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학교장들은 업무추진비를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지역교육청 고위공무원 아들 등의 결혼식 축의금과 다른 학교장 장모상 조의금, 교육청 고위공무원 퇴임 찬조금 등으로 1년에 수백만 원 가량을 관행적으로 지출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교육 예산을 교육 관료들 사이에서 속칭 '돌려 나눠먹기'를 해왔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부평신문>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인천지역 41개 초ㆍ중ㆍ고등학교의 학교장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분석에 따르면, 2007년 9월 8일 나 교육감의 둘째 아들 결혼식에 3만 원이나 5만 원의 축의금을 학교장 업무추진비로 집행한 학교는 41개교 중 2개교를 제외한 39개교였다.

당시 인천지역 초ㆍ중ㆍ고교가 456개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400개 이상의 학교에서 학교장 업무추진비로 축의금을 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봤을 때 나 교육감이 차남 결혼식에서 1000만 원 이상의 학교예산을 축의금으로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대다수 학교에서 학교장 업무추진비 1년 예산 1000만~2000만 원 중 적게는 57만 원에서 많게는 251만 원까지 해당학교 관계자가 아닌 지역교육청 교육장의 아들 결혼 축의금, 다른 학교 행정실장 장모상 조의금, 교육청 고위공무원의 퇴임 찬조금 등으로 연 19~81회 관행적으로 지출했다.

계양구의 ㄱ고교는 2005년 1919만 원의 학교장 업무추진비 중 158만 원(총 52건), 2006년 1965만 2000원 중 123만 원(총 41건), 2007년 1762만 원 중 72만 원(24건)을 해당학교 관계자가 아닌 사람의 경조사비나 찬조금 등으로 지출했다.

연수구의 ㅇ초교는 2005년 2128만 3440원 중 96만 원(총 32회), 2006년 1980만 8020원 중 242만원(총 80회)을 지출했다. 부평구의 ㅅ고교는 2005년 59만 원(총 19회), 2006년 247만 원(81회), 2007년 251만 원(총 80회)을 지출했다.

학교 예산으로 경조사비나 찬조금을 지출하는 대상도 아주 다양했다.

특히 남구의 ㅈ고교는 2005년 6월 8일 국회의원 자녀 결혼 축의금 3만 원, 부평구의 ㅅ중학교는 2006년 5월 19일 전 지역교육청 교육장의 자녀 결혼 축의금 5만 원, 계양구의 ㄱ고교는 2007년 9월 언론사 기자의 아들 결혼식 축의금 3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아울러 각 학교에서는 학교장의 퇴임식 비용으로 적게는 15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 가량을 지출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도덕적으로 누구보다 청렴해야할 인천교육계의 수장이 시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축의금을 받았다는 것은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2007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들 결혼식 청첩장을 각 학교에 돌린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운영위원을 하며 경조사비 예산 사용을 지적했지만, 바뀌지가 않았다"며 "각 학교의 학교장뿐 아니라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교육계 관료들끼리 경조사비 등을 돌려 나눠먹기 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 교육지원과 담당 사무관은 이에 대해 "학교장 업무추진비에 대한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며 "점점 학교자율화로 학교장의 권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고, 교육청에는 업무추진비에 대한 규정은 없으며 일일이 그런 지침을 내릴 순 없다"고 답했다.

교육청에서 이런 관행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4위 성적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청렴도 향상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인천시교육청의 구호가 헛구호로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