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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부처님 오신 날, 탤런트 김여진씨가 멀쩡하게 잘 사는 절 울렸습니다. 휴지도 손수건도 전혀 없던 저는 체면을 무시하고 눈물, 콧물을 손등으로 쓱 문질러서 옷에 또 쓱 닦아야 했습니다. 아. 정말 창피해서. 왜 울었냐고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이 모든 책임은 다 김여진씨한테 있습니다. 이유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부처님 오신 날, 김여진의 <공감> 이야기가 날 울리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나온 작가 김여진은 성격이 약간 까칠한 듯 보이지만 실은 정이 많았고, <이산>의 정순왕후 김여진은 소름이 끼치도록 독살 맞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은  탤런트를 볼 때 드라마속의 모습이 진짜 그 사람인 양 착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김여진씨의 이미지를 확 깨는 일이 있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인 어제(2일), 불교 수행 공동체인 정토회에는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님을 비롯해 전 국회의원이던 이부영님, 김홍신님, 노희경 작가, 탤런트 배종옥님, PD분 등 사회 각계에서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바로 이 분들에게 김여진씨가 작년 가을 자신을 많이 울게 하고, 기도하게 했던 사건을 '공감'이라는 주제로 짧은 연극을 준비했습니다. 김여진씨는 현재 JTS(국제기아, 질병, 문맹퇴치기구)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감자 굴에 들어가 질식해 죽은 북한 꽃제비 상학이 

감자골 상학이를 연기하는 김여진
 감자골 상학이를 연기하는 김여진
ⓒ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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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학아? 상학이 어딨나? 우리 상학이 못봤나? 상학이 못봤나?" 
"엄마?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엄마. 내 지금 어딨나? 왜 이리 깜깜한건가? 내가 감자를 먹으러 왔슴다. 누가 분명 감자가 있다고 했는데. 내가 먹었든가? 꿈꿨나? 감자가 돌맹이처럼 딱딱했슴다. 그렇지만 맛있었슴다. 여태 풀죽만 먹었는데 배가 끊어질 듯 아팠슴다. 엄마. 감자가 참 달고 맛있었슴다. 근데 지금 너무 자부러서 일어설 수가 없슴다. 근데 너무 숨이 막히고 자꾸 졸립니다. 엄마? 엄마, 나 여깄슴다. 시방 나 여깄슴다. 엄마. 여긴 너무 춥습니다. 내래 엄마 무섭슴다. 엄마…."

이 연극은 작년 5월, 배고픔에 허덕이던 북한의 꽃제비 상학이가 감자굴에 들어갔다가 그 냄새에 질식해 죽었던 내용입니다. 

김동석(17세)군은 꽃제비 친구들과 함께 감자굴에 갔다. "상학이가 들어가고 나는 망을 봤어요. 뚜껑을 닫아놓고 들어갔는데 한참 있어도 안 나오더라고요. 나 말고도 같이 간 애들이 많았는데 아무도 못 들어갔어요. 나도 죽을까봐 못 들어갔어요"라고 했다. "그 애를 보름이 지나서 꺼내게 돼서 우리끼리 장례 지내줬어요. 상학이가 감자를 꼭 쥐고 죽어 있었어요. 나는 나 살자고 상학이 꺼내줄 생각도 못했는데 상학이는 감자를 두 손에 쥐고 죽었어요"라며 울었다. 상학이는 장례를 치러줄 친구라도 있지만 이렇게 죽어간 다른 꽃제비 아이들은 시체를 꺼내보면 이름도 주소도 몰라 그냥 묻히고 만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아이들이라 그렇게 이름 없이 죽어간다. - <좋은 벗들>( 2008. 6. 26)

당시 상학이 이야기는 EBS 지식 채널로도 방송돼 많은 사람들을 울게 했고, 그 울던 사람들 속에 김여진씨가 있었습니다. 김여진씨는 그 당시를 이렇게 고백합니다.

"작년, 북한동포의 죽음은 저를 매일 기도하게 했습니다"

김여진의 <공감>이야기
 김여진의 <공감>이야기
ⓒ 정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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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 가을에 굶어죽는 북한동포의 소식을 듣고 너무 슬퍼서 매일 아침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혜를 달라고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많이 무서웠습니다. 절망속으로 저도 같이 끌려들어갈 것 같아서….

그런데 굶어죽는 북한동포 돕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면서, 매일 아침 기도를 하면서, 그 슬픔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조금씩 커졌고, 오히려 제 개인적인 문제나 고민은 작아지고 사소해졌습니다."

김여진씨는 작년 노희경 작가와 배종옥씨 등 많은 탤런트 분들과 함께 북한동포 돕기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아마도 감자굴에 들어간 상학이와 백원에 딸을 팔아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김여진씨는 마음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를 '생명을 살리는 도구'로 써달라는 김여진의 기도 

김여진씨는 요즘도 매일 일어나 108배 절을 하면서 이렇게 기도한다고 합니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온 자 되게 하소서.  

굶주림이 있는 곳에 쌀이 되게 하소서. 굶주림이 있는 곳에 밀이 되게 하소서. 굶주림이 있는 곳에 빵이 되게 하소서. 굶주림이 있는 곳에 밥이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김여진씨의 기도를 듣고, 스님도 목사님도 작가도 정치인도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고,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고, 자기를 버리는 것이 영생을 얻는 길이라는 기도가 제 마음에 와닿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김여진씨의 '공감'은 제게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라고 합니다. 2600년 전, 부처님께서 왕위도 버리시고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해탈의 길을 우리에게 열어 주셨듯이 저 또한 나만 행복하고, 내 가족만 행복한 길을 살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작은 것도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도 행복하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토회, #김여진, #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부처님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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