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7일 민주당이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따뜻한 공동체'의 3대 가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뉴민주당 플랜' 초안을 공식 발표했다. 당 안팎에서 '우경화' 비판을 받아 온 뉴민주당 플랜의 큰 틀이 공개됨에 따라 정체성 논쟁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시대는 낡은 패러다임의 대체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 민주당은 뉴민주당을 내세우고 당 현대화의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뉴민주당 플랜은 기회·정의·공동체 등 3대 가치를 지향하면서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2대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다. 보수가 점령했던 성장, 진보가 내세웠던 복지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으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3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 경제 ▲ 교육 ▲ 사회·복지 ▲ 환경·에너지 ▲ 통일·외교·안보 등 5개 분야에서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실현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자리 중심의 성장정책, 재벌에 대한 감독 강화, FTA 대비, 고교무상교육, 대학등록금 경감, 국민평화협약 추진 등이 주요 정책이다. 

 

초안에 명시된 "당의 현대화"는 이런 가치와 전략, 정책을 실현하도록 조직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이다. 당 운영을 국민에게 개방하는 '참여-네트워크 정당', 정책을 생산하고 인물을 양성하는 '대안정당',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생활밀착 정당'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현대화된 정당의 모습이다.

 

'진보' 뺀 뉴민주당... "이념적 냄새가 나서..." 

 

이날 발표된 뉴민주당 플랜은 말 그대로 '초안' 수준이다. 나침반을 놓고 동서남북 어디로 갈지 방향만 정해놓은 셈이다. 2012년 대선 승리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다리를 놓고 길을 닦는 계획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비전위원회 작업은 이제 시작이고, 선언이라는 것은 가장 상위체계의 가치철학체계와 담론을 담은 것"이라며 "훨씬 더 중요한 2, 3단계 작업, 구체적인 정책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초안이 담고 있는 철학과 담론만 놓고도 당 안팎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진보'라는 개념이 빠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뉴민주당 플랜 선언문에 '새로운 진보'를 명시하려 했으나, 논의를 거쳐 이를 삭제했다. 대신 '신중도개혁'을 지향점으로 삼고, "진보적 가치를 담는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이념적 색깔을 빼야 중원(중산층, 수도권 및 충청권, 무당파)을 얻을 수 있고, 재집권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 우세한 탓이다.  

  

김 위원장은 "뉴민주당 선언은 이념을 뛰어넘자고 하는데 새로운 진보를 넣게 되면 제목에 이념적 냄새가 나서 안 되겠더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다만 그는 "(새로운 진보를) 완전히 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뉴민주당 플랜 초안에는 '진보'가 빠졌지만, 치열한 논쟁 가운데 얼마든지 되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의 설명대로 뉴민주당 플랜에는 "무책임한 보수와 낡은 진보를 동시에 배격한다"고 돼 있다. 이념을 뺀 실용정당의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재벌과 부유층에 우호적이고, 성장에 중심을 둔 것은 전통적인 민주당 기반(서민과 중산층)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좌우 균형이 아니라, 오른쪽 날개만 폈다는 비판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보수적 입장으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재벌의 실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의 말은 "재벌이 시장에서 행패를 부리지 못하도록 공정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사전 설명이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재벌에 우호적'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또 다시 해명에 나서야 했다.

 

"한나라당 선진화와 뭐가 다르냐" "한나라당 2중대" 비판도

 

이런 탓에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우향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중진인 천정배 의원은 이날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화라는 말이 어정쩡하다"며 "민주당은 중도개혁과 진보 가치에 대해 자신감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MB정권의 역주행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 정책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현대화가 집권 여당의 선진화와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인 추미애 의원도 지난 1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책 위주로 가야 한다든지, 감세 조치를 해야 한다든지, 강남 부자를 적대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과 비슷하다"며 "한나라당 2중대인지 착각할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던 이종걸 의원도 "뉴민주당 플랜이 실질적으로 당의 우경화를 재촉하는 위장술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뉴민주당 플랜이 공개됨에 따라 민주당의 정체성 논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주류인 민주연대와 국민모임 등은 이번 주 모임을 갖고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당사 3층 대회의장에서 뉴민주당선언 논의를 위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들어간다. 25일부터는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전국순회 당원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순회 당원토론회가 종료되면 뉴민주당선언 선포식을 열고 '뉴민주당 실천프로그램'도 발표할 계획이다.

 

김효석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6월 초순 뉴민주당 플랜을 확정, 발표했으면 좋겠지만, 6월 국회도 있고 당 일정도 있는 만큼 지도부와 협의해 발표 일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뉴민주당플랜, #민주당, #김효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