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머니 날.

밥상에 꽃을 놨다.

진달래꽃이 살짝 붉힌 촌 사람 수줍음 같다.

워낙 고지대라 우리 동네서만 볼 수 있는 진달래 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밥상에 웬 꽃이냐?"

밥 먹는 밥상에 꽃병 놓는 놈이 어딧냐고 야단이시다.

어머니 날이라고 했더니 '찌랄하고 있다'하신다.

삶 자체가 버거우시니 꽃인들 반가우랴.

 

내가 드렸다가는 또 야단 맞을까봐

아들을 시켰다.

"할머니 꽃 달으세요."

"아내(안해)"

"오늘이 어머니 날이에요."

"찌랄하고 자빠졌다. 나는 젊을때도 그렁거 안 했어. 저리 치아~"

 

꽃송이는 끝내 어머니 가슴에 달리지 못했다.

 

어머니날 새벽부터 산과 들을 누볐다.

이 골짜기 저 골짜기, 냇가에 핀 꽃, 높은 밭 언덕에 핀 꽃.

유난히 흰꽃이 많았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색색가지 한지를 펼쳐놓고

가위,은박지호일,사인펜, 가는 철사 등등

소품들을 늘어놓고 꽃다발과 꽃송이를 만들었던 것이다.

 

진짜 꽃.

자연속에서 자란 진짜 꽃으로.

 

제법 잘 만들었다.

어머니 날 꽃송이.

꽃 색깔도 잘 섞었고

꽃 크기도 잘 나누었고

길이도 들쭉날쭉 이쁘게.

 

 

꽃보다 더 환하게 피어 나신 어머니 웃음꽃

아랫집 할머니 가슴에 꽃송이를

달아 주시면서

더 좋아하시는 어머니.

어머니날

제대로 피어 난 꽃

가장 아름다운 꽃.

어머니 웃음꽃.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www.cafe.naver.com/moboo)> 카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어머니날, #꽃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