넘나드는 인재...

 

몇 년 후로 갈 것도 없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가장 먼저 허물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 공간이다. 일부 맛집블로거는 다년간의 활동으로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어가고 있으며, 1~2년 내 전문가의 영역에 한쪽발이라도 걸치고 있지 않을까싶다.

 

맛집정보, 양적으로는 더욱 늘어나야... 문제는 질

 

 

맛집정보가 넘칠수록 좋다고 하였지만 그로 인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맛집카페에서 민 업소가 맛과 별개로 인터넷에서 맛집대우를 받는 현실은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이다. TV든 인터넷이든 간에 쏟아져 나오는 맛집 정보의 질이 높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맛을 판단할 줄 아는 미각의 소유자가 많지 않다는 게 이유로 풀이된다.

 

예종석 교수는 맛을 안다는 것과 맛집을 많이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신뢰의 깊이는 맛집의 양이 아니라 정보의 깊이에서 나와야 하는 게 당연하다. 블로그에 맛집소개가 700여 편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미각의 달인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무림의 세계에서 고수는 말과 행동을 아낀다는 사실, 맛집블로그계에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시사인>의 기사를 보자.

 

우리는 흔히 '맛집 소개'가 음식 평론 문화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맛을 안다'는 것과 '맛집을 많이 안다'는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예종석 교수는 심지어 "음식 평론은 모든 평론의 최고봉이라 할 만큼 어려운 영역이다"라고까지 말한다. "다양한 음식을 최대한 많이 먹어보고, 정치·경제·역사·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다"라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맛집소개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게 맛 평론인 듯하다. 내 경험상 맛집비평은 맛집소개보다 배로 힘들다. 그 이유를 <시사인>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음식 평론이 쉬워 보이면서도 어렵고, 또 제기된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는 것은 이렇게 진위 파악이 어려운 탓이 크다. 어떤 재료를 쓰는지,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화학조미료를 넣는지 안 넣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방을 꼼꼼히 살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고차원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지만 아직 건전한 비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직접 경험하였다. 업소의 명쾌한 잘못도 반대파들의 떼 앞에서는 논점에서 흐지부지되고 만다. 인신공격까지 일삼는 게 그들이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애용하는 식당을 비평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눈뜬 장님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래서야 이제 갓 싹트기 시작한 식당비평이 정착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맛객은 지난 2007년 8월에 한 업소에 대한 비평을 내놓았다.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고 이를 취재한 <시사인>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맛집 정보에 대한 가감 없는 정보 교류'가 중요하고 '다른 음식점을 비판하기도 하듯이 은행골 또한 성역이 아니다'는 문제의식이 싹튼 것이다. 은행골의 경우는 맛집에 대한 과도한 우상화가 음식 문화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라 할 만했다. 문제의 누리꾼은 본질과 상관없는 '자신의 추억'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뭔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칭찬일색이었던 그동안의 맛집프로나 기사에 대해 반성을 하고, 건전한 비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

 

일단 4월30일(목) 밤 8시 30분에 KBS2에서 방영하는 <30분 다큐>를 주목해보자. 맛집정보의 홍수로 인한 문제점과 맛집비평 논란까지 담는다고 한다. 맛집블로거의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도 인터뷰녹화를 하면서 할 말은 하였다. 식당측 반론도 낸다고 한다. 블로그에서 시작된 논란이 결국 TV로까지 옮겨간 셈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식당비평을 하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식당의 수준과 손님의 수준은 동급. 어쩌면 손님의 수준이 식당의 수준을 만들지도. 식문화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란 얘기이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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