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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시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융합하고 문화적 관습이 변화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범주들 간의 명백한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기만 하면 대중, 대집단, 소집단, 대인간 커뮤니케이션을 자유롭게 오가며 수용자들이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방식은 정치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바야흐로 웹2.0, 블로그를 앞세운 쌍방향 정치커뮤니케이션 시대다. 우리 주변엔 경직된 자기 PR 중심의 홈페이지에서 한발 더 대중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치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독특한 콘텐츠와 새로운 아이콘이 유명 저널리스트들 못지않게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는 정치인 블로그들이 갈수록 눈에 띈다.

홍보와 '소통의 장'으로 인터넷 활용...'블로그 정치' 시대

전주시 덕진구 한 할머니가 정동영 당선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할머니와 함께... 전주시 덕진구 한 할머니가 정동영 당선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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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건 그만큼 블로그가 새로운 미디어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대부분 주장을 기성 언론에 기고했던 글이나 정책적 특성을 지닌 글이 대부분이어서 다소 식상함을 안겨주고 있지만 정치에 문외한인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정치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방식 때문이다.

공식 홈페이지 외에 사이월드, 카페 등 미니홈피에 이어 블로그까지 폭 넓게 운영하면서  개인의 홍보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펼치는 정치인을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보았다.  

노동절인 5월 1일 저녁 8시. 전주시 송천동 한 아파트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많은 이들이 누군가와 가벼운 스킨십을 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낮익은 얼굴이다. 4·29 전주 덕진 재선거에서 당선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었다. 당선인사 치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선뜻 다가서자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한 참모로 보이는 사람이 쪽지를 건네주는 게 아닌가. "웬 쪽지?"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 당선자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주소였다.

전주시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정동영 당선자.
▲ 당선 후 시민들과 함께... 전주시민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정동영 당선자.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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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함께 찍은 당선 기념사진을 다음날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볼 수 있고,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한 쪽지였다.

얼떨결에 아는 지인과 함께 정 당선자를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본능적으로 기사감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필자도 연신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댔다. 집에 들어와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어머니이신 전주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온 전주의 아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신 전주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란 타이틀의 홈페이지엔 최근 그가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겪었던 어려움과 주변의 이야기들, 그리고 당선소감 등이 가득했다. 그가 직접 올린 글들은 짜임새 있는 문체와 구성 등으로 탄탄한 호소력을 지녔다. 언론인 출신답게 다양한 칼럼의 글들이 가득했다.

정동영 블로그, 연성과 경성 가미한 글 402건이나...

정동영 당선자의 홈페이지.
▲ 공식 홈페이지 정동영 당선자의 홈페이지.
ⓒ 정동영 선거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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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정치인 홈페이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의 홈페이지에 링크된 사이트들이 눈길을 끌었다.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란 카페와 그의 사이월드 미니홈피, 게다가 '티스토리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그 중 블로그는 가장 관심을 끌었다. 다른 블로거의 초대장을 받아야 개설이 가능한 '티스토리 블로그'에 그는 많은 글을 올려  100만 명 이상의 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가 올린 글에는 많은 댓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따끔한 충고와 격려, 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댓글에 대한 성의 있는 답과 소신 있는 주장의 글 등으로 블로그가 소통의 채널로 활용되고 있었다. 많은 댓글들 중에는 최근 재선거 결과에 대한 뼈 있은 지적의 글이 시선을 끈다.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평을에 출마했으면 좀 더 인지도와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쉬운 길을 선택하신 건 아닌가...지지자로서 아쉬움도 남습니다."

"참 좋은 글(지적)"이라며 "국민과 함께 전주시민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라는 답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주고받는 화법에서 상호존중과 겸손, 천절함이 묻어난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단순히 개인적 주장의 글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무려 10개가 넘는 카테고리로 운영돼 소통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함을 느끼게 한다.  

<다음>에 등록된 정동영 당선자 블로거뉴스들.
▲ 정동영's 블로거뉴스 <다음>에 등록된 정동영 당선자 블로거뉴스들.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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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Dy's team.
Today's DY Issue.
세계로 가는 기차.
내 말이 틀렸냐구요?
DY랑 지나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Dy 보청기정치.
DY 칼럼.
그 외 이야기들.
중산층의 나라로!
평화가 돈이다!
교육 혁명!

연성과 경성을 적절히 가미한 글들은 벌써 402건이나 등록돼 있었다. 그동안 그의 정치족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독특하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그가 포털 사이트 <다음>의 '블로거뉴스'에 올린 278건의 기사 중 11건이 베스트 블로거 뉴스로 선정, 추천과 조회수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이번 재선거 기간 중 정 그의 공보특보를 맡았던 이대성씨(52. 전 언론인)는 "언론인 출신이어서 그런지 직접 글을 쓰거나 대화하는 방법의 소통을 평소 선호하는 편"이라며 블로그와 미니홈피에도 평소 매우 정성을 들여 관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블로그, 홍보수단보다 '소통의 장' 돼야

정동영 당선자 개인 블로그.
▲ 국민과 함께... 정동영 당선자 개인 블로그.
ⓒ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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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그가 그동안 겪어온 정치적 소회와 살아온 삶의 언저리를 재구성해 정리한 것이지만 그 중 최근 베스트 글에 오른 '초등학교 6학년 승아의 편지를 받았습니다'란 글에선 뭉클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정치가 무엇인지 수많은 정의와 수식어가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각기 다른 것이겠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만큼 얻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요."

한 초등학생이 그에게 보낸 격려편지에 대한 답장에서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그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층들과 소통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많은 정치인들이 인터넷을  활용하여 블로거뉴스 기사로 자주 등장하는 등 인터넷을 통해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양한 정보나 전문적인 뉴스보다는 호흡, 소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치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정치인의 홈페이지는 소통의 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홍보가 주목적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블로거 활동은 홍보의 장에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 오게 하고 있음을 정 당선자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DY's 블로그'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논평과 칼럼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과 주변의 잔잔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러나 접속자를 지나치게 의식한다거나 자신의 주장만을 나열한다면 소통대신 홍보의 장으로 전락하기 쉽다. 이는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를 자극할 소지가 크다. 

개성 있고 배려 깊은 콘텐츠를 만들면 누구나 훌륭한 블로거가 될 수 있는 게 요즘 인터넷 환경이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를 단순한 홍보수단으로 착각하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신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들의 생각을 평가받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하게 될 정동영's 블로그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정치인 블로그 탐방기는 특정 정치인만을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든 주변에서 독특한 블로그를 운영하며 새로운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정치인들의 블로그가 있다면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그:#블로그, #정동영,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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