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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옆에 놓인 달력을 보다 문득 "부부의 날"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5월 21일 부부의 날, 세상에 이런 날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백과사전을 찾아 봤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라는 취지로 "가정의 달인 5월 둘이 하나가 된다"라는 뜻으로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2003년 12월 제안해 2007년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 된 뒤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부부의 날이라 생각하니 5월 21일이 편치가 않다. 회사사정으로 결혼 후 처음으로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결혼 4년차가 되었고 3살 된 딸아이와 임신 15주가 된 아내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주말에는 학원에 나가 공부를 하기 때문에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서도 정작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일요일 단 하루뿐이다. 그래서인지 부부의 날이라는 문구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놀지 않고 직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하는 아내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직업의 특성 때문에 평일은 밤늦게 집으로 귀가하고 때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주말부부가 시작되기 전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에 소홀했고 결국 아내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부족했고 처음으로 지방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아내에게 미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내가 화내면서 말을 할 때면 은근슬쩍 회사를 핑계로 나 자신을 합리화 하기도 했다. 마음이야 항상 미안하고 서운해 하는 아내를 위해 달래주고 싶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이 유독 아내에게 표현하는 것이 인색하듯 나 또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인색하기만 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면 아내에게 좋은 선물이라도 해주면서 서운해 하는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겠지만 어디 우리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한 달이라는 시간의 경제활동은 매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인데 뭔가 아내의 마음을 환하게 해줄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돌아가는 주말부부 생활 그동안 함께 생활 할 때는 가끔 떨어져 지내고 싶기도 했고 아내가 아이와 함께 친정으로 갈 때면 왠지 모를 해방감이 있었다. 하지만 떨어져 지내다 보니 아내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부부가 왜 한 이불을 덮고 살아야 하는지도 조금씩 느껴진다.

 

이렇게 생각하며 집에 도착해 아내와 아이를 만나면 반갑고 행복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본다며 투정부리는 아내와 아무것도 모른 채 여느 아이들처럼 잠시도 가만이 있지 못하는 딸 아이, 이게 우리 가족의 행복이고 아내와 내가 부부로 살면서 얻은 가장 큰 행복은 아닐까?

 

내일은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이곳 지방에 연고를 둔 직원들보다 한 시간 일찍 퇴근을 한다. 주말부부로 지내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로 월요일도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출근시간이 조정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일요일 저녁 내려와 월요일에 정상적인 출근을 했겠지만 최근에는 교통편이 좋아져서 당일 새벽에 출근을 해도 무리 없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이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주말이 행복하지 않다. 앞으로 2주 정도 더 주말에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이라는 2009년 5월의 주말은 나에게 가정이라는 테두리에서 너무 힘겹게 한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가장 하지만 아내와 아이를 위해 이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고 또 우리 가족의 행복과 미래를 위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은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 부부의 행복은 서로의 양보라고 합니다. 가정을 이루고 사시는 이 땅위 모든 분들 언제나 행복하십시오


태그:#부부의 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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