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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거수경례와 민간인의 경례  5.19일 논산시청에서 국방대 논산이전 설명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군인의 거수경례와 민간인의 경례 5.19일 논산시청에서 국방대 논산이전 설명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윤형권

국방대(총장 박창명 육군중장)가 스스로 궁색한 처지를 만들고 있다. 국방대는 논산 이전문제와 관련해 2년여 동안 지루한 공방 끝에 결국 기형적인 분리 이전 계획을 내놓았다.
 
19일 오전 10시 논산시청에서 임성규 논산시장과 이인제 국회의원, 송영철, 송덕빈 충남도의원, 논산시의원들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국방대내 안보과정과 석․박사과정은 서울에 잔류하고, 나머지 합참참모과정과 직무연수과정을 논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광우 기획관은 "정부의 국방개혁방침에 따라 2011년 창설예정인 국방시설본부 충청권 시설단을 논산에 설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방대가 분리 이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국방대 박상묵 부총장(공군 소장)은 "안보과정과 석․박사과정은 서울에 있어야 피교육자와 교수들이 편리하다. 총장 깃발이 논산에 내려가므로 분리 이전이 아니라 몸통 이전이다"며 분리 이전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종근 논산시의원은 "이건 쿠데타다. 국방대가 논산으로 이전하려면 원안대로 모두 이전해야지 이제 와서 접근성 따지고 환경 따지며 분리 이전을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는데, 더 이상 논산시민을 우롱하지 마라"며 물병을 집어던지면서 강렬하게 반발했다. 

구본선 논산시민대표도 "논산시민이 국방대를 오라고 한 게 아니라, 국가정책에 따라 결정된 것을 하루 속히 실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뿐이다"며 "기형적으로 분리해서 이전하겠다는 꼼수로 더 이상 논산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논산시민들과 군의 충돌 우려도 제기되었다. 송영철 충남도의원은 "군이 원칙과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면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국방대 측을 압박했다.    

국방대의 분리 이전계획이 알려지자 논산시민들은 "국방대가 분리해서 이전하겠다는 꼼수를 보인 이상 육군훈련소 입영장정 입소거부 운동에 돌입하겠다"며 강경한 태세를 갖추고 있어 민간인과 군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국방대 이전문제는 지난 2007년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논산이전으로 확정한 바 있으며, 그 당시 국방대 분리 문제를 거론했으나 균형위에서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 한적이 있다.

아울러 지방으로 이전할 공공기관 157개 중 156개 기관은 이미 입주할 준비를 하거나 이전계획서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상태다. 유일하게 국방대만이 이전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이전 대상지 주민들과 힘겨운 말싸움만 2년여째 해오고 있다.

또한 국방대를 논산에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은 이명박 정권의 2007년 대선당시 대통령 공약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2008년 12월 국방대 이전에 대해 설계비 85억, 토지매입비 61억을 2009년도 예산으로 확보해줬다.            

국방대 분리 이전 계획 5.19일 논산시청에서 열린 국방대 이전계획 설명회에서 국방부와 국방대가 밝힌 이전계획안을 논산시의원이 살펴보고 있다. 국방부와 국방대는 안보과정과 석박사과정은 서울에 잔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논산시민들은 원안대로 국방대 이전을 해야 한다면서 강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국방대 분리 이전 계획5.19일 논산시청에서 열린 국방대 이전계획 설명회에서 국방부와 국방대가 밝힌 이전계획안을 논산시의원이 살펴보고 있다. 국방부와 국방대는 안보과정과 석박사과정은 서울에 잔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논산시민들은 원안대로 국방대 이전을 해야 한다면서 강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 윤형권

한편 국방대에서 안보과정(1년)과 석․박사통합과정(2년)을 서울에 잔류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과연 합당한지 알아보자.

"만약 이들 2개 과정이 논산으로 이전하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지원대상자들이 지원을 기피할 우려가 있고, 출강하는 강사들이 고위 장성급이나 각국 외교관 등 저명한 분들인데 이들이 논산까지 출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국방대 분리 이전의 이유로 들고 있다.

안보과정은 민․관․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안보분야에선 최고위 교육과정이다. 정원이 200명이고 교육기간은 44주이다. 입학대상은 대령, 장군, 고위공무원, 공공단체 간부, 언론기관이나 기업체 간부들로서 해당분야 안보정책 관리 전문가 육성과정에 걸맞게 엄격한 자격으로 선발한다.

석․박사과정은 학위통합과정으로서 국제관계, 군사전략, 국방관리, 국방과학 등 국방관련 최고 핵심 교육과정이다. 석․박사과정은 교육기간이 2년이며 중위~소령, 6급 이상 공무원들이 입학대상이다.

국방대에 설치된 이들 2개 과정은 국방대의 핵심 교육과정이다. 엄격한 입학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며, 국가안보교육으로서는 최고위과정이므로 이 과정을 거쳐야 장성으로 국방전문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국방대의 위치에 따라 미달되는 사태는 없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다.

대전에 살고 있는 모 대학 교수는 "경북포항에 있는 포항공과대학교나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가 지방에 있다고 미달되는 일이 있는가? 또 이들 대학에 강의하러 가는 외래강사들도 국방대에 출강하는 외래강사 못지않은 실력자들인데, 이들이 지방에 있다고 강의를 기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분리 이전에 대한 국방대의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꼬집어 말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튼튼한 국방!" 국방부 슬로건이다. 국방부와 국방대의 자기이기주의 때문에 논산시민들과 군 사이에 신뢰가 깨지고 있다. 논산은 지난 1951년 창설된 대한민국 육군훈련소가 있는 지역이다.


#국방대#국방대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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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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