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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물방울 하나 고요한 수면에 물방울 하나 떨어지고
▲ 물방울 하나 고요한 수면에 물방울 하나 떨어지고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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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이 고요한 침묵에 빠져 있는 수면 위로 떨어지며 맑은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에 고요하던 수면은 기뻐 떨며 작은 원을 그립니다. 이렇게 물방울 하나가 우리에게 다가와 하나가 되었다고 말입니다.

서로 다르지 않은 존재들의 만남은 이렇게 축복입니다. 맑은 물방울 사진을 담으면서 태안 앞바다에서 생긴 삼성기름유출사건을 떠올렸습니다. 만나서는 안 될 것들이 만남으로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고, 또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을 힘겹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물방울 하나 물방울 하나 또 하나되는 순간의 파문
▲ 물방울 하나 물방울 하나 또 하나되는 순간의 파문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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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작은 지구 혹은 지구의 태동을 보는듯 했습니다. 모나지 않은 물방울은 원형, 원형의 상징은 완전함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완전하던 세상에 욕심이 들어오면서 그 완전함이 하나 둘 상실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욕심을 채우는 것만이 지고의 선이 되어 '이러다간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질 못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맑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땀흘리고 수고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지요.

물방울 하나 자신은 변하지 않아도 주변의 것을 담아내는 물방울의 마음
▲ 물방울 하나 자신은 변하지 않아도 주변의 것을 담아내는 물방울의 마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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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한방울이 떨어지면서 어떤 모양을 만들지 알 수는 없습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순간의 찰나를 담을 수 있는 카메라 덕분에 '아, 저런 순간이 있었구나!' 알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맑은 일, 신명나는 일이 우리 삶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들일 것이라 믿고 살아갑니다.

물방울 하나 하늘로 이어지는 길
▲ 물방울 하나 하늘로 이어지는 길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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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것만이 사람의 마음도 맑게 할수 있습니다. 맑지 않은 것이 위선의 탈을 쓰고 맑은 척 해봐야 결국에는 추한 자기의 속내를 감출 수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

최근들어 삶이 퍽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실감을 하기도 합니다. 그 이전에도 힘들긴 했지만 요즘처럼 자괴감에 빠지지는 않았는데,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아도 부족한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 원인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짜들이 진짜처럼 행세를 하고, 가짜를 신봉하는 이들에 의해 진짜는 철저하게 소외되어버리는 세상인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가짜를 신봉하는 이들은 가짜의 실체를 드러내려는 이들을 자신의 적으로 압니다. 그래서 가짜들은 '아, 요렇게 어리석은 추종자들을 만드는구나!' 터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방울 하나 잔잔하고 고요하다.
▲ 물방울 하나 잔잔하고 고요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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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것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맑은 물, 맑은 자연이 그립고, 맑은 사람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내가 맑지 못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요즘은 내 마음에 증오심을 부추키는 세상 바라보기를 잠시 멈추고 물방울과 이슬을 많이 바라봅니다. 그렇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우리 역사는 긴 터널을 지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작은 촛불이나마 빛을 비추고 있어 절망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촛불을 끄려는 이들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촛불을 든 이들은 맑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맑은 하늘이 많은 오월, 맑은 사람 만나 내 속의 찌꺼기들을 씻어내고 싶습니다. 맑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습니다.


#물방울사진#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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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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