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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조선일보 본사에서 우리 단체 앞으로 편지가 한 통 배달되었습니다. 언론운동을 한 지 15년이 지났건만 처음 받아보는 우편물이었습니다. 우편물을 뜯기 전까지는 정말 무지 궁금했습니다. 조선일보가 뭘 보냈을까?

나도 서울민언련 대표처럼 명예훼손에 걸린 건 아닐까? 명예훼손이었다면 경찰이나 검찰에서 보내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이르자 사정없이 우편물 봉투를 찢었습니다. 웬걸요, 조선일보 사보였습니다. 간혹 보면 타이어회사나 식품회사에서 장기적인 고객관리 차원에서 사보를 원하는 고객에게 우편으로 보내주는 경우는 있지만,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사보는 처음 받아보았습니다.

조선일보 사원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사보 우편물
▲ 조선일보에서 방송한 우편물 조선일보 사원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사보 우편물
ⓒ 강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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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KBS 사보는 우리가 받아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보를 신청한 적도 없는데 처음으로 배달되어 온 것이었습니다. 사보를 받아보고서야 왜 조선일보가 이쁜 데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우리 단체에 사보를 보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주간 1903호 2009년 4월 24일 발행일자로 되어 있는 사보는 타블로이드 판형에 4면이었습니다.

조선일보 사보 1면 머릿기사, 더 건강한 조선일보를 얻었다
▲ 사보 1면 조선일보 사보 1면 머릿기사, 더 건강한 조선일보를 얻었다
ⓒ 강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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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은 머릿기사로 "우리는 더 건강한 조선일보를 얻었다"는 제목으로 김대중 고문의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하단에는 "장자연 사건 본사 임원과 전혀 무관"이, 3면에는 "본사 임원 행세한 인물 있었다면 반드시 밝혀야", "진실 밝혀져 후련... 중상모략 세력 죄값 물어야", "큰 나무엔 원래 바람 잘날 없는 것과 같은 이치", "5만여건 통화중 한번도 기록 없어", "그 시각 다른 모임 참석 입증돼" 등 여러 건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조선일보 임원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
▲ 본사임원과 무관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가 조선일보 임원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
ⓒ 강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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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 내용의 핵심은 이러했습니다.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장자연 리스트에 오르내린 이는 조선일보 임원과 전혀 상관이 없으니 앞으로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라 뭐? 이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망한 장자연씨로 인해 조선일보가 수많은 의혹에 휩싸이고 중상모략에 시달렸습니다. 장자연씨는 가고 없지만 그래도 저는 조선일보가 죽은자에게 명예훼손을 걸어주길 기대 합니다. 왜 죽을려면 곱게 죽지 아무 상관이 없는 조선일보 고위 임원을 유서에 적으면서 꼭 뭔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게 만들었는지 말입니다.

김대중 고문은 이렇게까지 적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향한 모함이 "조선일보, 나아가 보수언론, 더 나아가 이 사회의 기존 질서를 뒤 흔들려는 음모로 돌변했다"로 평가했습니다. '이 사회를 뒤 흔들려는 음모'라고까지 생각하시니 싸가지라곤 병아리 눈물만큼도 없고, 버릇없는 네티즌들이 저도 미워집니다.

그런데 김대중 고문의 기고문을 읽고 저는 그동안 가졌던(장자연 리스트의 주인공 일부) 의문이 조금은 풀렸습니다. 리스트에 올라간 이름이 과연 누굴까? 정말 미치도록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이 오늘 풀렸다는 것입니다. 김대중 고문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처음 우리사의 그분이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알려졌을 때 나는 피식 웃었다."

김대중 고문이 말하는 "우리 사(社)의 그분"이 누군지는 저도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고문 자리에 계신 분이 '그분'이라고 칭할 정도면 아무래도 직장에서 위계질서 상, 윗분이 아닌가 싶은데 고문보다 윗분은 누굴까?

사장 아니면 회장 정도로 생각되는데 제 추측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본사 임원 행사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주장은 진심에서 한 말인지 아니면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임원을 행사한 사람이 있다면 무슨 죄로 처벌이 가능합니까? 이게 무지무지하게 궁금합니다.

공무원은 사칭하면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누가 뻔히 얼굴을 아는 사이인데도 신문사 임원을 사칭 했을까?

참 그리고 우편료가 부담이 안 되신다면 사보는 꼬박꼬박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짬뽕 받침 종이로 아주 제격이거든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blog.daum.net/gnccdm 경남민언련 블로그에도 포스팅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서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조선일보 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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