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12명이 펼치는 시골 학교의 봄 운동회. 캬~,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이곳은 1학년은 없고, 2ㆍ3ㆍ4학년 각 2명, 5ㆍ6학년 각 3명 등 12명입니다.
어제 아침, 아들 녀석의 4학년만의 운동회가 있었지요.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도심 속에 있는 신설학교라 운동장이 작습니다. 하여, 전 학년이 운동회를 할 수가 없어 학년별로 운동회를 나누어 치르는 탓에 흥미가 떨어지지요.
아들 녀석의 운동회를 마다하고 여수시 소라면 현천 소라초등학교 소라남분교를 찾은 건 추억을 되짚기 위함이었지요.
운동회, 어르신들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채우고운동장에 만국기가 흩날립니다. 딸랑 12명의 전교생이 서서 몸 풀기 체조를 합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낯설지만 조촐하고 귀여운 풍경입니다. 어르신들까지 40여 명이 모여 동네잔치를 벌입니다.
경기 종목도 재밌습니다. 우리가락 좋을시고 '사물공연', 이고지고 친정가세 '학부모 경기', 왜 이리 좋은고 '2인1조 부부 경기', 강태공의 즐거움 '어르신 낚시 경기', 굴렁쇠 이어 달리기, 미니 골프, 줄다리기, 바구니 터뜨리기 등입니다.
학부모 달리기는 없습니다. 다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기 때문이지요. 이우현 선생님은 "마음 같아선 옛날 한 가닥 했던 시절을 떠올리지만 급하게 달리다 보면 넘어져 다칠 것이 염려되어 뺐다"고 하더군요.
운동회는 사람이 북적여야 맛인데...식사시간. 아이들은 급식실로 들어가고, 어른들만 남아 본부석에 깔개를 펴고 앉았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돼지 삼겹살이 나올 텐데 오리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돼지 인플루엔자 여파가 있는 것아 축산 농가들이 걱정입니다.
"옛날에는 운동회 날이면 노래자랑도 하고, 하루 종일 동네가 떠들썩했지. 그때만 해도 아이들은 대여섯은 낳으니까. 학생들도 300명이 넘어 바글바글 재밌었지. 운동회는 북적여야 맛인데 다들 나가버리고 늙은 우리만 남았어."식사 후, 동네잔치는 끝이 납니다. 김행곤씨는 "바쁜 농사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운기를 몰고 왔던 어르신 할머니를 태우고 털털거리며 집으로 향합니다. 차 대신 경운기를 몰고 가는 모습에서 운치가 느껴집니다.
"늙어 힘이 있어야지. 줄만 잡고 있었어"
"할머니, 무슨 상 받았어요?""이 사람은 받고 나는 상 못 받았어."줄다리기에서 이긴 편만 치약 선물을 받았다며 한 할머니가 불만입니다. 옛날에는 바가지, 세수대 등을 모두 받았는데….
"선물 받으려면 힘을 좀 많이 쓰시지 줄을 안 당기셨나 봐요?""늙어 힘이 있어야지. 줄만 잡고 있었어. 안 그랬다간 나만 힘들어."그래도 학생들이 북적이는 아파트 속 학교보다 시골 운동회가 더 정감 가는 건 왜일까요.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자연 속 학교라서?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