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 한 글(장애인 성 도우미, 어떻게 생각하세요?)이 화제를 모았다.
글의 요지를 살펴보면 "최근 한국장애인문화 부산협회가 장애인 500명을 대상으로 '성(性) 도우미 제도가 필요한가?'라는 설문조사를 했고 조사결과 찬성이 57%, 무관심 25%, 반대가 18% 나왔으며 제도가 생기면 49%가 이용하겠다는 것"이다.[출처보기]
이 문제에 대해 내 주변에 있는 장애인들의 의견은 어떤지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내 처지에서 바라본 성 도우미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 말해보고자 한다.
장애인으로서 바라본 '성 도우미' 제도
위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이 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이 성 도우미 제도는 '자위행위'조차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나 장애인 부부들의 성행위를 도와주기 위한 방법으로 제기된 것이나 장애인들 스스로 이러한 제도가 합법화 되는 것에 대해서 찬성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장애인도 장애등급 만큼이나 유형이 다양하다. 하지만 성 도우미 제도가 필요한 장애인들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갖고 있는 장애는 뇌병변이라는 유형의 장애인데 정도에 따라 몸이 불편한 증세가 매우 다르다. 그러나 증세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뇌병변장애인들은 자위행위를 비롯해 성생활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복합장애로 알려진 뇌병변 장애인들이 성생활을 할 수 있는 만큼 대부분 경증장애인들은 성생활에 그리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본인들의 마음가짐만 바꾸면 성 도우미까지 바라는 장애인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장애인들의 생각이다.
뇌병변2급인 K모(남·40)씨는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도우미가 있어야 한다는 건 일부 중증장애인들에게나 필요할지 몰라도 나는 반대다. 정신 멀쩡한데 처음 보는 이성이 다가와 내 성욕을 해결해 주기 위해 어떤 행동을 보인다면 더 수치스러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며 성 도우미 제도에 반대 의견을 보였다.
또 전신마비로 누워 생활하는 J모(남·46) 씨는 "나는 솔직히 성욕을 해결해 줄 사람보다는 내 2세를 갖게 해줄 사람이 더 필요하다"며 순간의 욕구를 해결해 주는 사람보다는 평생 자신과 함께 하며 의료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신의 2세를 갖게 해 줄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뇌병변1급 장애를 가진 정모(남·38)씨는 "솔직히 성 도우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자위를 할 수 없는 상태다 보니 성욕이 생길 때마다 인터넷을 통해 성인영화 보는 것으로만 욕구를 이겨낸다"며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들에겐 성 도우미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한 여성은 "얼마 전 서울에서 장애인이 성인용품을 구입해 놓고 본인의 활동 보조인에게 자위행위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가 활동보조인이 경찰에 신고를 한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때부터 이런 장애인들에게만이라도 성 도우미가 필요할 것 같다고 느꼈다"며 성 도우미 제도에 찬성의견을 보였다.
"성 도우미 제도가 필요한 장애인은 일부"
최소한 자위 행위라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라면 인간의 기본욕구 중 하나인 성욕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중증장애인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성관계를 갖는 것과 자위행위로 푸는 것은 차이가 나겠지만.
그래서 중증장애인(부부 포함)들을 제외한 자위 행위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장애인들은 적어도 성 도우미까지 이용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만일 능력이 되는데도 성 도우미를 이용하려 한다면 일반인들이 성매매 하는 것과 별반 차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으로 스스로 성욕을 해결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성 도우미 제도가 필요하다면 그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도 문제다. 이 성 도우미 역할은 일반 활동보조인 역할과는 상당히 다르므로 이 일을 할 대상자 선정 역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전 성매매업소 종사자였던 정모(여·34)씨는 장애인 성 도우미 제도에 대해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기존 (성매매)관련 시설 종사자들이야 돈을 받고 서로(?) 즐기려는 것에 반해, 성 도우미라는 것은 어찌 보면 한쪽만의 성욕해소만을 위해 일하는 것인데 그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성매매)종사자들은 비록 돈을 받고 일을 하지만 자신들도 술을 마시고 상대방과 어느 정도 교감(?)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라며 "아무 감정 없이 맨 정신으로 일을 해야 한다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장애인 성욕해결만을 위한 성 도우미 역할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이외에도 성 도우미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하려면 남녀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남성 도우미가 필요하다. 문제가 쉽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제도 악용 우려 높아... 도입하더라도 공청회 거쳐야
한편 네덜란드의 플렉조그란 기관은 장애인만을 상대로 한 영리목적의 매춘을 하고 있다. 2005년 4월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300여 명의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장애인들에게 한 달에 3회 정도 섹스 지원금을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우미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클라이언트(장애인)의 집에 찾아가 서로 가볍게 술을 마시기도 하고 직업(성 서비스) 면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로 다가가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위와 같은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성 도우미가 허용 된다면 관련 법안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한 이 제도를 악용(?)할 확률이 높다는 게 이 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설령 도입해야 한다 하더라도 공청회를 포함해 여러 차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현재 성매매가 불법인데 장애인들을 위해 성 도우미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장애인 성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노력들이 시급하다.
한편 지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섹스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는 여대생, 천주교 신부, 중증남성장애인 등이 성매매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성매매가 아닌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였다고 진술하는 내용의 영화로서 성 도우미 제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암시해 주고 있어 장애인들과 이 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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