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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남 사천시 곤명면 성방리 주민들이 농로를 막은 채 채석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20일 경남 사천시 곤명면 성방리 주민들이 농로를 막은 채 채석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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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골마을에 토석채취장이 들어서려 하자 마을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마을주민들은 6시간 동안 환경영향평가 심사위원들의 현장 접근을 막은 채 사업백지화를 요구했다.

경남 사천시 곤명면 성방리의 한 농로에는 오늘(20일) 하루 바쁜 일손을 접은 딱밭골, 새미골, 조매동 마을주민 수 십 명이 트랙터와 경운기 트럭 등을 몰고 나왔다. 한 개발업자의 토석채취장 사업신청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심사위원들의 현장 확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주민들을 철저히 속인 채 진행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사업진행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평소 환경영향평가가 요식 행위로 끝나는 걸 많이 봤기 때문에 현재로선 심사위원들의 현장 확인도 용인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이에 오전11시에 현장방문 일정을 잡고 있던 경상남도와 사천시청 공무원 그리고 환경영향평가위원들과 사업관계자들은 인근의 곤명면사무소에서 대기한 채 현장 접근을 삼갔다.

주민들이 농로를 막은 이유는 환경영향평가심사위원들의 현장확인을 막기 위해서다.
 주민들이 농로를 막은 이유는 환경영향평가심사위원들의 현장확인을 막기 위해서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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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이 농로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등 자리를 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후 3시 무렵 환경영향평가단이 현장을 방문했다. 평가단에는 8명의 심사위원과 사무관급 도청 공무원이 동행했다.

마을주민들은 사업신청지로 들어갈 수 없게 입구를 틀어막은 채 관계 공무원과 질의응답 시간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방리 일대가 청정지역으로서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거나 친환경농업 전환을 꾀하는 농민들이 많음을 내세우며 "분진과 소음,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토석채취장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접한 환경영향평가단은 예정 시간보다 4시간을 넘겨서야 도착했다.
 주민들의 반발을 접한 환경영향평가단은 예정 시간보다 4시간을 넘겨서야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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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5월 6일과 15일 두 차례 진행된 주민설명회가 다수 주민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일부 찬성주민들만 참석한 채 진행됐고, 사업에 동의한 사람 중에는 토석채취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면서 "주민들을 철저히 속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경상남도 환경정책과 김원욱 환경관리담당사무관은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라고 말하며 사천시청 관계자와 토석채취장 사업신청자에게 영문을 따졌다.

하지만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자 김 사무관은 "심사위원들이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온 것인데 현장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한 뒤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애써 현장 확인을 하진 않겠다"면서 철수할 뜻을 밝혔다.

한 할머니가 채석장 허가를 막아 줄 것을 경남도 관계자에게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한 할머니가 채석장 허가를 막아 줄 것을 경남도 관계자에게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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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을주민들은 현장에 동행했던 토석채취사업 신청자인 조아무개씨에게 차라리 나무를 심어라거나 같은 마을에 산다면 사업을 신청하겠느냐는 등의 말로 사업포기를 권했다.

그러나 조씨는 "나도 민원인의 한 사람"이라며 행정 절차와 규정에 따라 사업을 계속 진행할 뜻을 밝혔다.

토석채취사업 환경영향평가 현장심사를 막기 위해 오전10시부터 시작된 성방리 주민들의 '농로 점령'은 관계자들이 돌아간 뒤에도 한참 더 이어져 4시10분께 끝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사천, #채석장, #경남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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