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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싸우다 자살을 선택한 박종태 열사의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택배노동자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싸우다 자살을 선택한 박종태 열사의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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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께서 '노동유연성확대'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한다고 합니다. 얼핏 들으면 '노동유연성'이라는 말이 노동자들을 위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알다시피 고용주와 기업 그리고 노동수요자들에게 보다 원활하게 그 '노동력'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입니다.

쉽게 말하면 '노동자'들의 '노동력'에 붙어있던 '권리' 또는 '자격' 등을 대폭 낮춰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자유롭게(이를 유연성이라고 표현했군요)' 채용 또는 사직을 시킬 수 있도록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이 권리보다는 '노동수요자'들의 권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고,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법적인 보호장치(노동기준법 또는 노동관계법)'가 약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뭐 좋습니다. 기업들도 워낙 '고용'때문에 경영에 영향을 받고, 툭하면 '파업'이니 '쟁의'니 하는 것으로 골치가 아플 테니 좀 더 '유연하게' 근로자들을 활용하면서, 생산성도 높이고, 근로자들끼리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붙여서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고, 결국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데 반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런 사고 방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끼어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볼 때는 대단히 위험하고도 불안감마저 조성하는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 업무는 '3D' 대우는 '알바'

영화 <즐거운 인생>에서 부담스럽게 공부 잘하는 자식 만나서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는 바쁜 중년 성욱(김윤석 역).
 영화 <즐거운 인생>에서 부담스럽게 공부 잘하는 자식 만나서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는 바쁜 중년 성욱(김윤석 역).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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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노동자들은 고용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에 가입하지도 못한 채 일하고 있으며, 특히 정부가 '노조에서 특수고용직들을 빼라'고 통지를 하는 등으로 노조 가입도 막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특수고용종사자'는 약 100만 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최근 집회를 하는 화물연대를 비롯해 대리운전기사, 레미콘기사, 간병인, 보험모집인, 텔레마케터, 퀵서비스기사, A/S기사 등 엄연히 자신의 '노동력'을 국가와 기업에 제공하고 있음에도 돌아오는 대우는 '알바' 수준입니다.

필자가 몇 년 전 경험했던 대리운전 기사의 경우를 봐도 그렇습니다. 대리운전이라는 직종이 막 생겼을 무렵에는 대부분의 기사들이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리기사'들이었습니다. 아마도 10년 정도 된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때는 낮에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이 자녀 교육이나 기타 생활비 등 '여유자금' 마련을 위해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퇴출'되는 경우가 많고, 청년 실업자나 실직한 가장들이 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생계유지'를 위해서 대리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의 특성상 주로 저녁 시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술손님'들을 태워야 하는 고된 노동이지만, 4대보험 가입은 고사하고 보험도 가입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는 회사들마다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고용이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거나 '계약직' 또는 '일용직'으로 근무합니다. 많은 '특수고용자'들이 '운전'직에 종사한다는 점에서도 정부와 기업들은 책임이 있습니다. '지입용달차'나 '트럭운전', '택배'와 '퀵서비스' 등 위험에 노출되는 직종들임을 볼 때 '근로조건'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업무상재해'와 '교통사고'가 한꺼번에 닥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절실한 4대보험은 가입이 되지 않거나, 근로자의 조건에도 못 미쳐 노조에도 가입을 못하게 한다면, 향후 정부가 추진하려는 '일자리 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수고용직'종사자들, 대기업에서 내몰린 희생자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소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노동자 상황이 부정되고, 노동3권이라는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비용절감전략, 고용책임은 비켜나가면서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에 전가하고 중소기업은 더 영세한 기업에 고용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소장은 또 "특수고용노동자는 중간지대가 아닌 과거 정규직이던 사람이 IMF 후에 기업들의 고용위탁전략, 또는 고용책임 면피용으로 썼던 '아웃소싱'의 희생자들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적어도 4대보험은 전면적으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것조차도 회피하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노동유동성확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대기업들은 보다 더 '유동적인' 고용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규직들을 줄여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려 노력할 것이고, 점차 '아웃소싱'으로 내몰린 비정규직들은 '특수고용노동자'가 되어, 노동자로서의 자격도 박탈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가장들의 실업난을 정부나 대기업 그리고 청와대가 외면하는 동안 밤새도록 대리운전이라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서민들은 '4대보험'만이라도 정부에서 책임져 준다면 그나마 취객을 태우고 밤새 운전해야 하는 불안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그:#노동유연성, #대리운전, #화물연대, #파업, #특수고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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