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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숲을 덮으며/흰 노래를 달리는/아카시아꽃// 가시 돋친 가슴으로/몸살을 하면서도//꽃잎과 잎새는/그토록/부드럽게 피워냈구나/내가 철이 없어/너무 많이 엎질러 놓은/젊은 날의 그리움이//일제히 숲으로 들어가/꽃이 된 것만 같은/아카시아꽃' -이해인 시-

 

5월이 오면 산과 들 천지에 아카시아 꽃향기로 그윽하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아카시아 꽃향기 짙게 날리면 저절로 어린시절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면서 늘상 오르내렸던 재, 그 재를 넘을 때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아카시아 꽃향기 짙어서 발걸음이 절로 멈추곤 했다.

 

아카시아 줄기를 꺾어 짧지 않은 먼지 나는 흙길을 걸어가는 동안, 친구랑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줄기에 음표처럼 매달린 잎사귀를 누가 먼저 떼내나 내기를 하곤 했던 옛 기억이 새롭다. 바야흐로  온 산에 들에 하얗게 팝콘 터뜨리듯 터져 핀 하얀 아카시아 꽃향기 짙어가는 계절이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나날이 짙어가는 녹음, 그 녹음 속에 하얗게 피어난 아카시아 꽃은 5월의 눈부신 햇살에 아련하다. 눈을 들어 보지 않아도 꽃향기 짙어 눈을 들어보면 역시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지천에 핀 것을 본다. 온 산과 들에 아카시아 꽃향기 짙게 날린다.

 

지천에 아카시아 꽃이 피었지만 온 산과 들에 아카시아 꽃, 하얀 꽃불 지핀 이 꽃도 얼마 후엔 떨어져 누울 터, 아카시아 꽃향기 오래 맡고, 간직하고 싶어 처음으로 아카시아 꽃차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주일 오후, 남편과 함께 가까운 산 들머리를 산책하면서 아카시아 꽃 흐드러지게 핀 곳에서 아카시아 꽃을 시장바구니 가득 땄다.

 

 

아카시아나무는 키가 제법 커서 발뒤꿈치를 들고서 겨우 손닿는 꽃송이를 잡고 딴다. 그냥 손으로 아카시아 꽃을 훑어 내리자 절로 후두두둑 손 안에 떨어진다. 꽃을 따기 쉬워 좋다. 아카시아 꽃 냄새에 취할 듯하다. 따서 한데 모아보니 아카시아 꽃은 감꽃 같기도 하고 밥풀 같기도 하고 팝콘 같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차 안에도 아카시아 향기 가득하고 손에도 몸에도 아카시아 꽃에 물들었다. 내가 따온 아카시아 꽃으로 꽃차를 만들어 집 안에 꽃향기 그윽하게 하고, 향기로운 꽃차로 남편과 식탁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향기롭게 하고 싶다.

 

손님이 찾아오면 주고받는 대화 속에 향기로운 아카시아꽃차 한 잔으로 더욱 풍요롭고 향기로운 만남과 오고가는 대화를 만들고 싶다. 몸에 밴 꽃향기로 멀리 멀리까지 향기 날리는, 향기 높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작은 바람들을 생각하며 아카시아 꽃차를 담근다.

 

아카시아꽃 차 만들기

 

 

따온 아카시아 꽃을 흐르는 물에 두어 번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뺀다. 어느 정도 물기가 가시면 입구가 넓은 유리병에 아카시아꽃잎 한 줄 깔고 설탕 한 줄 넣고, 또 다시 꽃잎 한 줄, 설탕 한 줄씩으로 차곡차곡 넣은 다음 맨 마지막에는 설탕을 꽃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넣어서 뚜껑을 닫아 봉한다.

 

 

내가 담근 아카시아꽃차는 3~4일 정도 지나 설탕이 가라앉으면 고루 저어서 녹여주고, 15일 정도 더 봉해 둔다. 15~ 20일 정도 지나면 걸러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물로 희석해서 마시면 된다. 한 여름엔 얼음과 함께 갈아주면 아카시아 쉐이크처럼 시원한, 향이 좋은 차가 된다니 기대가 된다.

 

아카시아 꽃즙은 피부에 좋은 화장수로도 사용이 가능한데, 아카시아꽃 즙에 청주를 조금 넣어 화자수로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아카시아의 효능 : 중이염이 있을 때 아카시아 꽃 즙을 한두 방울 넣어주면 중이염을 다스리다고 한다. 아카시아차나 즙을 달여 마시면 임산부의 부기를 빼는 데 효과가 있으며, 이뇨작용, 해독작용, 신장의 열을 내려주고 가래를 삭혀주는 데도 효과가 크다고 한다.


태그:#아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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