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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를 가나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은 "에이~ 우리 때는 전부 손으로 했어" 라고 이야기 하실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대학생 아니 초등학생들조차도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개별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빛비즈에서는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돋보이는 기획서>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글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은 '너무 기초적이다' 라는 것과 '이 정도는 초등학생도 알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근데 이걸 어쩌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워포인트라면 쩔쩔 매던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다니…….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 기존의 전공과목들이 수업위주의 진행 방식이었고, 교양과목 같은 경우에도 필수과정만 이수하면 되었기 때문에 파워포인트를 사용해야하는 과목도 있었지만 그렇게 중점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대충해가도 전부 그 수준이 그 수준인 경우가 많아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학과에서는 'XX사업단'과 계약을 맺고 교과과정을 수정하였는데 전공과목은 XX공정 및 설계라는 이름으로 변해져서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여 세미나를 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고학년에서 실시하던 프로젝트 과목이 저학년에게까지 적용되고 갈수록 엄격해져서 이전에 대충 대충해서 제출하던 때와는 다르게 개별로 평가받는 식으로 변경되어 세미나 준비다 프로젝트 준비다 해서 어쩔 수 없이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고작 파워포인트에 글자나 타이핑하고 그림이나 붙여 넣는 실력이었는데, 때문에 선배들에게 비아냥아닌 비아냥거림을 들은 기억도 있었다.

 

"넌 나이도 어린게 왜 이런걸 못하냐?"

"뭐 이제 어리니까 금방 배우겠지. 냅둬"

"야 안 되겠다. 너 저리 가서 자료나 정리해라"

설계과목은 이렇게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옆에서 선배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곁눈질로 조금씩 배워나갔지만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프로젝트는 나를 압박해왔다.

 

그런데 마침 담당 조교가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인원을 전부 연구실에 모아서 완성될 때까지 연구실에 붙잡아 두고는 옆에서 코치해주셨다. 사실 코치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는 내가 나름 시간을 들여 작성해놓은 것을 보시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것 좀 지워라." , "페이지수가 왜이리 많냐?" , "한 페이지당 글자 수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면 어떡하냐?" , "넌 대체 이 페이지에서 뭐를 얘기 하고 싶은 거냐?" , "대체 여기에 이 그림이 왜 들어가야 되는데?" , "그래프가 너무 허접하지 않냐?" , "보고서 작성할 때 형식 꼭 맞춰야 하는거 알지?" , "여기다가 도면을 좀 예쁘게 그렸으면 좋겠는데?"  

  

덕분에 나는 꼼짝 못하고 붙잡혀서 O. K.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몇차례에 걸쳐서 보고서 작성에 매달려야만 했다.

 

이 책은 내가 조교에게 배운 보고서를 수정하고자 했던 모든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초보자에게는 가장 정확하고 쉬운 그야말로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기획서 작성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기획서가 가져야 할 모든 것이다. 이 책은 <기획서 작성의 기본=모든것>이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

 

나의 경험과 같이 학과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도 잘 정리되고, 핵심을 알기 쉬우며,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고 거기다 보기에도 깔끔한 발표 자료가 필요한데 하물며 기업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자의 흥미에 맞게 기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고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기초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분들이 계신지도 조금은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로 아직도 책의 내용을 그대로 갖다 붙이는 형식의 파워포인트를 작성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책을 무조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 않다. 게다가 내용의 절반 이상이 기획서 작성요령을 손쉽게 이해시키고자 시각적인 자료를 사용하였다. 저자는 손수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거듭 확인 시키고 있는 셈이다.

 

내가 앞서 초등학생도 알겠다고 한 것처럼 친절하고 알기 쉬우며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만큼 이 책은 어느 누구에게나 효과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파워포인트를 만지지 않아서 감이 약간 떨어졌는데, 이 책을 곁에 두고 책의 내용을 숙지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돋보이는 기획서 :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 현장밀착형 비즈니스 활용서, 회사통 01

이시오카 히로쿠니 지음, 전경아 옮김, 이정훈 감수, 한빛비즈(2009)


#돋보이는 기획서#이시오카 히로쿠니#한빛비즈#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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