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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비가 오고 있었다. '부부의 날'인 21일,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너무나 평범하게. 그러나 부부의 날, 기차, 서울행은 평범한 일상이 아니었다.

 

하루 전 날이었다. 서울 가는 아내에게 미리 작별을 고했다.

 

"서울 잘 갔다 오소."

"당신은 안가요? 혼자가 아니라 같이 가야 하는데…."

 

얼떨결에 여수 여천역에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출발역이라 내부는 한산했다. 아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기차 타던 당시로 돌아가 있었다.

 

"닭이 울면 어쩌지, 걱정이 태산이었죠."

 

"동네 아주버니와 서울 작은 아버지 집에 다녀오래요. 그런데 닭을 싸주지 뭐예요. 이거 작은 아버지와 큰 오빠 먹어라 해라 하며. 움직이지 못하게 시장바구니에 넣고 보자기로 꼭꼭 쌌다며 안 움직일 거라 그래요. 서울 가기보다 더 싫었어요."

 

그랬었다. 과거의 기차에는 흔한 정겨운 광경이었다. 한편에선 '대체 어떤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던 동물을 기차에 태울까', 궁금증이 들었었다. 아내도 그랬다니….

 

"어린 마음에 닭이 울면 어쩌지, 걱정이 태산이었죠. 자다가 일어나 보면 닭이 꼬르륵 꼬르륵 하더니, 고개가 픽픽 떨어져요. 자는 거였죠. 또 눈을 껌벅이며 나를 보고, 주위도 살폈어요. 그걸 보니 기겁하겠대요. 엄마는 어린 내게 꼭 들려 보내야 했을까요?"

 

아내보다 옴싹달싹 못하게 묶인 닭은 더 불편했을 터. 그게 부모 마음이겠죠. '싱싱하게 먹고 몸보신해라'는. 아내는 현대 문명인답게 불편함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어차피 닭 털 뽑아 먹을 거 왜 생닭을 가져다 줘요. 그냥 잡아서 먹기 좋게 잘라 편히 먹게 하지. 안 그래요? 근데 작은 아버지와 큰 오빠가 정말 맛있게 먹대요."

 

엄마가 동생 편을 들고서야 울음이 그쳤다!

 

서울로 가는 도중 두 어린 아이 손을 잡은 엄마가 자리를 잡았다. 젖 먹이 아이 둘을 안은 중년 부부도 올랐다. 짐을 잔득 든 노부부도 시야에 들어왔다.

 

두 엄마가 잠시 화장실 가느라 자리를 비웠다. 4살짜리 동생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언니는 왜 뺏어, 나도 좀 가지고 놀자. 나 엄마한테 갈 거야. 잉잉~."

 

두 살이나 많은 언니에게 달려 들어봤자 터지기만 할 뿐. 네 살 박이 동생은 최대의 필살기 '엄마'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왔다.

 

"엄마 언니가 나를 때렸어!"

 

아니나 다를까, 동생은 꺼낸 무기(?)를 여지없이 휘둘렀다. 그리고 설움에 북받친 울음을 엉엉 터트렸다. 엄마가 동생 편을 들고서야 울음이 그쳤다. 역시 엄마였다.

 

낯익은 동요 자장가와 애절한 이별 손짓

 

 

중년 부부는 여섯 살과 두 살 먹은 손주를 데리고 따로 따로 앉았다. 시끄러웠다. 결국 할머니가 품에 안았다. 희미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가 선 그늘에~" 오랜만에 듣는 낯익은 동요였다. 아이에겐 포근한 자장가였다. 기차가 멈췄다.

 

"할아버지 왜 기차가 안가요?"

"응. 사람도 힘들면 쉬었다 가잖아. 기차도 오래 달려 잠시 쉬는 거야.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엄마 아빠를 볼 수 있을 거야."

 

노부부가 기차에 올랐을 때, 짐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젊은 사람이 짐칸에 짐을 올린 후, "다음에 또 봬요." 할 때까지. 창 밖에서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젊은이 옆에 있던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흔들었다.

 

"어여 가. 어여 가라니깐. 또 볼 건데 빨리 가란 말이여!"

 

기차 안에 있던 할머니가 목맨 소리를 하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서서 손을 흔들었다. 창밖에 있던 일행은 쉬 가질 않았다. 그들은 그 애절한 손짓을 기차가 떠날 때까지 하고 있었다.일, 서울행 기차에서 벌어진 풍경이었다. 가족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기차, #자장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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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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