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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승 변호사(자료사진)
 박재승 변호사(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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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 사태로 전국 15개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잇따라 열리는 가운데 박시환  대법관이 '지금 상황은 5차 사법파동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한 발언이 또다른 논쟁거리로 비화되고 있다.

현직 대법관의 소신 발언이라는 평가에 대해 보수진영의 생각은 딴 판이다. 당장 보수 변호사단체인 '헌법을 사랑하는 변호사 모임'은 박 대법관의 발언은 탄핵사유라고 말하고,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스스로 물러날 사람은 신 대법관이 아니라 박 대법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관 출신으로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한 박재승 변호사는 2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탄핵사유라는 말에 놀랍다. 올바른 말을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니,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지요"라고 개탄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진보성향 판사들이 사법부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진보성향의 판사들이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아니고, 사법부를 잘 되게 하기 위해 지금 대다수 훌륭한 법관들께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라며 전국에서 열리는 판사회의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신 대법관 그만두면 사법권 독립 무너진다는 건 말이 안 돼"

먼저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와 관련, 박 변호사는 판사회의를 의식하며 "지금 판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대다수가 우회적으로나마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데 이대로 미봉으로 가면 사법은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질 수 있다. 이런 위기감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신 대법관이) 이런 점을 생각해 마지막으로 판단을 잘 해야 한다"고 정중히 사퇴를 요구했다.

"신 대법관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인데, 주변에서 나온 얘기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지금 이렇게 떠밀려서 그만 두면 사법부 독립이 오히려 저해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전언에 대해, 그는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사법권 독립을 주장할 수 있나요? 자기가 그만두면 사법권 독립이 무너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특히 '진보성향의 판사들이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박 변호사는 "그런 비판을 누가 하죠"라고 되물으며, "(진보성향의 판사들이)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아니고 사법부를 잘 되게 하기 위해 지금 대다수 훌륭한 법관들께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회자가 "'지금 상황이 5차 사법파동이 시작됐다'는 박시환 대법관의 발언은 '법적 안정성을 지켜야 할 대법관의 언행으로는 부적절했다'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하자, 박 변호사는 "(신영철) 법관이 사법권을 침해한 것인데, 그걸 그대로 미봉하면 법적안정성이 이루어지나요. 말이 안 된다. 이해를 못하겠다"고 고개를 내둘렀다.

또 박 대법관의 말을 두고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에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박 대법관의 발언이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요? 놀랍네요.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법관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서 있는 것이고, 그걸 내팽겨 치면 법관의 자격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올바른 말을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탄핵사유에 해당한다니, 어떻게 되려고 이러지요?"라고 개탄했다. 

박 변호사는 "이 문제는 진보 보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에 관한 문제"라며 "법치주의는 국가권력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법관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라며 "그걸 근본적으로 제대로 하자는 것인데 무슨 보수 진보가 있습니까. 법치주의 하지 말자는 것이 보수입니까? 말이 안 된다"고 격앙된 어조로 따졌다.

아울러 사회자가 "박시환 대법관이 사법행정권자의 재판 개입은 유신시대와 5공 시대부터 계속 돼 왔다고 하는데, 박 변호사가 판사 시절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제가 유신 때 형사법원에서 판사를 했는데 똑 닮았다. 당시 형사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는 사건 배당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똑 닮았다. 그때는 이렇게 몰아주기 배당 안 하고 오히려 더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자가 "당시는 유신시대니까 지금하고 비교하긴 좀 어렵지 않느냐"고 되묻자, 박 변호사는 "법관은 그때 법관하고 지금 법관하고 다르지 않고, 법관이 할 일, 법원장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며 "몰아주기 배당 그 자체부터 재판에 대한 간섭이고, 무슨 기준으로 어떤 법관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몰아줍니까? 그 신적인 존재가 있나요"라며 신 대법관을 겨냥했다. 

몰아주기 배당과 관련, 그는 "컴퓨터 배당을 해야 다른 법관도 재판할 기회가 있는 것이고, 피고인도 공정한 재판이라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무슨 기준으로 신영철 법원장이 그 많은 판사들 중에서 특정 판사에게 몰아줍니까? 신적인 존재라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한다는 판사라고 뭘로 입증을 합니까? 무슨 말로도 변명이 안 된다"고 신 대법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사태해결 방안에 대해 박 변호사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법관으로 하여금 소신대로 재판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됩니다"라고 단순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인사) 고과부터 법원장이 점수 매겨가지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될 때까지 관여하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재승, #박시환, #신영철, #판사회의,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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