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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희

 

2009년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가 27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2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린 꽃박람회의 최종 관람객 숫자는 약 200만 명으로 1일 평균 7만 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밖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했으며, 꽃박람회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꽃박람회장으로 진입하기도 어려워 제대로 된 관람을 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힘겹게 도착한 보람에 비해 대개가 겨우 한두 개 전시장만을 둘러보고 돌아가는 관람객이 많았는데 이에 미처 꽃박람회장을 모두 둘러보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던, 또는 사정상 어쩔 수 없이 가보지 못한 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꽃박람회를 체험할 수 있도록 소개한다.

 

 

꽃의 미래관은 홍보관(?)

 

폐막식이 있던 지난 20일 찾은 꽃박람회장은 상대적으로 전과는 달리 조금 한산한 분위기였다. 정문을 지나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남녀 거북이 조형물과 눈인사를 나누고 '꽃의 미래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전국 37개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다양한 꽃들을 전시해 놓은 곳인데, 이곳의 특징은 각 지차제의 특산물이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고 이를 배경으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꽃의 미래관'이란 이름보다는 각 지자체의 '홍보관'이 더욱 어울리는 곳이다. 따라서 전시장 안을 눈으로 둘러보다가 적당히 잘 꾸며진 곳에서 사진 찍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는 곳이다.

 

'미래관'이라고 해서 신비한 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하고 입장한 관람객이라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고 널리 보급된 꽃들이 많아 실망할 확률이 높다.

 

그나마 관람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면 무료로 직접 사진을 찍어주고 그 자리에서 인쇄까지 해주는 곳이 있다는 정도. 이곳의 관계자 왈 "찍어준 사진을 계산한다는 자체가 어렵다. 그냥 수없이 많이 찍어줬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듯..."

 

 

'찰칵'소리 멈추지 않던 바닷길 정원 앞

 

꽃의 미래관을 나와 야외테마공원 중 하나인 '바닷길 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엔 유독 각종 '찍을거리'를 이용해 기념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많았는데, 대소형 바람개비와, 인공 연못 위에 띄워진 배 모양의 조형물 등을 배경으로 숭례문 토피어리가 어우러진 광경이 일품인 곳이다.

 

각자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카메라의 대중화'에 놀라 "우리나라의 카메라 보급률이 정말 높구나"란 생각에 잠겼다. 최근엔 디카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웬만한 휴대폰도 카메라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 보니 어딜 가도 사람들이 사진 찍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자연스레 일반인들의 사진 찍는 기술도 늘어 인터넷 블러그나 카페,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아마추어 사진 전문가라고 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또,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지 카메라의 유형도 저가형에서 중․고가형으로 변한 것 같다. 박람회장 안에서도 손쉽게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유명 브랜드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관람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꽃을 든 아저씨, 이색공연 듣고 야생화 구경하다

 

다시 발길을 재촉해 행사 기간 동안 각종 무대 행사가 진행된 '이벤트 광장'으로 향했다. 공연이 열리고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폐막식 행사 준비를 위해 연주 연습을 하고 있는 군악대 모습만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어딜 가도 일정을 살펴보고 가는 것이 필수인 듯하다.

 

하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이색적인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백두산천지와 한라산 등 한반도 일대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생태별로 전시한 야생회관 앞에서 에콰도르의 전통음악연주팀 '시세이'의 연주가 한창이었다.

 

야생회관 관람에 앞서 잠시 휴식시간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이들의 연주에 귀기울였다.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옆에서 이들의 'CD'를 판매하고 있는 팀원에게 물으니 꽃박람회 기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같이 수차례 공연을 했다고 한다. 가히 무적이라고 할 만한 체력이다.

 

야생화관에 처음 들어서면 그냥 '풀밭'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름도 재밌고 평소 접하지 못한 생소한 야생화가 많았다. 한마디로 이곳을 둘러본 소감을 묻는다면 '생태학습장'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야생화관을 나와 '꽃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박람회장을 둘러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꽃이 있던 관람객이 꽃을 구입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꽃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줌마'보다는 '아저씨'가 많았다는 것. 그 이유는 '아줌마'는 꽃을 고르고 '아저씨'는 꽃을 드는 역할을 각각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람 태도로 본 아줌마와 사모님의 차이

 

'꽃의 미래관'에서 느끼지 못한 꽃의 신비함은 '꽃의 교류관'에서 느낄 수 있었다. 국내외 업체들이 꾸민 화려한 전시연출과 함께 자사의 대표 품종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곳은 다양한 꽃의 활용법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박람회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교류관 내부는 대체로 한산했다. 각 부수에 꽃들은 넘쳐났지만 주인은 온데간데 없고 명함을 가득 담아둔 통만이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방사선 처리된 돌연변이 육종과 '우주실험용 식물 생장상 1호'가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겼다. 이곳에서 발견한 재미난 문구가 있어 소개한다.

 

'아줌마와 사모님의 차이?'   

아줌마: 꽃을 마구 만진다

사모님: 눈과 코로만 감상한다

 

관람객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이 문구는 '출입금지' 라인을 설치했지만 관람객들이 제품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이런 문구를 통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한 듯하다. 관람태도를 지적한 재치만점의 발랄한 카피다.

 

기나긴 여정의 피곤함 때문일까? 한 부스에서는 밀려오는 잠을 이겨내려 애쓰며 아저씨 한 명이 꾸벅 꾸벅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분재 하나가 10억짜리라고?, 하이힐 신고 가면 보기 어려워

 

교류관내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제품을 보고 난 후 구매하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분재원이다.

 

이곳에는 약 200여 점의 분재가 전시되었는데 모두 수백만원 이상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은 향나무 분재로 무려 10억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이 향나무 분재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야외테마정원에는 꽃잎이 많이 떨어지거나 시든 꽃들도 많았지만 가장 많은 관람객의 호응도를 얻은 숭례문 토피어리 주변의 꽃들은 싱싱함을 자랑했다. 이곳엔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관람객들이 사방에 넘쳐났다.

 

비슷한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관람객들을 보면서, 박람회장을 찾은 여성들이 주의할 점을 발견했다. 바로 꽃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하이힐'이 아닌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는 것이다.

 

꽃박람회장은 관람로가 모두 보도블록으로 되어 조금만 걸어도 발이 아프게 될 뿐만 아니라 약 2시간 이상 걸어서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발이 편안한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충남도가 오는 2015년까지 최소한의 입장료를 받고 꽃박람회장을 '꽃 테마파크'로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혹시 다시 찾을 예정이라면 유의해 두는 것이 좋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플라워심포니관, "구경거리 많네..."

 

볼거리가 많은 곳은 역시 주제관인 플라워심포니관이었다. 입구에 들어서 내부로 들어서기 위해 꽃으로 뒤덮인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이 구간에서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참 많았다.

 

전시장 내부에는 꽃과 관련된 주제별 부스가 여럿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꽃인 좀개구리밥과, 세계적인 휘귀식물 등을 볼 수 있다.

 

또,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한옥과 미닫이 흑백 TV, 장독대 등이 꽃과 어우러진 공간도 조성돼 있으며, 다양한 꽃의 형태를 대형스크린 멀티미디어 쇼를 통해 볼 수도 있어 눈이 휘둥그레지는 공간이었다.

 

주제관 관람을 마치고 출구를 나오게 된다면 박람회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인 전망대로 향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만약 부행사장인 수목원을 관람하길 바란다면 '플라워심포니관' 옆길을 이용하면 되는데, 무료로 셔틀버스를 수시로 운행해 관람객을 나르고 있었다. 수목원은 꽃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으나 폐막과 함께 유료로 전환됐다.

 

수목원으로 가는 길옆에는 '꽃 문화체험관'이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는 꽃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몇 종류의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하지만 사실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관람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한편,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꽃박람회장을 살펴보고도 아쉬움이 남는 일부 관람객들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누구보다 먼저 때 이른 여름을 만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한, 이날 1억 송이 꽃의 향연을 아쉬워하며 저녁 7시부터는 폐막식과 함께 불꽃쇼 및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태그:#태안,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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