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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이 시민단체는 물론 원내정당, 학계, 종교계, 연예계, 언론계 종사자들까지 포함된 1800여개 단체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낙인찍어 명단을 작성해 해당 부처에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강희락 경찰청장.
경찰청이 시민단체는 물론 원내정당, 학계, 종교계, 연예계, 언론계 종사자들까지 포함된 1800여개 단체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낙인찍어 명단을 작성해 해당 부처에 통보한 사실이 드러나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강희락 경찰청장. ⓒ 남소연

이명박 정부가 불법폭력시위에 가담한 시민단체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경찰이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의원, 원내 정당, 언론인, 연예인, 종교, 학술단체 등 1800여개를 '폭력단체'로 규정하고 기획재정부에 '보조금 삭감 자료'로 통보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12일 경찰청이 조영택 의원실에 제출한 '2008년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통보' 자료에 따르면 천정배(민주당) 문국현(창조한국당) 의원과 김태홍 임종인 전 의원을 포함해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원내 정당도 모두 폭력시위단체 낙인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당, 진보신당(2008년 당시) 등 원외 정당도 포함됐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언론단체도 폭력시위단체 반열에 올랐다.

천정배·김태홍·문국현-부산·부천·전주영화제도 '불법폭력단체'

뿐만 아니라 연예인과 영화산업 관련자들도 폭력단체로 규정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도 폭력시위단체가 됐고, 한국독립영화협회, 경기영상위원회, 한국영화인협회, 한국연예협회, 한국영화배우협회 등도 정부의 보조금 지원 삭감 단체 명단에 들었다.

심지어 학술·연구단체까지 포함됐다. 금융경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는 물론 한국역사학회, 한국사회경제학회, 한국산업노동학회, 한국산업사회학회, 언론정보학회도 모두 폭력시위단체가 됐다.

경찰청은 이들 단체가 지난해 5월 벌어진 광우병 쇠고기 관련 촛불시위에 가담했기 때문에 불법폭력시위단체로 규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부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참여단체에 명단을 올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경찰청은 1800여개 단체 명단을 통일부, 여성부, 환경부, 노동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에 통보하고, 보조금 지원 삭감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이들 단체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뿐 아니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언론, 영화, 종교, 학술연구단체까지 불법폭력시위단체 구성원으로 낙인찍은 것은 반민주주의적 행위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폭행한 경찰이 불법폭력단체"

 천정배 의원.
천정배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불법폭력시위단체 명단에 오른 천정배 의원은 12일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천 의원은 "경찰청 자료에는 시민운동, 환경운동단체는 물론 종교단체, 심지어 부산영화제와 부천영화제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단체의 이름이 포함됐고, 원내정당까지 명단에 올라 있다"면서 "어처구니가 없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는 MB정부가 헌법과 민주주의,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을 향해서는 "경찰이야말로 무고한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불법적으로 폭행하지 않았느냐"면서 "불법폭력시위단체는 오히려 경찰 자신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천 의원은 "(유명환) 장관에게 욕을 먹었어도 참았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천 의원은 '법무법인 해마루'와 함께 경찰의 불법폭력시위단체 명단 작성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이번 사건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강희락 경찰청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청은 이번 명단 작성과 통보에 대해 "광우병대책회의에 참여한 모든 단체를 포함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보조금 삭감에 관해서는 "정부보조금 지급 여부는 관련부처가 판단할 문제"라는 원칙론만 내세우고 있다.


#불법폭력시위단체#경찰청#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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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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