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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머리를 하고!

 

거의 2년만이다. 재작년 7월쯤이었을까. 퍼머를 해 본 것이. 그 이후로 한 번도 미용실에서 퍼머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사람 있음, 모든 미용실 문 닫겠다. 생각도 않고 있던 어느 날, 세 자매가 함께 뭉쳐 미용실에 가기로 약속이 잡혔다. 약속한 날자가 바로 오늘이다.

 

자매 셋이 함께 미용실로 향했다. 동생이 잘 아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우린 만나서 부산서 가까운 기장으로 나가 점심을 먹고 다시 해운대로 왔다. 미용실에서 퍼머를 하는 동안 그동안 못다 한 얘기들도 하면서 동생들과 수다를 떨어 짐짓 지루하기 쉬운 퍼머하는 시간도 즐겁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머리를 컷트 해주고 파마를 말아주고 머리를 감겨주고 모처럼 이런 소중한 고객으로서의 대접을 받으니 또한 편하고 좋다. 거기다가 두피 맛사지까지 해 주니 피로가 싹 가신 듯 시원하다. 이래서 여자들은 미용실에 오나보다.

 

여자들은 머리를 하면서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고, 돈을 지불하고 고객으로 깍듯하게 대우받으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일상에 찌든 기분을 환기시키나보다. 과연 그런가보다.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하고 동생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니 이런 시간이 참 좋다.

 

오랜만에 머리모양을 새롭게 해 분위기를 바꾸니 기분이 상쾌하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 하고 나서 우린 오랜만에 세 자매가 뭉친 김에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넘어 청사포로 간다. 달맞이고개에서 새로난 길을 버리고, 옛날 길로 쭉 끝까지 내려가서 우회전하면 청사포가 나온다.

 

청사포 바다에서...

 

 

청사포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아래에 있는 작은 포구이다. 원래의 한자명은 뱀 사(蜡)자가 들어간 청사포였으나 언제부터인가 푸른 모래라는 뜻의 청사포(靑沙浦)로 바뀌었다고 한다. 난류와 한류가 섞이는 동해의 남쪽 끝, 남해의 동쪽 끝에 있어 옛날부터 물고기가 풍부하고 질 좋은 횟감이 많이 잡혔다고 한다.

 

바로 그 포구에 등대가 두 개 있다. 거의 만 2년만에 미용실에서 퍼머를 하고 동생들과 함께 청사포바다로 간다. 달맞이고개에서 새로 난 길을 두고 옛날 길로 쭉 끝까지 내려가서 우회전하면 청사포가 나온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다를 보는 것 같다.

 

 

청사포 바다... 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조개구이집 '노란 마후라'에 들어가 바다를 옆에 끼고 앉는다. 바다 저만치 방파제 끝에 하얀 등대가 보인다. 파도가 출렁이는 소리, 바다냄새... 얼마만인가. 바다를 본 것이 마치 먼 추억처럼 오래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바다냄새도... 파도소리도...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도... 참 좋다. 요즘은 산에만, 산에만 다녔더니,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랐던 바다, 오래도록 좋아했던 바다 한번 가까이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바닷가에 있는 조개구이 집에서 연탄불 붉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덕 위에 조개를 올려놓는다.

 

 

청사포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숨 한번 들이쉬며 바다 냄새 맡아본다. 바다에서 고향의 냄새, 추억의 냄새가 난다. 작은 거품을 밀어내고 모락모락 하얀 수증기를 밀어 올리며 또 싱싱한 조개냄새 풍기며 익어가는 저녁 풍경, 한데 모여 앉은 자매 셋은 마냥 즐겁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매들 얼굴도 떠오르고, 집에 두고 온 남편, 좋은 사람들 얼굴들 떠오른다.

 

잠시 고동과 조개를 좋아하는 남편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얼굴 바라보던 동생들은 눈치를 채고 한 마디씩 한다. '남자들은 밖에서 잘 먹는다. 잊어버리고 맛있게 먹어 언니!' '그래그래!' 하며 대답을 하면서도 다음에는 꼭 짝지들 옆에 끼고 오자고 말 한다.

 

 

맛있는 조개구이가 모락모락 수증기를 밀어 올리며 익어가고 빨갛게 타오르는 탄불 위에서 조개가 익어가는 동안 우리들의 이야기도 무르익어간다. 밤이 천천히 물드는 바다... 하얀 등대 꼭대기에 불빛이 깜박깜박 뱃길을 인도한다.

 

조개구이와 된장찌개까지 함께 식사하고서 등대불빛 깜박이는 바닷가 방파제를 걸어 나간다. 밤이 천천히 내리더니 어느새 어둠 짙게 물들고 있다.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 깜박깜박 등대불빛 더 선명해지는 청사포 바다를 뒤에 두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조개구이 35,000원, 밥과 된장국 1인당 2,000원 


태그:#청사포,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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