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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한 블로거로부터 한 통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용~~

오늘 제주도 날씨가 정말 화창해요

친구도 없이 우울하게 생활하다가...

블로그시작한지 이젠 두달쯤 되어가네요...

블로그 덕분에....생활의  변화두 생기고....

갑자기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어서여 ㅎㅎ

어제보다 더 행복한 하루 되세용~~~~"

 

저의 블로그에 접속했다가 쪽지를 보낸 듯한 이분과 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블로그의 효용에 대해 숙고해보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평소 친구사귀기가 힘들었던 사람에게 블로그는 움츠러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충분히 건전한 도구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분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시작한 지 두 달만에 세상을 향한 우울한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소통의 부재는 늘 동시대의 고민이었습니다. 세대 간 단절은 물론 가족구성원간의 단절과 이웃 간의 단절은 물론, 종국에는 반목과 대립을 낳는 불씨가 됩니다. 물리적인 장벽은 포크레인만으로도 쉽게 허물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은 어떤 성능 좋은 도구로도 허물어뜨릴 수가 없습니다.

 

블로그는 특히 직접적으로 사람을 대면하는 데 두려움을 가진 내성적인 사람들의 발언대로서 유효합니다. 세상의 특정한 쟁점에 대해 직접 연단에 올라 발언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 자신의 일기장에 그 의견을 서술하는 것으로는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포스팅된 내용은 그 쟁점에 긍정 혹은 부정의 의견이 될 수 있고, 대안으로 기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태생적 성격으로 인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굳건한 사람간의 장벽으로 비롯된 실존적 고독에 대한 치유의 방편 외에도 블로그의 여러 유익한 기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지금까지 전문가로 활동했던 어설픈 전문가들이 더 이상 행세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이들이 행세도를 뻗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더 높은 경지의 고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블로그는 무림에 고수들이 하늘의 별처럼 즐비하다는 것을 입증하곤 합니다. 그저 성실하게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식탁을 개성적으로 차리곤 했던 주부가 그 내용을 포스팅하고 나서 그녀의 요리에 대한 재능을 열독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것에 주목한 출판사는 그녀의 요리책을 출판하기도 합니다.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그 가족의 식탁에서만 실행되었을 그녀의 재능이 세상 모두의 것이 된 것입니다.

 

블로그는 애초의 사적영역에 대한 틀을 벗고 점점 1인 미디어로서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면의 제약이나 소속미디어회사의 스크린 없이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거대 미디어들이 소재를 탐색하기 위해 전문성 있는 개인 블로그를 기웃거리는 입장 바뀐 형편이 되었습니다.

 

특정한 미디어가 무소불위의 권력처럼 행세하던 때는 이제 가칭 '매스미디어의 영향력 변천사'같은 언론학전공자의 석사학위논문이나, '나의 좋았던 시절' 정도의 제목이 어울릴 듯한 모록한 퇴직 언론인의 회고집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부당한 처사나 기존 미디어의 잘못된 보도로 비롯된 오해와 그로 인한 폐해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 것입니다. 거대 미디어들은 불행하게도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게 현실이며 또한 많은 시간을 들인 힘겨운 투쟁으로 그 실수를 자인 받더라도 그 구제조치는 결코 그로 인해 입은 손해에 상응할 수 없습니다.

 

블로거들의 연합으로 여론의 형성이나 영향력을 기존 미디어 못지 않게 키워갈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특정이슈를 블로거들끼리 공동 취재하는 방식은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좀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블로그 개별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또한 블로거들끼리 한 어젠다를 설정해서 아고라의 기능을 모색해볼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는 개인 자료의 안전한 사고(史庫_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나서 그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은 더 커졌습니다. 기존의 종이원고나 인화된 사진의 보관은 그 놓아둔 장소만 알면 멸실의 위험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자료는 자칫 한순간에 몇 년 간 공들인 모든 것을 날릴 수 있습니다. 아마 귀중한 데이터를 좀먹는 바이러스의 개발과 유포는 컴퓨터의 사용이 계속되는 한 영속해서 백신의 개발을 항상 앞서면서 창과 방패의 대결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최근 몇백 기가바이트의 외장하드로는 불편하고 불안해서 타우의 희생적인 도움으로 3테라바이트짜리 스토리지를 구축했습니다. 자동으로 변화된 데이터를 백업하는 영리한 기능을 갖춘, 당분간은 넉넉한 데이터 저장창고입니다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바이러스의 침투와 작고 성능 좋은 이 스토리지의 분실위험입니다. 핸드백 크기에 불과한 이 저장장치를 잃는 것은 과거 10여 년간의 거의 모든 창작물을 잃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염려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블로그입니다. 거대 포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포스팅 용량의 제한을 풀었고 이것은 잘 활용하면 개인이 감당해야 할 스토리지의 구축과 관리에 대한 부담에서 안전한 도피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는 여전합니다. 이용자는 정보에 접근함에 있어서 그 진실성의 판단을 개인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기존의 미디어처럼 데스크를 통한 스크린 작용이 없는 만큼 개인에 의해 생산되거나 수집되고 가공된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에 대한 끝없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의 투여로 포스팅된 정보는 클릭 한 번으로 스크랩될 수 있으며 이런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는 서핑의 행태는 저작권보호에 대한 인식과 정보의 생산에 들인 공로에 대해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많은 성형외과는 병원홍보의 한 방편으로 스스로 생산한 컨텐츠는 단 하나도 없이 기존 뉴스와 타 블로그의 포스팅을 무한정 스크랩하는 방식으로 검색엔진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의 노력을 빌어 자신의 이익을 위한 트래픽을 유도하는 이런 포스팅 방식은 저작권에 관한 법적 문제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자원을 낭비케하는 해악이 있습니다.

 

또한 포털들의 편집행태에 대한 불안과 불만입니다. 편집권을 쥐고 있는 거대포털들이 홈페이지메인에 노출하는 것은 많은 부분 진중하기보다 경박하고, 단편적이며, 흥밋거리에 집착한 내용들입니다. 같은 주제의 중복노출이 허다하며 TV의 연예인 신변잡기 프로그램의 폐해가 여전히 포털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 미디어의 발행부수와 시청률이 광고단가로 직결되는 숙명을 넘을 수없는 방송이나 인쇄매체의 한계처럼 클릭수나 페이지뷰가 돈이 되는 그 운명을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밥그릇과 관계되는 한 더 가볍고, 더 흥미 있고, 더 자극적인 내용에 대한 유혹을 포털들이 뿌리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실과 사실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단지 클릭수를 높일 수 있겠다는 시각으로 메인에 전진 배치된 그 내용이 무의식적인 블로깅에 노출된 미성숙한 미성년자들에게도 잠재적 해악이 될 수 있습니다. 포털들은 편집권을 행사하면서도 그것이 야기하는 책임에 모르쇠를 잡습니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나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이나 다 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를 약화시키고 자신의 댓글 하나가 야기할 수 있는 책임의 무게에 대해서도 등을 돌리게 됩니다.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가 한 사람의 속상한 일에 대한 화풀이의 상대로 전락하거나 인터넷이 거대한 디지털폐기물투척장이 되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입니다.

 

아무튼 이즘 블로그의 끝없는 진보와 블로거들의 전문적이고 열정적인 컨텐츠의 생산은 사회의 질서들을 재편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이 되었습니다. 관광지 메인스트리트의 네온사인 간판들처럼 감각적이고 자극적이고 경박한 내용들이 각 포털의 홈에서 플래쉬로 반짝이지만 그 이면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면 여행지 낯선 곳의 뒷골목에 숨겨진 보석들처럼 인생의 가치를 고민하고 함께 대안을 연구하면서 실천하는 많은 블로그와 블로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블로그에 적지 않은 시간을 쓰는 저의 기대이고 희망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블로그#블로거#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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