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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해도 또 왔어? 어버이날이 되면 몸이 근질근질 한가봐. 고마워"
"아니에요, 건강하세요."
"자식들이 준 꽃도 안 달았는데 요건 내가 꼭 달고 다녀야겠다."

 

매년 어버이 날이면 섬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소릴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꽃을 사다 집에서 만들어 달아드린다고 하니 귀가 솔깃하더군요.

 

"섬에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자식들이 육지에 떨어져 있어 카네이션을 달아 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섬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꽃을 달아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매년 하다 보니 올해로 8년째다."

 

백형선(51·여수농협 화정지소)씨의 꽃 달아드리기는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의 여수농협 연도지소에 근무하던 때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해 근무지를 옮겨 이제는 화양면 백야도에서 꽃을 달아드린다 합니다. 오늘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꽃 달아드리기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안하는가 보다 했더니 또 하네!"

 

 
 

"계세요? 계시면 옷 걸치고 나오세요."
"누구여. 누군데 그래?"

 

"꽃 달아드리려고요."
"자식들이 돈만 보내고 꽃은 안 보냈는데 꽃을 가져왔어? 아이고, 고마워라!"

 

감격에 겨워 우시는 할머니도 있더군요. 혼자 사시는 터라 외로움이 울컥 솟았나 봅니다. 2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백야도 어르신 전체에게 꽃을 달아드리려고 어제 저녁 가족들이 210송이를 만들었다 합니다. 할머니의 감격은 이런 정성을 아시는 거겠죠?

 

"올해는 안하는가 보다 했더니 올해에도 또 하네. 그러지 말고 술 한 잔 하고 가."
"다음에요. 다른 집도 돌아야지요."

 

연도에선 잡는 바람에 섬 한 바퀴 도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 적도 있었다더군요.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나니 다리가 슬슬 아파오더군요.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습니다.

 

돈만 부친 걸 보니 경기침체 여파가 있는 것 같다

 

 

길에서도, 밭에서도, 집에서도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가슴에 꽃을 달아 드리더군요. 다들 반기더군요. 어르신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저까지 행복해지대요. 행복 바이러스는 이런 건가 보더군요. 집에 없는 분들은 꽃을 두고 나왔습니다.

 

"어이, 집에 사람들 없지. 농사철이라 다들 밭에서 일하고, 고기 잡으러 가서 없을 거야. 얼마나 집에 있던가?"
"한 30% 정도는 계시대요. 건강하세요."

 

올해 어버이날은 경기침체 여파가 있다 하네요. 작년에는 자식들이 오거나 육지로 나오시라 했는데 올해는 돈만 부친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합니다.

 

"꽃을 달아드릴 때 행복해 하시는 어르신들 보면 내가 다 즐겁습니다."

 

이 말 한 마디가 세상을 밝게 하는 힘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어버이날#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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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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