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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국가인권위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 직제령을 개정해 조직 및 정원을 21% 감축하는 계획을 강행했습니다. 

인권위는 "입법, 행정, 사법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라서 '정부 차원의 조직개편'의 대상이 되는 행정부처가 아닐뿐더러 조직 축소는 독립성을 훼손시킨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인권위는 직제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조직 감축안에 대한 대통령령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바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인권위가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촛불 노이로제에 걸린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를 길 들이기 위한 '힘 빼기' 차원에서 조직을 축소한 것이라는 시각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인권위의 핵심 가치 및 제자리 찾기를 조명하는 법학 교수들의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로 줄임)는 독립적인 국가기구이며, 독립성은 인권위의 본질적 요소에 속한다.

 

이에 관하여 인권위법 제3조는 '이 법이 정하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를 둔다.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인권위의 독립성을 입법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서 설립된 인권보호기구이자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헌법재판소 결정 2009. 2. 26. 선고 2008헌마275).

 

인권위의 독립성은 권한-위원신분-조직의 독립성

 

인권위의 독립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권한의 독립성, 위원신분의 독립성, 조직의 독립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권한의 독립성이란 위원회가 그 권한을 행사하는 데 다른 국가권력이나 외부세력의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권한의 독립성에는 당연히 정부, 검찰, 법원 등 다른 국가권력들과의 갈등과 충돌이 내재되어 있다.

 

위원신분의 독립성은 인권위 권한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인권위법 제8조가 '위원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위원신분의 독립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조직의 독립성이란 인권위 조직을 구성하고 개편하는 경우 인권위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관하여 인권위법 제18조는 '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의 조직에 관한 조항에 독립성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개념필연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권위의 권한의 독립성, 위원신분의 독립성, 조직의 독립성은 연쇄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그 영향은 다른 영역에서의 독립성 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권위법이 시행된 2001년 11월 이후 인권위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조직을 개편하였는데, 당시 인권위 직제령 개정안을 행정자치부가 발의하기는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권위의 의견을 존중하여 이를 직제령 개정안에 반영하였다. 2005년 말에 인권위의 조직을 모두 팀제로 개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직제령 개정안에도 인권위가 제출한 의견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직제령 개정절차에서의 인권위 의견 반영의 법이론적 근거는 인권위의 조직의 독립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인권위 직제령 개정의 초점은 인권위의 독립성 훼손시키는 쪽

 

인권위의 조직개편과 관련하여 인권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이 존중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권위의 독립성이고, 그 독립성은 헌법 제10조 제2문이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를 최대한으로 이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즉, 인권위 직제령의 개정은 독립성을 유지 내지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독립성을 후퇴 내지는 약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이명박 정권이 강행한 인권위 직제령 개정의 초점은 불행하게도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쪽에 맞춰져 있다. 인권위 조직의 대폭 축소는 인권운동가 또는 인권전문가들을 인권위에서 축출함으로써, 인권위의 조직을 인권의 가치가 견인하는 인권우호적 조직이 아니라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일반공무원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또한 현 정권은 인권위 직제령 개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마저도 생략해 버렸다. 직제령 개정안의 작성과 심의의결 단계에서 인권위를 완전히 배제시킨 것이 그것이다.

 

독립성과는 거리가 먼 일반행정부처의 조직을 개편하는 경우에도 대체로 해당기관의 요구를 참조하고 협의절차를 거치는 것이 정부조직개편에서 확립된 관행이다. 이는 조직개편에서 해당 기관의 자율성을 가능한 한 존중해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권위 직제령 개정을 통한 인권위 조직 축소에서는 행정부처의 개편에서도 존중되는 해당기관의 의견제출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인권위의 독립성은 헌법이 규정하는 인권의 가치, 인권위법,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파리원칙 등이 일치하여 요구하고 있다. 인권위의 독립성을 위해서 인권위, 대통령, 행정안전부 등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적극적 권한)과 행사할 수 없는 권한(소극적 권한)이 있다. 인권위 직제령을 개정하면서 인권위의 의견제출 기회마저도 봉쇄해 버리는 권한, 인권위의 독립성 유지 또는 강화에 반하는 직제령안의 제출과 이를 심의의결하는 권한은 대통령, 행정안전부 등 어느 국가기관에도 주어져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2항은 권한쟁의심판에 관하여 '피청구인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와 대통령이 인권위 권한 침해

 

인권위 직제령의 개정은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 어떠한 내용으로 개정하든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 정권이 구두선처럼 외쳐대는 '법치'가 아니라, 법치의 허울을 쓴 '불법'이거나 '폭력'이다.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이 인권위 직제령 개정과 관련하여 행사할 수 없는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즉,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인권위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인권위 직제령 개정을 통한 인권위 조직 축소에 숨어 있는 정권의 의도는 인권위의 독립성 박탈,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 인권위의 식물기구화, 인권위의 유전자변형이다.

 

현 정권은 인권위의 업무는 다른 국가기관들의 업무와 중복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민권익위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KTX 열차 내에서 시청할 수 있는 연합뉴스 TV를 통한 국민권익위 홍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무리수도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의 촌지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구실로 교사들의 인권과 자존감을 침해하는 사례까지 나타난 것이다.

 

인권위와 국민권익위는 설립의 근거와 목적, 조직의 독립성 유무와 권한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권익위도 인권위의 인권감시대상기구이다.

덧붙이는 글 | 김승환은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한국헌법학회 회장입니다.


태그:#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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