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준비~ 출발! 출발을 알리는 징소리를 기다리며 사람들이 출발점에 서있다.
▲ 출발점에 서있는 사람들 준비~ 출발! 출발을 알리는 징소리를 기다리며 사람들이 출발점에 서있다.
ⓒ 최미영

관련사진보기


5월10일, 오전 8시 30분. 어딘가를 향해 전력 질주해 달리는 분주함이 보인다. 행여 차를 놓칠 새라 나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됐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 맨발걷기 행사장으로 출발하는 운행버스는 이제 막 출발! 설레는 내 마음은 시동건 지 이미 오래!

계족산 입구에 들어서자 이미 수많은 주차요원과 만 차 된 주차장, 그리고 도로 한쪽 옆에 줄 서 있는 끝없는 차의 무리들. 전국에서 모인 5천여 명의 실체가 이제야 드러났다. 접수처로 향하는 계족산 입구에서 이미 나는 계족산의 상큼함에 반했다. 줄지어 있는 나무들은 오늘의 축제를 더욱 반겨주는 듯했고, 한켠의 연못과 다리는 또 하나의 설렘을 나에게 선사했다.

사전행사무대의 함성은 더욱 뜨거웠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오순도순 손을 잡은 가족들의 모습부터, 각각 다른 피부색의 외국인들, 그리고 한껏 자신들의 존재를 뽐내는 유니폼을 맞춰 입은 동호회 회원들, 그리고 풋풋한 대학생들까지. 모두들 다른 모습,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었지만 스마일~! 웃는 모습만은 모두들 똑같았다.

"숲속을 걸어요~" 손을 꼭잡은 세자매가 노래를 부르며 맨발로 숲속을 걷고 있다.
▲ 세자매이야기 "숲속을 걸어요~" 손을 꼭잡은 세자매가 노래를 부르며 맨발로 숲속을 걷고 있다.
ⓒ 최미영

관련사진보기


드디어 출발!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에코 힐링'. 맨발로 흙을 밟아 본 적이 없는 나로선 조금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기분이란. 뭐랄까. 발에 닿는 차가운 촉감이 부들부들 하면서도 푸근했다고 해야 할까.

숲속 길을 걷는다 하면 조금은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계족산 맨발걷기는 보는 즐거움과, 재미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숲길 곳곳 흘러나오는 음악과 악기 연주, 황토 머드팩 체험 부스, 페이스 페인팅, 사진 전시, 대발이 선발 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가 함께 제공됐다. 이날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것은 '산 위의 퉁소 부는 아저씨'였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퉁소를 부는 모습이 꼭 산신령을 연상케 했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숲 위의 퉁소부는 아저씨.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애잔하면서도, 구슬픈 가락을 연주하고 있다
▲ 산위의 산신령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숲 위의 퉁소부는 아저씨.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애잔하면서도, 구슬픈 가락을 연주하고 있다
ⓒ 최미영

관련사진보기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어디서 초등학교 시절 배워 익숙한 동요가 내 귀에 들어왔다. 오순도순 손을 꼭 잡은 세 자매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였다. 산과 동화되어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이날 계족산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했다.

곳곳마다 기다리는 포토 존도 또 하나의 흥밋거리였다. 세계유일의 맨발 축제이다 보니 커다란 카메라를 든 카메라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보였고, 사람들은 저마다 즐거운 자신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갓난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한 가족의 사진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머드 체험장에 풍덩~
▲ 머드체험장 남녀노소 불문하고 머드 체험장에 풍덩~
ⓒ 최미영

관련사진보기



팍팍한 도로를 걸었다면 무척이나 힘들었을 거리이지만, 이날은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양한 즐거움을 체험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힘든 줄 모르고 반환점을 통과했다. 출발할 때는 첫 경험이라는 설렘에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으나, 결승점을 향해 돌아가는 발걸음은 조금 여유로워 주변 경관에 눈이 갔다. 유난히 똑바르고 긴 나무들, 이름모를 꽃들, 풀들, 산새들. 모두가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 와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듯 느껴졌다.

누구발이 더 큰가? 대발이 선발 대회에 참여해 한 외국인이 발을 찍고 있다.
▲ 대발이 찾기 누구발이 더 큰가? 대발이 선발 대회에 참여해 한 외국인이 발을 찍고 있다.
ⓒ 최미영

관련사진보기


황토 머드장에 푹 담근 발을 자랑스레 흔들어 보이며 결승점을 향해 걷는 나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드디어 골인! 이날 맨발걷기도 1등, 2등 우열을 가리는 경기였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부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축제였다. 다 같이 즐기고, 다함께 행복해하는! 5Km를 완주하고 받은 완주메달과 기념주는 모든 이를 한번 더 흥겹게 했다. 이로써 나의 5Km 맨발걷기 체험을 끝이 났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번쯤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 본 적이 언제인지. 무거운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발을 벗어던지고, 욕심을 벗어던지고, 숲속 길을 걸어봄은 어떨는지. 오늘 가슴 한구석 꽉 막혔던 '무거움'을 잠시 내리고, 나를 충전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 참으로 뿌듯하다.


태그:#계족산, #맨발걷기, #마사이 마라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