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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울타리 아름다운 온천천변을 걷다가 문득 '도시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지, 성벽이나 건물이 만드는 것은 아니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시인 릴케는 <말테의 수기>에서 '도시는 고향도 어머니도 없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야회에 나간 동안 그 옷깃에서 떨어진 장미꽃 냄새를 맡아가며 고독 속에 잠든다. 마치 등불을 들고 홀로 잠든 어린 노예처럼…'이라고 말했듯이… 꽃가게 아닌 이상, 삭막한 도심 속에서 장미꽃 향기에 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산의 거리는 이 오월에 눈부신 장미 울타리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도시의 거리는 우리 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생활문화의 현장이다. 사막하기 그지 없는 콘크리트 건물 숲 속에 향긋한 향을 풍기는 장미 울타리를 지나는 아이들과 시민들의 표정은 그지 없이 밝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방긋방긋 웃는 여신의 미소 같은 장미꽃의 미소에 등하교길의 아동들의 발걸음도 매우 가벼워 보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김춘수'
 
장미 꽃은 여느 꽃 중에 유독 영혼을 느낄 수 있는 꽃이라고 한다. 가만히 보면 꽃들도 다 표정이 다르다. 어떤 꽃을 웃는 듯 하고 어떤 꽃은 슬픈 듯 하고 어떤 꽃은 약간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은 하느님이 지으신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인데 영혼을 넣어주는 것을 잊어다고 하지만, 꽃은 영혼이 있기에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지 않나 싶다.
 

꽃이여, 네 입김으로
대낮에 불을 밝히면
환히 금빛으로 열리는 가장자리
빛깔이며 향기며
화분이며 나비며 나비며
축제의 날은 그러나
먼 추억으로만 온다
나의 추억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의 한방울이 떨어진다.
 
<꽃의 소묘>-'김춘수'
 

 
도시의 미화를 위해 벽화를 그리는 동네도 많지만, 꽃보다 아름답지는 않을 터이다. 꽃이란 어쩜 가장 속임이 없는 신의 언어이자, 침묵의 언어....꽃들을 가까이 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꽃을 대하는 순간만큼은 아름다운 침묵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래서 꽃은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되는 것일까…
 


태그:#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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