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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문제라는 말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현행 제도 하에서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안타깝다고 립 서비스 할 만도 했다. 그런데 안양시장은 "시청 앞에서 떼를 쓴다고 문제가 해결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정지었다.

 

지난 5월1일, 안양시 심규순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안양시 청소 용역업체에서 해고된 직원이 매일 장송곡 등을 틀어 놓고 집회를 해서 인근 사업체와 시민들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가로 미화원으로 채용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에 이필운 안양시장은 "시청 앞에서 떼를 쓴다고 문제가 해결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탁업체 문제라 시가 관여하기 어렵다. 가로 환경 미화원으로 채용하기 힘들다. 시가 일자리 뺏고 길거리로 내몰은 것이 아니다. 회사 바뀌면서 일부 미 채용된 것이다. 이해 해 달라"고 답변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필운 안양시장 발언 속에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경직된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떼법' 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낸 이명박 대통령 사회 인식과 비슷한 시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떼법'을 근절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도대체 '떼법'이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떼쓰면 곧 법이 된다는 말이다. 말이 되는가? 물론 말이 안 된다. 그런 법은 지금까지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무조건 근절하겠단다. 실제로 무조건 근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나라당은 '떼법근절'을 위해 '불법 집단행위 관련 집단 소송법'을 제정하려고 목하 노력 중이다.

 

지난 4월 3일에는 국회 법사위(법제 사법 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찬성론자들은 "불법집단행위를 용인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펼친 반면 반대론자들은 "비판적인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 법치주의 한꺼번에 후퇴

 

 

이명박 대통령의 경직된 시회인식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를 한꺼번에 후퇴시켰다.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가 10명 중 6명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법치주의가 이전보다 후퇴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발전했다는 견해는 1명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참여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정권 출범직후부터 계속된 촛불집회를 둘러싼 논란과 미네르바사건, 신영철 대법관 재판관여 의혹사건 등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결과는 법률신문이 지난 4월25일 제46회 법의 날을 앞두고 16~23일 전국의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가 2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것은 굳이 설문 조사 결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떼법'이란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온 자체가 곧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것을 의미 한다. 민주주의 후퇴는 이번 촛불 문화제 1주년 기념식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검찰은 4일 노동절 범국민대회와 촛불1년 기념집회 과정에서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을 전원 입건하겠다고 밝혔다. 체포된 시위참가자 수는 241명이고 이 중 5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또 경찰은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까지 막고 참가자들을 연행했다.

 

그뿐인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집회 시위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람의 수가 2700명을 넘어서고 있다. 또 촛불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자 경찰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과 조.중.동 불매 운동을 벌인 네티즌 등 30여명을 연행했다.

 

결국 '떼법'을 근절하겠다는 이 대통령 의지로 때려잡은 것은 광우병 쇠고기 먹지 않겠다고 거리로 나온 여고생과 시민, 노동자들뿐이다. 하나같이 힘 없는 계층이다. 이 대통령이 "떼법'으로 잡으려 한 것은 우리 사회 힘없는 민중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다. 그래서 "떼쓴다고 문제 해결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란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발언한 "떼법 근절 하겠다"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기본 생각에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안양시는 앵무새? "위탁업체 문제라 시가 관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고된 환경 미화원들이 이 시장 말대로 정말로 떼를 쓰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환경미화원 해고 사태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안양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환경 미화원들은 단순히 회사에서 짤린 것이 아니다. 이들은 안양시 선별장 위탁 대행업체가 바뀌면서 재고용 되지 못한 노동자들이다. 안양시는 위탁 대행업체를 2년 단위로 계약한다. 즉, 2년에 한번씩은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안양시청 앞에서 끊임없이 시위를 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고용 문제였다. 민간 위탁 업체에서 환경 미화원을 해고하면 미화원들은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이다 결국 안양시로 몰려 왔다.

 

안양시에서 위탁 대행했으니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안양시에서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 때마다 안양시는 이필운 시장과 똑 같은 대답을 했다. "위탁업체 문제라 시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이번에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재취업을 하지 못한 미화원은 총8명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들은 또 시청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다. 다른 방법도 없고 더 이상 갈 곳도 없기 때문이다. 미화원보다 편하고 보수도 좋은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입장이었으면 애초에 환경 미화원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근본 원인은 '청소 사업 민간위탁'

 

 

이런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도저히 고용을 안정시킬 수 없는 구조에 있다. 바로 민간위탁이라는 허울뿐인 제도 탓이다. 청소사업을 민간위탁해서 득을 보는 사람은 위탁대행 업체밖에 없다.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자들은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시민들도 손해다. 민간 위탁 제도 때문에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시 직영으로 바꾸면 시민들이 내는 혈세를 연간 수억 원 절약할 수 있다는 사례가 이미 나와 있다. 서귀포시는 청소업무를 직영화한 뒤로 연 3~4억원이 절약됐다고 한다.

 

청소사업을 민간에 본격적으로 위탁한 것은 지난 98년부터다. 98년 12월 행정자치부는 자치단체 사무의 민간위탁추진 지침을 지방자치 단체에 시달했다. 이 지침에서 민간위탁의 논거로 제시한 것은 첫째, 민간기능영역의 확대 둘째, 민간 자유 신장과 참여민주 셋째, 공공부문 정부실패에 따라 시장경쟁원리 도입 넷째, 국가 공공 재정의 위기로 인해 공공 서비스의 상품화 다섯째, 대민서비스 질 향상 이다.

 

하지만 생활쓰레기 수집 운반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결과 행정자치부에서 예상한 효과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예산이 증가하고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와중에 환경미화원들은 고용불안에 떨고 있고 임금착취를 당하고 있다. 매년 전국 각지에서 청소대행업체 환경미화원들이 행정자치부 임금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노동쟁의를 계속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필운 시장 발언은 참으로 단순하다. 떼써서 해결 될 일이 아니란다. 치열한 생존권 투쟁이 고작 떼쓰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청소 사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고민했다면 도저히 떼쓴다는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만들어낸 '떼법'은 살펴본 바와 같이 대단히 비논리적인 말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참으로 슬픈 일이다. 더 슬픈 것은 이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 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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