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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 셋은 요즘 부쩍 자주 뭉친다. 뚝뚝 떨어져 있는 동생들이 우리 집에서 한데 모여 즐거운 나들이,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라도 좋다. 여기서 청일점 남편, 빠질 수 없다. 일명 '황네이게이션'에 '황 가이드'가 아니던가. 우린 그저 따라만 나서면 된다.

 

남양산 IC를 지나 고속도로를 타고 삼랑진읍에 도착하면 삼랑진읍내의 낮은 지붕들, 시골스러운 마을 풍경을 지나면서 지난번에 몇 번 갔던 딸기하우스를 만난다. 딸기하우스는 한적한 길에 있다. 여러 개의 하우스들 앞에 차양을 치고 딸기를 내놓고 팔고 있는 딸기밭을 만난다.

 

삼랑진 하우스 딸기밭에서

 

딸기 출하가 한창이던 3,4월에는 차양 아래 앉아 많은 딸기를 선별해 내놓고 파는 아주머니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딸기를 사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딸기가 끝물이라 그런지 주인은 딸기밭에 딸기 따러 가고 차양 아래 빨간 작은 다라에 내놓은 딸기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나중에 딸기를 사기로 하고 주변을 한 번 돌아보기로 한다. 만어사를 한 번 돌아보고 다시 딸기밭으로 간다. 처음 왔을 땐 딸기밭 주인이 안보이더니 하우스 앞 차양아래 주인아저씨가 앉아 있다. 작은 고무다라에 담긴 딸기 두 그릇, 한 그릇에 만원이란다.

 

하루 온종일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주인아저씨한테 가격을 좀 깎아 달라고 하니, '깎을 생각은 하지 말라'한다. 그리고 하는 말, '요즘 사람들이 덥다고 하우스 안에서 일을 안 하려고 해요!'돈도 싫대요. 힘들어서!'한다. 그렇게 말 하는 아저씨의 표정도 지쳐있다.

 

인부들이 없으니 더 힘든 것 같다. 이곳 딸기밭은 매년 새순을 새로 심는다고 한다. 이제 6월쯤 되면 지금 있는 순을 덜어내고 땅에 퇴비를 주고, 새순을 심으면 또 내년에 다시 출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좋은 딸기를 수확하는 비결이 바로 이것인 듯 하다.

 

딸기는 꽃이 피었을 때 수정을 해 주지 않으면 딸기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벌을 10만원 주고 사와서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하우스 안에 풀어놓으면 벌이 날아다니면서 수정을 해주고, 벌이 수정을 해준 딸기가 이렇게 2월~5월 말, 혹은 6월초까지 계속 딸기가 졸망졸망 열리는 것이다.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동백나무도 한그루만 심어놓으면 꽃은 피되 열매가 없고, 호박, 참외 같은 것도 벌이나 나비 등이 수정을 해줘야 열매를 맺는다. 이 작은 생명들 속에 이렇듯 질서가 있고 신비가 있다.

 

눈에 불을 켜고 딸기를 따는 세 자매!

 

주인아주머니랑 몇몇 일하는 사람들은 여기 하우스 말고 저 위에 하우스에 딸기를 따러 갔다고 한다. 여기 딸기는 딸만큼 다 땄다는 것인가 보다. 일단 동생들과 함께 만원씩 주고 두 다라를 사고 나서 아저씨한테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도 되는지 물었다. 주인아저씨는 따 먹어도 된다고 한다.

 

동생들한테 딸기 따자고 하니 넷째 동생 왈, '따기는 그냥 사가자. 덥다'고 한다. 하지만 언니들이 달기 다라를 손에 들고 끝물 딸기를 따러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온다. 후덥지근한 하우스 안 공기는 금방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히게 한다. 

 

자매 셋이서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따기 시작한다. 천천히 딸기를 먹어 보기도 하면서 따던 자매들은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말도 않고 딸기를 따는 데만 오로지 집중해 있다. '따 가기는 그냥 사 가면 되지!' 하던 넷째 동생 눈에는 불이 켜져 있다. 눈에 불을 켜고 딸기를 딴다.

 

나는 바로 밑에 동생 보고 '야~OO 한번 봐라. '~ 그냥 사가면 되지'하고 코 소리 하던 때는 언제고 눈에 불 켰다.'고 하자 모두 한바탕 웃는다. 하우스 안 가득 웃음소리 명랑하게 울려 퍼진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고둥 잡고 조개 파던 실력들이 이곳 딸기하우스 안에서 발휘되는 듯 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하고야 마는 자매들...짧은 시간에 한 그릇 가득 따고야 만다. 한 그릇 가득 넘치는데도 자꾸 눈에 보이는 딸기를 따고 있으니 밖에서 앉아 기다리던 남편은 기어코 우리를 불러댄다. 밖으로 나오자, 한 그릇 가득 딴 딸기를 보면서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 그릇 딸기를 따는 것 만해도 이렇게 찜통에 들어온 듯 땀이 맺히는데 하루 온종일 딸기 따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겠다. 이곳 하우스 딸기주인 아저씨도 그래서 지쳐 있나보다. 아쉽지만 이제 하우스 밖으로 나간다. 온 몸에 땀이 흥건하다.

 

거저 얻은 딸기! 기분 째지게 좋은 날!

 

이곳 삼랑진 딸기밭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 끝물 딸기라 당도가 떨어진다지만 그래도 일반 시중에서 파는 딸기보다 훨씬 당도가 높다. 끝물 딸기를 좀 사기도 했지만 그저 얻은 것도 많아 모두들 기분 째지게 좋은 표정들이다. 모처럼 모인 자매들은 함께 뭉치니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 같다.

 

집에 돌아가서 딸기를 먹기도 하고, 또 꼭지를 따서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딸기 샤베트를 실컷 해 먹을 생각을 하면서 흐뭇해한다. 흡족한 마음으로 우리는 다음 장소로 옮긴다. 꼬불꼬불 경사 높은 천태호로 가는 길엔 녹음이 짙게 물들고 아카시아 꽃향기 날린다.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다. 서늘한 바람이 와 닿는다. 높이 올라갈수록 저 멀리까지 조망된다. 깊고 깊은 산골짝, 산과 산에 에워싸인 작은 마을들...병풍처럼 높이 두른 산, 산들이 위용 있어 보인다. 천태호에 도착, 저녁 그늘이 지기 시작하는 호수를 일별하고 집으로 간다.

 

천태호를 지나고 안태호를 지나 안태마을을 통과한다. 가는 길에 가지고 온 도시락과 라면을 끓여먹을 장소를 물색하는데, 삼랑진과 원동 경계에서 원동방향으로 길을 튼다. 조금 내려가니 전에 보지 못했던 나무 정자가 길 가에 놓여있다.

 

차를 세우고 우린 여기서 자리를 펴고 라면을 끓여먹고 쉬어 간다. 동행이 즐거운 사람과의 여행은 처음도 끝도 좋다. 마음 편해 여행이 즐겁고 유쾌하다. 미녀 삼총사, 세 자매가 함께 한 날...유쾌한 하루였다.

 

*잠깐!: 샤베트 만들 딸기를 저장할 때, 딸기를 깨끗이 씻어 통에 담을 때, 미리 설탕을 넣어 두면 샤베트 할 때 따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딸기에 설탕이 들어가 있어서 믹스기에 바로 갈면 된다.


태그:#삼랑진 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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