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재직 당시 사법부 내부에서 사법개혁을 주창해 왔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문흥수 변호사(사시 21회)가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대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 없는 비리 옹호위원회'라고 저평가했다.
특히 문 변호사는 지금 법원 안팎에서 신 대법관을 대법관으로 인정해주기보다는 '오물' 취급하는 분위기라고 거침없는 쓴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사법개혁 문제는 대법원장이 키를 쥐고 있는데,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할 뿐더러 해결할 의지도 없어, 결국 차기 대법원장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리위원회 결정, 태산이 울었는데 보니까 쥐 한 마리 나온 경우"
문 변호사는 9일 CBS라디오 '뉴스쇼 양병삼입니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리위원회 결정에 대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을 거론하며 "궁리 끝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의견으로 보여지는데, 국민들 보기엔 태산이 울었는데 보니까 쥐꼬리 한 마리 쥐 한 마리 나왔다, 그런 경우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 대법관이 재판의 독립을 훼손했다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봤을 때 윤리위원회의 결정은 이에 턱없이 미치지 못함을 '태산명동서일필'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신랄히 비판했다. 문 변호사는 "어제 최송화 윤리위원장 스스로도 신 대법관 문제를 징계위원회 회부를 권고할 권한이 없다고 얘기했는데, 일반인들로 구성된 아마추어들이 윤리위원회를 맡고 있어 사법행정권의 범위가 뭐고, 재판권이 뭐고, 이런 내용들을 알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 재판이 뭐냐, 사법권 독립이 뭐냐, 법원 재판에 대한 간섭이 아니냐, 이런 문제는 굉장히 고도의 법률적인 문제인데 윤리위원회에서 그런 내용을 판단할 전문적인 식견이 없다"고 비판했다.
몰아주기 배당과 관련해 윤리위가 '부적절한 권한 행사로 볼 수 있지만,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문 변호사는 "윤리위원들이 법원 배당을 어떻게 하는 것이 적법한 배당이냐 이런 걸 판단할 수 있는 식견이 없는 분들"이라며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윤리위원회가 아니라 '비리 옹호위원회'같이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법원 안팎에서 신 대법관 대법관으로 인정해주기보다 오물 취급 분위기"
이용훈 대법원장이 신 대법관 문제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것에 대해, 문 변호사는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기 위한 고심이라고 심정적으로는 이해하면서도, 적절한 조치는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행하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을 빗대며 "대법원장은 우리나라 정의의 상징으로 사악한 세력을 깨서 없애고, 정의를 드러내는 상징이 대법원장"이라며 "대법원장에게 파사현정의 기개는 없고 시간을 벌어서 적당히 어떻게 문제를 무마할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해 문 변호사는 신 대법관을 '오물'에 비유하는 거침없는 표현을 써가며 직격탄을 날렸다. 법원 안팎에서 대법관으로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거론할 가치도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 사태를 신 대법관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우선 신 대법관 개인으로는 참으로 불명예지만, 지금 법원 안팎에서 대법관으로 인정해주기보다는 일종의 '오물' 취급하는 분위기 아닙니까? 이런 분위기에서 신 대법관이 자리에 있든 없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이 현 사태 위기의식 못 느끼고 적당히 마무리하려 해"
대법원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문 변호사는 먼저 "사법부 독립은 법원 재판에 대한 신뢰의 핵임"이라며 "법관이 지시나 간섭을 받고 재판한다면 그 재판을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번 전국 법관회의에서 이 대법원장이 '신뢰받지 못하면서 사법권 독립을 얘기하는 건 독선이다'고 묘하고 이상한 얘기를 했는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이 뭐고 사법부 신뢰가 뭔지 잘 모르는 상황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법부 독립은 신분 보장이 핵심이어서, 법관이 신분 보장이 돼 있을 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독립해서 심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법관들 현실은 승진에 연연할 수밖에 없고, 승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피라미드 시스템인데다가 또 그 기준이 법원장의 주관적, 자의적, 밀행적인 근무평정이 자료가 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변호사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이번 신 대법관 사건으로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이것을 대법원장이 적당히 덮어서 자리를 보신(保身)...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대법원장도 자리를 지키고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정도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법원행정권은 대법원장이 제왕적으로 행사하게 돼 있어, 대법원장의 의지 없이는 개혁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이라며 "현 대법원장 임기가 2년 반 정도 남아있어, 결국 차기 대법원장이 사법부 모습을 선진화하고 제자리 찾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느냐 그런 문제"고 말했다.
차기 대법원장이 이번 문제를 매듭짓는 이유로, 문 변호사는 "대법원 행정, 사법개혁 문제는 대법원장이 키를 쥐고 있는데, 이용훈 대법원장은 전혀 이 문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생각으로 보일 뿐, 전혀 사법개혁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현재 대법원장이 그걸 해결할 의지가 없고, 그런 상황에서는 결국은 차기 대법원장이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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