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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도우가 아니에요!"

 

개구쟁이 도우가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입니다. 여섯 살이 됐으니 도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눈에 힘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우가 아니라 형이에요! 형이라고 불러야 돼요!"

 

10여 개 나라 다문화 자녀 30여 명으로 구성된 '다문화어린이마을'(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김도우'(6세)는 유일하게 한국 부모를 둔 어린이입니다. 한국 대표인 셈입니다. 엄마가 '다문화어린이마을'을 관장하는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의 활동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도우는 기운이 넘치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파워에너지'란 별명을 붙였습니다. 이 아이는 철철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서 이 반 저 반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사고를 치기도 하는데…. 웃기는 3총사 김도우(6세-한국), 레슬리(6세-가나공화국), 니키타(6세-러시아)이 벌인 아주 재밌는 사건을 소개합니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자 '레슬리'가 다른 아이들에게 거시기를 좀 보여 달라고 했다는군요. 웃기는 3총사는 차례로 엉덩이를 까면서 서로의 엉덩이 즉, 검은 엉덩이(네슬리)→횐 엉덩이(니키타)→누런 엉덩이(김도우)를 서로 구경한 다음에 거시기를 서로 보면서 키득키득 거렸다는군요. 프로이드에 의하면 이건 거시기 한 일이 아니라 발달 과정의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사건 발생 이후 니키타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누구 엉덩이가 최고 멋있어?"

"레슬리 엉덩이!"

"도우 엉덩이는 어땠어?"

"꾸린 내가 났어요! 꾸린 내 ^^"

 

러시아에서도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렴!

 

해맑은 웃음으로 기쁨을 주는 도우야~~*^^*

우리 도우 이제 러시아에 가는 구나 ㅜㅜ

도우, 러시아에 가서도 지금처럼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고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바라~ 항상 건강하고*.*

그리고 선생님과 기리반 친구들이 도우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

잊지 말고~ 사랑해 도우야 ^-^

 

- 도우를 사랑하는 기린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

 

도우가 니키타네 나라인 러시아로 떠나갑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도우 아빠가 모스크바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마침, 도우 엄마는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 역사를 전공한 가운데 박사 논문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온 가족이 함께 러시아로 이주하는 것입니다. 4월 초순에 미리 떠난 도우 아빠가 거처를 마련함에 따라 도우 엄마와 도우는 오는 8일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고 떠납니다.

 

도우는 오늘(6일) 좋아하는 여자 친구 고은이(6세-베트남)와 사이좋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연적(戀敵)인 네슬리와도 재밌게 놀았습니다. 도우를 돌보느라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던 박은하 선생님과도 눈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마을 친구들과 작별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도 찍었습니다.

 

작별의 눈물? 그런 것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평상시 그랬듯이 장난치면서 헤어졌을 뿐입니다. 도우는 4년 동안 모스크바에 살다가 한국에 올 계획입니다. 이미, 여러 나라 친구들과 다문화를 경험했으니 특히, 러시아 친구인 '니키타'와 오래 사귀었으니 모스크바에 가서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아주 많이 사귈 것이 틀림없습니다. '파워에너지'로 인해 기죽을 아이도 아니기에 든든합니다. 여하튼 4년 뒤, 10살 소년이 되어 나타날 때 그 모습이 재밌게 그려집니다.

 

'도우' 아참 '형'이 떠나면 한국은 조용해질 것입니다. 좀 더 좁혀서 이야기하면 서울 금천구 가산동 다문화어린이마을 그리고, 도우네 가족이 살던 독산동 일대는 잠잠해 질 것입니다. 대신 모스크바가 소란스러워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미안해요 러시아, 파워에너지를 감당해주시길^^^

 

모스크바 이웃들과 잘 지내다 돌아오시길!

 

 

원주민에서 이주민으로 처지가 바뀌는 도우 엄마 한영숙씨는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카자흐스탄 알마타에서 '중앙아시아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유학생 생활을 하면서 동남아시아 학생들과 이주노동자들을 많이 접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를 몹시 차별하는 한국 상황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했습니다.

 

이주노동자 돕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이주노동자의 대부 대모인 김해성-이선희 목사를 만나면서 이 일에 헌신하게 됐습니다. 그는 광채 나는 구두와 고급 양복으로 치장한 목사보다는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싸우고 뛰느라 구두 닦을 새도 없어 '먼지가 뽀얗게 앉은 구두'를 신은 김해성 목사와 '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확성기를 든' 이선희 목사의 모습에서 감동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는 유학생 시절이던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 동안 이주노동자 돕기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방학이 돼 한국에 돌아오면 경기도 성남과 서울 가리봉을 오가며 이주노동자를 위한 자원봉사를 했던 것입니다. 자연스레 활동가로 전환해 5년 동안 '지구촌 사랑나눔'에서 일했던 것입니다. 다문화가정이 되는 '도우네' 가족을 보면서 '역지사지'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럼요. 누구든 이주민이 되고, 다문화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도우네 가족을 러시아로 떠나보내는 마음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스킨헤드(인종차별주의자)들의 이주민에 대한 공격이 국제적 문제로 떠오를 정도로 심각성을 띠기 때문입니다. 도우 엄마도 염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이주노동자 및 다문화 가족에 대한 차별과 냉대가 끊이지 않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고 가슴이 아픕니다.

 

다행인 것은 10년에 걸친 이주노동자 활동가 과정에서 몸에 밴 열린 마음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애썼던 헌신과 애정을 하늘도 아시기에 좋은 이웃들을 만나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모스크바의 이웃들이여! 도우네 '다문화가정'을 부탁하오니 차별-냉대 말고 친절과 배려로 잘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오늘(6일) 도우 엄마 한영숙씨가 모스크바로 떠나는 이주민의 소감을 이렇게 밝히더군요.

 

"모스크바에서 아이를 교육하고 생활하면서 저도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유색인종을 몹시 싫어하고 심각하게 공격한다는 것을 알기에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즐겁게 지냈듯이 러시아의 좋은 이웃들과 4년 동안 즐겁게 지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그:#다문화, #이주민, #러시아, #다문화어린이마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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