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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구워먹기. 어릴 적 대표적인 놀이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밀 구워먹기. 어릴 적 대표적인 놀이 가운데 하나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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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먹을 것이 부족해서 배 고팠던 시절을 떠올리면 서리의 추억을 빼놓을 수 없다. 떼를 지어 다니며 남의 집 과일이나 가축 같은 것을 장난으로 훔쳐 먹는 행위를 '서리'라 한다. 그 서리의 종류는 다양했다. 수박, 참외 같은 과일에서부터 토끼, 닭 같은 가축에 이르기까지.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어떤 친구는 돼지서리까지 해봤단다.

서리 중에서 가장 어려운 건 오리 서리다. 오리가 인기척에 밝고 울음소리도 크기 때문이다. 이 서리는 유년시절을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서리의 추억이 그립다. 그렇다고 어디로 도둑질 하러 가자는 말은 아니다. 요즘 서리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설사 서리를 하더라도 들키면 큰일이다.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낸 청․장년이라면 어려서 보리서리, 밀서리 한번쯤은 다 해봤을 터.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앉아 덜 익은 보리와 밀을 꺾어 불에 구워 먹었던 기억이다. 그러다가 입 주위가 시커멓게 그을리고, 얼굴이 숯검정이 되는 줄도 모르고 먹다가 친구들끼리 서로 쳐다보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추억을 찾아 밀서리 현장으로 가본다. 우리밀축제가 열리는 전남 순천이다.

우리밀. 남도 들녘에서 봄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우리밀. 남도 들녘에서 봄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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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 재배단지. 전남 구례군 광의면 들녘이다.
 우리밀 재배단지. 전남 구례군 광의면 들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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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밀 재배면적이 그리 많지는 않다. 전남도내에선 구례 333㏊, 영광 176㏊, 순천 155㏊ 그리고 해남에 525㏊ 등 모두 1840㏊에 이른다. 생산량은 4000톤 정도로 추정된다. 전체적으로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다. 특히 해남에서 부쩍 늘었다. 최근 밀 값이 좋아 보리 대체품목으로 적합하고, 건조·저장시설 지원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 한 몫 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전남의 쌀 재배면적이 19만㏊인 것을 감안하면 밀 재배면적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쌀 재배면적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셈이다. 반면 우리 국민들의 밀 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국민들의 밀 소비량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1인당 35㎏이었다. 1970년대(14㎏)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 평균 두 공기 정도의 밥만 먹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밀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밀의 재배면적이 적으니 그만큼 수입량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 지난 2007년 우리나라 밀 소비량은 식용 220만톤, 사료용 130만톤 등 모두 350만톤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밀 생산량은 전국적으로 1만1120톤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밀의 0.3%만 자급할 뿐 97%를 미국 등에서 수입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수입액이 지난해 곡물값 상승으로 2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다.

우리밀. 우리 땅에서 자라는 안전한 먹을거리다.
 우리밀. 우리 땅에서 자라는 안전한 먹을거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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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돈이지만 수입밀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수입밀이 각종 농약이나 방부제로 인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이에 반해 우리밀은 수입밀과 달리 가을에 씨를 뿌려 겨울을 땅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 우리 땅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을거리이다.

인체 면역기능도 수입밀보다 두 배 높다. 노화 억제효과도 월등하다. 열량도 우수하다. 뿐만 아니다. 우리밀을 재배하는 것은 땅심을 높이고 지하수 함량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세계적 식량 파동의 방파제 역할도 한다. 수입에 따른 외화도 아낄 수 있다. 우리밀이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여러 마디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우리밀 재배단지. 전남 구례군 광의면 들녘 풍경이다.
 우리밀 재배단지. 전남 구례군 광의면 들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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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우리밀축제는 이런 의미에서 계획됐다. 지난 2003년 시작돼 올해 제7회째를 맞고 있다. 밀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의 하나이다. 옛날 그 밀밭의 정취를 느끼면서 우리밀의 중요성을 깨닫고 또 널리 알리자는 취지다. 여느 축제보다 소중한 이유다.

축제는 (사)iCOOP생협연대가 주최한다. 여기에는 순천생협, 순천YMCA생협, 광양생협, 여수YMCA생협, 진주생협 등이 가입돼 있다. 밀떡 구워먹기, 밀서리, 밀짚공예 등 체험행사는 지난 18일부터 시작, 22일까지 계속된다. 본 행사는 23일 순천 맑은물관리센터 인근 밀밭에서 펼쳐진다.

우리밀축제는 푸짐한 체험행사로 마련된다. 추억의 밀서리와 밀떡 구워먹기, 밀밭 걷기 등 밀밭체험을 해볼 수 있다. 밀밭 배경으로 사진찍기, 밀짚공예, 밀싹 분양하기,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우리밀 케이크와 쿠키, 호떡 만들기 등 토속적인 행사가 즐비하다. 맷돌을 돌려 우리밀가루를 만드는 체험과 두루미 솟대 만들기, 나무곤충 만들기 등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체험행사도 준비된다. 자치기, 널뛰기 등 전래놀이도 해볼 수 있다.

축제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판매를 통한 주민소득 향상일 터. 우리밀제품도 살 수 있다. 우리밀과자, 개떡 등을 파는 먹을거리장터와 우리밀팥국수 등을 파는 친환경식당, 우리밀라면과 우리밀과자, 우리밀부침개, 막걸리 등을 파는 우리밀가공식품판매장 등이 운영된다. 밀의 일생, 우리밀과 수입밀 비교, 유해식품 전시 등 전시행사도 있다.

축제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도 내용은 정말 알차다. 어린이들에게는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자연학습의 장으로, 어른들에겐 추억의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선암사 야생 차밭. 은은한 전통 야생차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선암사 야생 차밭. 은은한 전통 야생차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 순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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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밭 외에도 순천엔 가볼만한 곳이 많다. 1960년대 순천읍내, 70년대 달동네, 80년대 변두리 번화가 등이 재현된 대규모 오픈 세트장도 순천에 있다. 부모 세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겐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다. 어른들에겐 향수와 유년의 기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곳이다. 옛 체험거리와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선암사 가는 길목에 야생차체험관도 있다. 한옥의 단아한 멋과 여유, 은은한 전통 야생차의 맛과 향을 느껴볼 수 있다. 숙박도 가능하다. 순천만, 낙안읍성과 송광사, 선암사는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밀축제가 열리는 밀밭은 순천만 부근, 순천시 교량동 맑은물관리센터(옛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에서 펼쳐진다. 호남고속국도 서순천나들목에서 벌교 방면으로 가다가 청암중학교 앞에서 좌회전, 도사초등학교를 찾아가면 된다. 학교 부근에 물관리센터가 있고 거기서 밀밭도 볼 수 있다.

우리밀은 구례군 광의면 일대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다. 화엄사에서 지리산온천랜드 사이가 온통 밀밭이다. 우리밀밭을 보면서 보리피리 만들 듯이 밀피리 하나 만들어 불어도 운치 있겠다.

외국산 농수산물 수입과 멜라민 파동 등을 거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제2의 식량이면서 영양가 높고 안전한 우리밀을 찾아서 순천과 구례로 밀서리 한번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밀과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선암사 숲길. 걷기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선암사 숲길. 걷기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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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픈 세트장. 아이들이 부모 세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다.
 드라마 오픈 세트장. 아이들이 부모 세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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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우리밀, #순천, #우리밀축제, #ICOOP생협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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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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