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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잔치에서 윷을 던지고 있는 김병서씨(사진 맨 왼쪽에 초록색 저고리를 입고 있는 사람)
 설날 잔치에서 윷을 던지고 있는 김병서씨(사진 맨 왼쪽에 초록색 저고리를 입고 있는 사람)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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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스노우맨 두 개 있는 거요."
"스노우맨? 어떤 거요?"


항상 독창적인 생각으로 수업 시간을 즐겁게 해 주는 인도 학생 김병서씨의 말에 본 기자를 비롯한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당황했으나 곧 그것이 바로 '홍'자를 이르는 말인 줄 알게 되었다. 한글의 음절이 반드시 자음으로 시작해야 하고 '자음 + 모음 + (자음)'인 것을 모를 때에 '공'의 'ㅗ'와 'ㅇ'의 결합을 'ㅎ'으로 보는 실수를 하곤 하는데, 병서 씨는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ㅎ'을 '스노우맨'으로 표현하여 바로 알아보지 못 한 것이다.

이처럼 병서씨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대하여서 그의 독창적인 생각 덕분에 같은 반 학생들은 즐겁게 공부하고 그렇게 습득한 것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기초 2반인 병서씨는 영어를 배우러 미국에 온 한국인 여자 친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게 된 인도 학생인데, 엔지니어인 동시에 베이스 기타리스트이다.

기초1반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늦게 배운 탓에 '모음 소년'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병서씨는 자신이 '모음 소년'을 벗어나게 되었다고 같은 반에 있는 필리핀 학생에게 케이크를 가져오라고 요구할 정도로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다. 김병서씨는 특히 'ㅂ'을 잘 기억 못 했는데 'ㅂ'을 보고 있던 김병서씨가 한 말에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ㅂ'은 'A'를 뒤집어 놓은 것이니까 'A'의 반대는 'B'예요". (물론 영어로 한 말임)

그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것이 사실이다. 'ㅂ'을 'A'를 뒤집어 놓은 것으로 본 것도 그렇고 'A'의 반대를 'B'라고 생각하여 'ㅂ'의 발음과 연관시킨 점도 그렇고 확실히 일반 사람들이 보는 관점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또 한 번은 "○○이/가 어디에 있어요?"라는 문형을 연습하는데, 같은 반 남학생이 "책이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 물음에 김병서씨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나한테 '자기'라고 했어요?"라고 해서 다시 한 번 학생들을 당황하게 했다. 김병서씨에게는 '책이'가 '자기'로 들렸던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배우는 편이고 설상가상으로 오른 손에 수술까지 하면서 수업에 빠져서 아직 한국어가 많이 서툴지만 그래도 '자기야, 사랑해!'라고 한국어로 여자 친구에게 말할 줄 아는 병서씨는 수업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다음 주부터는 한국으로 돌아간 여자 친구와 인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러 가느라고 학교에 오지 못 해서 화상채팅을 통해서 한국과 인도에서 수업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아직 엄한 여자 친구 집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 하는 상황이라서 조심스럽고, 더욱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여자 친구와 한국어로 소통하고 나아가서 여자 친구 가족들과도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 동안 김병서씨가 없는 기초2반 수업이 조금은 조용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어드로이트 칼리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태그:#한국어, #어드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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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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