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자리에 서서 말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 이야기를 조금 하고, 내려가고 싶습니다. 저는 2004년 3월 2일부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월급 40만원을 받고 일을 했습니다. 그때는 노조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개개인의 노동자가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금액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일했었습니다.
2005년, 책임자가 바뀌었습니다. 1년에 한번씩 쓰기로 한 근로계약서를 1년에 2번 쓰겠다고 했습니다. 또 실제로는 7시간 일하고, 근로계약서상에는 6시간 일한 것으로 표기하자고 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키지 않는 거짓된 근로계약서를 썼고, 저를 포함한 3명은 근로계약서 쓰는 것을 보류했습니다.
아들에게 보이기 싫은 모습이었지만, 용기를 냈습니다. "내가 회사에서 근로계약서를 쓰는데, 7시간 일하는데 새로운 책임자가 6시간 일하는 것으로 하자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하니?" 라고 묻자 아들은 "어머니, 부당한 요구이니, 도움을 받아 해결 하는 게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부당하지만 아무런 요구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그 후 우리는 노조를 결성했고 그때보다 지금은 훨씬 나아진 상황입니다. 여러분, 비정규직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닙니다."
119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 전야제 현장에서 발언한 대전지역 한 비정규직 여성의 이야기다. 취업 전선의 절실함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대학생으로서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었다. 발언한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실제 나의 엄마, 아빠세대의 이야기이자, 우리 세대의 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런 멀지 않는 현실을 인정하기에 우리네 대학생들은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수험서와 씨름을 하고 있다. 전공을 불문하고, 대부분 평생 안정적인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 올인 한다. 사회와 단절한 채, 취업이라는 벽을 통과하기 위해 그들은 철저하게 개인화 되어가고 있다. 그곳엔 우정과 사랑보단 경쟁이라는 이름의 개인만이 존재한다.
대부분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꼬리말이 따라다니고, 그것마저 급한 게 주변 선배들의 현실이다. '요즘 학생들은 헝그리정신이 없고,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려고 한다'는 뭇 신문들의 이야기는 성실하게 사는 대학생들을 화나게 한다.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주변의 친구들은 새벽 6시부터 학원을 가고,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또 저녁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루 24시간 중 3~4시간 새우잠을 자며 우리의 대학생들은 그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생의 문제이고, 그 자녀를 둔 엄마, 아빠의 문제이고, 결국의 대한민국 모든 가정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정부는 '잡 쉐어링'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미봉책을 내놓은 채 뿌듯해 하고 있다. 정부는 언제쯤 당리당략에 따른 싸움을 멈추고, 진정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는지.
희망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드러나지 않는 차별에 대해 그 차별을 인정하고 '내면화'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올바르게 바라보면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고쳐나가려는 의지가 개인을 바꾸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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