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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에서 쇄신논의가 불붙기도 전에 계파간 내전이 시작된 모습이다. 곧 구성될 쇄신특위가 적나라한 전장이 될 우려도 있다. 쇄신특위에서 차기 대선후보 경선 룰, 공천과정 등 '친이'·'친박' 양 진영의 이해관계가 걸린 당헌·당규를 손댈 경우에 그렇다. 그래서 양 진영은 특위 위원 배분을 놓고 벌써 신경전이 한창이다.

 

미국에서 '경고장'을 날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귀국해선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대신 친박 의원들은 잇따라 입을 열었다. 박희태 대표는 "박 전 대표를 만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의 의미를 다시 설명하겠다"고 말하지만 친박 쪽은 "만나도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귀국한 11일 김효재 비서실장을 보냈으나, 김 실장은 박 전 대표에게 회동 제의는 꺼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는 다시 '침묵'... '친박' 의원들은 잇따라 '친이'에 포문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12일 이례적으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통해 "(쇄신논의에 앞서) 국정 운영 잘못에 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당의 주류인 친이 쪽을 겨냥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정부·여당이 100여 개가 넘는 중점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려고 했던 일을 거론하며 "(박 전 대표의 미국 간담회 발언에서) 이런 것들이 과연 충분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서 추진되고 있느냐, 과연 우리가 정당을 운영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있느냐 하는 부분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엔 정부의 '일방전·속도전'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는 뜻이다.

 

'조기전대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유 의원은 "당헌·당규가 정한 절차를 뛰어넘어서 조기전대로 가야 하는 충분한 이유와 논리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 가능성을 놓고도 "만남 자체보다도 왜 만나며 또 만나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어떤 희망을 줄 것인가, 어떤 목적과 내용을 갖고 만나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친박인 이성헌 사무부총장도 전날(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간 우리가 당이 하는 일에 무얼 협조 안 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총장은 친이 쪽의 '재·보선 친박 책임론'에 대해서도 "(주류 핵심이) 공천을 잘못해놓고 왜 양비론을 들이대느냐"고 적극 반박했다. 이 부총장의 말에 공성진·박순자 최고위원 등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한동안 설전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도부를 교체하자는 것은 쇼이며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조기전대론도 비판했다.

 

쇄신특위, '계파 전쟁터' 전락 우려... 민본21 "정쟁은 주객 전도"

 

쇄신특위가 자칫 계파간 전쟁터가 될 우려도 있다. 특히 민감한 사안인 차기 대선후보 경선 룰을 건드릴 경우,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친이·친박 양 진영에선 "특위 위원 중 우리가 절반은 돼야 한다"거나 "최소 3분의 1은 우리에게 달라"며 '계파 안배'를 강력히 바라고 있다.

 

쇄신 논의가 계파전쟁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민본21'(공동간사 김성식·주광덕 의원)은 견제에 나섰다. 이날 오전 있었던 민본21 간담회에선 애초 민본21이 제기한 쇄신론의 본질인 국정기조 쇄신이나 당·정·청 인적쇄신 문제가 묻히고 계파간 정쟁이 불거진 상황에 대한 의원들의 걱정과 비판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원내대표 추대론'이나 '조기전대론'은 당 화합이나 쇄신의 방안 중 하나일 뿐인데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이다.

 

모임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최근 쇄신과제의 초점을 흐리는 일들이 벌어져 의원들이 답답함을 토로했다"며 모임 분위기를 전했다. 날을 바짝 세운 친이·친박엔 "(당 화합과 관련해) 그동안 '국정 동반자 관계'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친이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전제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친이 책임론'에 힘을 실은 인상이다.

 

또 민본21은 "동시에 친박 쪽에서도 국민들에게 4·29 재·보선 이후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이) 더 큰 역할을 해주길 원하는 국민과 당원들의 바람을 이해하고 향후 행보를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본21은 또 본격적인 쇄신논의를 위해 당 지도부에 의원 연찬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 민본21 내에선 구체적인 인물을 거명해 인사쇄신론의 불을 댕기자는 의견도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태그:#한나라당, #쇄신, #박근혜, #민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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