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드라마라는 찬사에서 막장드라마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랑해 울지마> ⓒ imbc
<사랑해 울지마>가 일일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MBC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그런데 막상 시청률 20%를 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원성은 높아만 가고 있다. 그건 그동안 명품드라마라고 믿었던 배신감이 더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사랑해 울지마>는 초반 풍족하게 자라지 않았지만 건강하게 자란 미수(이유리)와 아픔을 여러 번의 상처를 가진 영민(이정진)의 사랑이 어필하며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헌데, 그들의 사랑이 서로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드라마의 내용이 조금씩 억지스러워지면서 급기야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진부하다 못해 현실에서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변질되었다.
▲눈물의 여왕이 돼버린 미수, 사랑이 그럽게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건가? ⓒ imbc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여자였니? 미수야!
그중 단연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안겨주는 캐릭터는 주인공 미수이다. 극중 초반까지는 넉넉지는 않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누구보다 밝고 건강한 여성이었다. 비록 백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틈틈이 돈을 벌고,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이며, 생활비까지 챙겨주는 마음씨까지 고왔던. 그런 미수였다.
여기에 착하기만 할 거라 상상했던 미수는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용감했다. 영민의 아이 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서영(오승현). 그녀는 영민과의 결혼을 원했지만 아이엄마를 원하지 않았고 둘은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다. 그 사이 영민의 괴로움을 미수가 위로해주면서 서로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영민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은 미수는 당당하게 사랑을 고백했다. 물론 그 사이 영민과 서영이 이별을 맞으면서 영민도 미수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며 케케묵은 눈물의 여왕 캐릭터로 미수를 포장해 버리기 시작했다.
영민의 고모가 결사반대를 하며 나섰고, 미수의 엄마 또한 반대를 하며 두 사람의 사랑을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 사이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벌어졌다. 영민의 고모가 미수를 폭행하며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 것.
그런데 그토록 당당했던 미수는 어른에게 예의를 지킨다는 의지 아래 그 행동을 참아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출생의 비밀. 이모가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다시 위기를 맞지만 두 사람은 이 모든 것을 극복해냈다.
헌데 문제는 미수 이모와 영민의 고모부가 서로 사랑을 하기 시작하며 그 사실이 탄로나게 되고 두 사람은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
반면 현우는 미수를 향한 우정이 사랑으로 변하면서 홀로 괴로워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사고가 나게 되면서 미수는 어느새 현우와 결혼을 했다. 사실 여기까지도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악녀 서영의 귀환으로 미수의 결혼생활이 위기를 맞으며 영민의 존재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미수를 구박한다.
그때마다 미수는 자신의 입장을 제대료 표현하지 못한 채 눈물로 호소한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참을 수 없이 답답함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미수는 집을 나왔다. 더는 며느리 노릇을 못하겠다며. 현우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고백했다.
이제 남은 건 아무래도 영민과의 재회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미수에게 묻고 싶다. "사랑이 그렇게 쉽게 바뀌니?"라고. 영민과 모든 고난을 이겨내며 사랑을 하던 그녀가 친구로만 여겨진다던 현우가 사고가 나자 그와 결혼을 결심한다.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 벌어진 일들인데, 과연 미수가 영민을 잊고 현우와 결혼했을까 의문이 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친한 친구의 죽음 앞에 그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에 결혼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다시 시어머니의 구박에 못이겨 그 사랑을 버리고 떠나야겠다고 이야기한다.
답답한 캐릭터로 변질하다 못해 자신의 입장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성이 돼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금 영민과 재회한다면 정말 미수는 사랑을 쉽게 잊는 그러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1년이란 시간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마음에 깊숙이 담았던 한 사람과의 만남이 쉽게 잊혀지고 이제 남편을 사랑하지만 시어머니 때문에 못살겠다고 나간 미수. 과연 미수의 선택이 정말 현실에 존재했다면 참 많이 욕을 먹을 캐릭터가 아닐까.
▲콘돔을 몰라 이 모든 갈등을 일으킨 장본인 영민 ⓒ imbc
영민아! 너 정말 콘돔 따위는 모르는거야?
이러한 문제는 영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영민은 서영과 이별을 맞으면서 '콘돔을 모르는 본능에 충실한 남자'가 되었다. 서영과 이별에 결정적인 원인은 유학시절 만났던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준이였다. 사실상 어떤 처녀가 갑작스레 등장한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주겠는가?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영민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질책하기보다는 서영이 그토록 사랑한다면서도 준이를 인정하지 않은 이기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그것은 사실상 이기적인 태도가 아니다.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만한 시간을 주어야했으며 서영이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이별과 만남을 반복한 그 행동까지도 포용해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러하지 않았다. 급기야 이제 서영도 덜컥 임신을 해 유학을 포기한 채 다시금 영민에게 애정을 구걸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영민은 사랑을 나눌 때 임신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가?
고등교육을 배우며, 유학까지 한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가 말이다. 사실상 이 모든 사랑의 갈등을 만든 장본인이 영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갈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장본인도 자신이라 생각했는지 악녀가 되어 돌아온 서영과 결혼을 감행한다. 그것도 미수를 위해서.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한 가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 미수를 위해서 그토록 희생을 하면서 왜 서영의 마음을 기다리지 못한 채 떠나버린 것인가?
물론 자신의 아들 준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만을 바라본 서영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만든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겠다며 아이뿐만 아니라 서영이의 마음도 책임을 지며 좀 더 그녀에게 용서를 구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한 희생을 감내하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서 영민의 태도도 현실에서 존재하다면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닐까?"라는 지탄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알콜릭에 이어 사이코가 되어버린 서영 ⓒ imbc
서영아! 우리 정신병원 가서 치료 좀 받자!
그럼 이제 영민과 미수를 끊임없이 힘들게 했던 서영은 어떤가? 한 마디로 말해 정신병원에 가야할 지경에 이른 사이코가 되어 귀환했다. 사실상 영민과 이별 과정에서 서영이의 악행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다.
오만하며, 이기적이지만 자신이 죽도록 사랑한 영민. 그리고 갑작스레 등장한 준이. 그 사이에서 영민을 위로하는 미수. 이 모든 것들을 서영은 감내하기 힘들었을 터. 그래서 그녀의 존재가 악녀라고 하기엔, 억울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그녀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려주기도 했다.
헌데, 다시 돌아온 그녀는 미친여자였다. 영민과의 이별이 온통 미수 때문이라며 책망하며, 아직도 영민의 마음에 미수가 있다고 확신하며 미수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다.
게다가 서영은 정말 당당하게 영민에게 말한다. 자신을 밀어낼 수록 힘들어지는 건 미수라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면 미수를 향한 악행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한편으로는 미수와 현우의 결혼생활을 위기로 몰아넣으면서도 미수에게도 어느 누구보다 당당했다. "미수 씨가 잘못한 거 없어요. 그저. 미수 씨의 존재가 문제이죠"라며 말하는 그녀.
또한 영민을 향한 사랑은 거의 스토커 수준에 다다라 영민의 선 본 여자를 미행해 그녀로부터 다시는 만나지 말라는 강요까지 서슴치 않으며 비상식적인 이들을 행해왔다. 그리고 이제 미수를 향한 압박 강도가 날로 심해지자 영민이 서영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미수를 향한 악행을 멈추었다.
이젠, 그러한 악행은 애초부터 없었던 듯 영민을 향한 마음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서영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숱하게 악녀가 등장하곤 했지만 서영같은 스토커 수준의 미친 여자는 없었다.
실제로 그러한 캐릭터가 존재한다면 분명 경찰에 신고해 접근금지명령을 받아냈거나, 정신병원에 보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서영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영민도 괴로워하지만 서영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방어를 하지 않으며, 미수는 늘 눈물을 흘릴 뿐 그 이상의 것을 취하지 못한다.
그래서 서영의 캐릭터 변질은 어느 캐릭터보다도 비현실적인 느낌이 강하며 작위적이다. 주인공 영민과 미수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서 서영을 미친 여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솔직히 그렇게 똑똑한 여자가 미수를 괴롭히면 괴롭힐수록 영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미수와 현우가 이혼한다면 영민과 재회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미수의 결혼생활을 위기로 몰아넣는 여자가 있을까?
▲남편의 역할일 무엇인지를 배우지 못한 듯한 행동을 하는 현우 ⓒ imbc
현우야? 네가 대들면 미수만 힘들어진다고!
절친을 선언하며 사랑을 단념하기로 했던 현우(이상윤)도 마찬가지이다. 사고로 동정표를 얻어내며 미수와 결혼에 성공한 현우. 그런데 어떤 남편이 돼야 하는지, 결혼해서 어떤 아들이 되어야 하는지 전혀 그러한 상식 따위는 배워두지를 못한 듯 무능력한 남편이었다.
그저 미수와 달콤한 결혼을 꿈꾸었던 모양이다. 물론 남편으로 너무나 자상하다. 친구일 때부터 미수를 따뜻하게 챙겨주는 사람이었으니 남편이 되어서는 오죽할까? 영민과 사랑의 감정이 다 정리가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결혼을 감행할 정도로 미수를 사랑한다.
그런데 고부간의 갈등이 시작되는 순간 배려심 깊은 남편에서 무능력한 남편으로 추락했다. 미수를 향한 시어머니의 말투 하나에도 현우는 미수 편이 되기에 급급할 뿐이다. 출생의 비밀과 과거의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었을 어머니는 안중에도 없다.
또한 시어머니가 억측을 하며 미수를 괴롭힌다 할지라도 미수를 정녕 위한다면 그러한 행동은 오히려 시어머니를 자극할 뿐이다. 왜? 자기 자식을 뺏겼다는 생각을 하게 될테니. 그런데도 현우는 끝까지 미수 편만 들며 남편이 되면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자신의 어머니에게 미수 편을 들어보지만 강력하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미수에게 참아보자, 너를 잘 몰라서 그래, 우리 엄마 그렇게 옹졸한 사람 아니야 등등으로 위로할 뿐 그 이상의 것을 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그럴 때 엄마 편을 들어주면서 아내는 따로 위로해줘야 하는 거라고.
그런데 결국 주인공의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야 하는 의무 때문인지 현우도 미수에게 든든한 존재가 돼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사랑해 울지마>의 캐릭터는 답답하고 분노를 만들어 내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차라리 애초부터 막장드라마를 표방해 비현실적인 캐릭터였더라면 이러한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불과 종영이 며칠 안 나믄 <사랑해 울지마>는 안타까운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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