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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둔 20일 열린 '합동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약점 메우기'에 주력했다. '친박 정책위의장 카드'를 두고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받았던 '황우여·최경환' 조(기호 1번)는 "(친이·친박이) 제발 화합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황 의원)이라며 자신들이 최상의 화합 카드임을 내세웠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열심히 하라'는 발언을 슬쩍 흘려 '친박' 표심을 자극했다.

 

'강경 친이'색이 짙은 '안상수·김성조' 조(기호 2번)는 원내협상에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유연함'을 부각시켰다. 특히 안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 참패의 원인으로 "공천 실패"를 지목해 친박 진영에 '구애작전'을 폈다. '왜 또 원내대표를 하려느냐'는 질문엔 "필요할 땐 노련한 소방수가 와서 불을 꺼야 한다"고 방어했다.

 

'정의화·이종구' 조(기호 3번)는 의외의 단호함을 보였다. 특히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 처리와 관련해 정 의원은 "필요하다면 직권상정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 출신이라는 게 약점인 이 의원은 "반칙과 특권의 강남이란 건 노무현 정권이 만든 허상"이라고 반박했다.

 

[쟁점 ①] 6월 임시국회 전략... '미디어법' 처리 방향 도마에

 

토론회의 쟁점 중 하나는 6월 임시국회 전략이었다. 황우여 의원은 '실력저지' 가능성까지 내비친 이강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지난 합의안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요청으로 국회의장이 주도해 만든 것"이라며 "민주당은 원톱시스템이니 당 대표가 결정한 것을 원내대표가 흔들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운영과 관련해선 "구체적 법안 처리 내용은 전적으로 상임위 논의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의원은 "끝까지 타협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안 의원은 "미디어법과 관련해 일단 상임위에서 처리하도록 일임하겠다"며 "상임위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물고 늘어질 건 늘어지고 양보할 건 양보하면 합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실력저지 하는 비극이 나지 않도록 계속 타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화 의원은 직권상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의원은 "미디어법 처리는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켜져야 한다"며 "만약 결단이 필요하면 단호히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대화로 설득하는 자세는 버리지 않겠지만 필요하다면 직권상정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쟁점 ②] 조기전대 개최... 세 후보 모두 필요성에 공감

 

쇄신특위의 논의사항 중 하나인 조기전대 개최 필요성에 대해선 세 후보가 모두 수긍했다. 황 의원은 "조기전대는 쇄신특위의 논의 결론에 따르겠다"며 "다만 2개월 정도는 당에 격동이 일어날 텐데 기술적으로 (시기를) 조화시키는 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이 체제로는 무리"라며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조기전대를 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의원도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해) 내년 1월 중순경 전대를 열어 심기일전하고 새 지도부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대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화합과 관련해선 황 의원은 "강한 측에서 약한 측에 존경과 애정을 보여야 한다"며 주류인 친이측의 배려를, 안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회동 주선을, 정 의원은 "인사 탕평과 당내 계파 모임 자제"를 방안으로 내세웠다.

 

강제적 당론을 자제하고 상임위 논의와 의원들의 크로스보팅(자유투표)을 보장해야 한다는 초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세 후보가 모두 동의했다.

 

'러닝메이트' 재치 입담도 볼거리... 최경환 "박근혜가 '열심히 하라'고 해"

 

이날 토론회에서는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들의 재치도 돋보였다. 최경환 의원은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출마하기 전 고민이 돼 당내 어른들에게 상의한 것일 뿐"이라며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출마 결심을 하고 나서 전화를 드렸더니 '이왕 어렵게 결심한 것 열심히 잘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박 전 대표의 '격려'를 슬쩍 소개했다. 박 전 대표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음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김성조 의원은 다른 정책위의장 후보들이 재선인데 비해 자신은 3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책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 당에서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두 후보는 모두 경제관료 출신이니, 두 분보다는 내가 더 목소리를 잘 낼 수 있지 않나 한다. 저는 비관료 출신으로 선출직만 15년 한 3선의원으로서 내공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초선 의원들의 전문성과 경륜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서포터가 되겠다"며 초선 의원 20여 명과 그들의 '전공분야'를 일일이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빈곤층 정책은 강명순 의원, 노동은 김성태·이화수 의원, 거시경제 분야는 김성식·김광림 의원, 외교·국방은 김옥이·정옥임·김장수 의원…" 하는 식이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사상 후보자 합동 토론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최 전 쏠린 관심과 달리 의원들의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토론회가 막바지에 다다라서는 의원 20여 명만이 객석을 지켜 '유권자'보다 취재진 등 '관계자'가 더 많은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태그:#한나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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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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