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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보상 등의 문제로 당초 계획했던 공사기간을 훌쩍 넘겨 2년 넘게 '친수공간'을 만들겠다며 하천변을 뒤엎고 파헤치는 인천광역시 지방2급하천 공촌천을 비가 그친 어제(17일) 찾았습니다.

 

큰 비가 한 번 오면 예전 같으면 냇갈(공촌천)은 찌든 때를 모두 벗고 말끔히 새단장을 하고 있어야 하지만, 자연형하천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공촌천의 물줄기는 탁한 흙탕물 천지였습니다. 사고가 난건지 버려진건지 빨간 오토바이마저 자연형하천공사 시작 지점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공촌정수장 위쪽 상류에서 흘러드는 흙탕물은 비가 오기 전에도 몇차례 눈에 띄였는데, 비가 내렸음에도 그 탁한 기운을 멈추지 않고 더 이상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공촌천의 인공수로를 따라 내려왔습니다. 대체 상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 오늘(18일)은 탁한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봤습니다.

 

청라경제자유구역-가정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로 주변의 인구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작은 산 하나를 통째로 없애 증설 중인 공촌천정수장과 총소리 요란한 예비군부대를 지나 공촌천 발원지에 이르니, 하천으로 "콸콸" 유입되는 흙탕물의 정체는 바로 공촌천의 발원지라는 계양산 깊은 계곡에서 소리소문없이 벌어지는 사방댐 공사 때문이었습니다.

 

 

 

 

인천서구청, '물 더 잘 흐르게 만들겠다'며 하천 발원지에 콘크리트 발라

 

지난 3월부터 눈에 띈 사방댐공사는 인천광역시 서구청이 발주처고 시행은 강화군산림조합입니다. 지난 3월 26일 계양산 롯데골프장 예정부지에서 떼죽음 당한 도롱뇽을 위한 위령제에 참여하기 위해, 산고개를 자너거를 끌고 넘어가는 길에 얼핏 공사를 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계곡에서 포클레인의 육중한 기계음과 "쿵쾅"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직도 공사중이었습니다.

 

그간 철조망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가재 등 맑은 물에서만 사는 수생물들이 살고 있던 자연스레 맑은 계곡물이 흐르던 그곳을, 서구청은 '물을 더 잘 흐르게 하겠다'며 콘크리트로 계곡 주변을 도배하고 바윗돌로 치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작은 계곡과 숲은 육중한 포클레인과 어리석은 사람들에 의해 짓밟혀 말그대로 아작나고 있었습니다.

 

4대강 유역의 수질개선을 위해 전국 곳곳의 실개천과 지방하천을 상대로 생태복원-하천공사를 하겠다는 정부와 지자체들 때문에, 맑은 계곡과 작은 하천은 공촌천 발원지처럼 흙탕물과 콘크리트 천지로 변할 듯 싶습니다. 그 답답한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촌천#사방댐#흙탕물#자연형하천공사#인천서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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