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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사'는 홀로 꾸려 나가는 출판사입니다. 글쓴이한테 글을 받을 때부터, 이 글을 엮고 묶고 앉히고 인쇄소로 보내 찍고 풀 발라 껍데기 붙인 다음 말려서 배본소로 이끌고 가서 책방에 들어가도록 하는 일, 그런 다음 팔리는 만큼 책방에서 돈 받아오는 일에다가, 나온 책을 알리고 출판사 살림 꾸리는 일까지 홀로 맡는 곳이 바로 '1인출판사'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는 1인출판사가 꽤 많습니다. 몸담고 있던 출판사가 내키지 않아 그만두며 출판사를 홀로 차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책을 내 손으로 만들자'는 생각으로 1인출판사를 차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1인출판사 가운데 '막내집게'라고 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작은 곳, 1인출판사 가운데에서도 더 작은 곳을 꾸려 나가면서, '번역' 일까지 함께하는 조은님하고 편지로 '1인출판이란 어떤 일인가?'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아도 좋으나, 이렇게 글과 글로 이야기를 주고받아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출판사 '막내집게' 이름은 어린이한테 즐겁게 나누어 주는 시를 쓰던 백석님 작품 <집게네 네 형제>에서 왔습니다. 이 시를 살짝 맛보기로 읽어 보면, "어느 바닷가 물웅덩이에 / 깊지도 얕지도 않은 물웅덩이에 / 집게네 네 형제가 살고 있었네 // 막내동생 하나를 내놓은 / 집게네 세 형제 / 그 누구나 집게로 태어난 것 / 부끄러웠네 // 남들같이 굳은 껍질 쓰고 / 남들같이 고운 껍질 쓰고 / 뽐내며 사는 것이 부러웠네 // 그래서 맏형은 굳고 굳은 강달소라 껍질 쓰고 / 강달소라 꼴을 하고 / 강달소라 짓을 했네 // 그래서 둘째 동생은 / 곱고 고운 배꼽조개 껍질 쓰고 / 배꼽조개 꼴을 하고 / 배꼽조개 짓을 했네 // 그래서 셋째 동생은 / 곱고도 굳은 우렁이 껍질 쓰고 / 우렁이 꼴을 하고 / 우렁이 짓을 했네 // 그러나 막내동생은 / 아무것도 아니 쓰고 / 아무 꼴도 아니 하고 / 아무 짓도 아니 하고 / 집게로 태어난 것 / 부끄러워 아니 했네 // ……." 하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막내집게는 이런 "집게네 네 형제 가운데 막내인 집게"입니다. 1인출판사 '막내집게'는 그 누구한테도 부끄러워하거나 부러워할 까닭 없이 홀로 즐겁고 신나게 책 만들기에 온마음과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다음은, '막내집게' 대표인 조은님과 제가 편지로 주고받은 이야기를 '둘이 나란히 이야기하는 투'로 갈무리한 줄거리입니다.

 막내집게 인터넷방을 꾸미고 있는 막내집게 그림.
인터넷방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makzip
막내집게 인터넷방을 꾸미고 있는 막내집게 그림. 인터넷방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makzip ⓒ 막내집게/조은

[최종규] 책으로만 뵙다가 이렇게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막내집게'라고 하는 앙증맞은 이름을 달고 다부지게 홀로 책을 만들고 있으신데요, 어떤 꿈을 안고 '1인출판'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조은] 일단, 막내집게는 최종규 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1인출판과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내집게는 출판으로 돈을 벌겠다는 기대 없이 시작한 출판사입니다. 제가 돈이 많아서 돈 벌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고요, 출판계란 곳이 얼마나 살아남기 힘든 곳인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 저는 출중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시장을 보는 눈이나 번뜩이는 기획력도 없고, 자본이 많지도 않고, 죽자사자 열심히 일하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최] 후후, 세상에 뛰어난 재주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저도 제가 참 모자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애쓰고 있을 뿐이에요. 제가 걷고 싶은 길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어나간다면, 나중에 빛을 볼는지 못 볼는지 모르지만, 이처럼 걸어간 길이 흐뭇하고 즐거우면서 제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셈이 아닌가 싶어요. 그나저나, 조은 님은 다른 출판사에도 일하셨겠지요? 여느 출판사에서 달삯 받고 일할 때하고 홀로 출판사를 꾸리며 일할 때하고 어떻게 다르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조] 네, 그냥 남의 돈 받으며 회사 다니는 게 정상일 텐데 굳이 제 돈 써 가며 책을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 제가 조직생활을 너무 못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업계에서 2년쯤 헤매다 전업한 건데, 출판사 일은 적성에는 딱 맞았지만 출판사도 조직은 조직이라, 어떤 곳에 있어도 그곳의 장점과 머물 이유보다는 단점과 떠날 이유를 찾고 있고, 조직 개혁의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직에 적응도 못하겠고 적응하려는 의지도 없다 보니 …… 조직 안에서 즐겁지 않을 뿐더러 나 자신도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이란 데는 내 삶터가 될 수 없는 곳이구나, 나중에 프리랜서나 창업을 해야겠다 생각하게 됐고, 주변사람들이나 회사에도 아예 터놓고 말했어요. 그리고 틈틈이 앞으로 내가 내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막내집게에서 펴낸 첫 번째 책.
막내집게에서 펴낸 첫 번째 책. ⓒ 막내집게
[최] 그러셨군요. 저도 출판사에서 일해 보면서 느꼈는데, 바깥에서는 제가 몸담은 출판사가 아주 훌륭한 책을 만들며 훌륭한 길을 걷는다고 입에 침이 닳도록 칭찬하고 있었지만, 정작 출판사 안에서 들여다보면 군대와 마찬가지 조직이었고, 질서와 계급에 따라 갈려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수습이라는 이름으로 한 해 동안 다른 직원들과 견주어 아주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한 해만 수습으로 있으면 자기들과 똑같이 대접해 준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비정규직이잖아요. 나중에 그곳에서 뛰쳐나온 다음 알아보니까, 아무리 수습직이라 하여도 석 달을 넘기지 않더군요. 그러니까 저는 적어도 아홉 달이나 '일한 땀방울 보람'이 없던 셈이었어요. 아무튼. 조은 님이 꾸리는 '막내집게'에서 펴내는 책은 어떤 성격이라고 보면 좋을까요?

[조] 막내집게 책은 ① 작품성ㆍ상품성 그런 거 신경 끄고 철저하게 제 취향과 정서에 맞는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망해도 후회가 없을 테니 …… 어차피 어떤 책이 잘 팔릴지 감도 전혀 안 오고요. ② 그리고 예전에 나왔다가 사라진 책부터 복간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제가 원서를 검토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외부검토자의 의견만으로는 이 책이 진짜 내 취향에 꼭 들어맞는 책인지 파악이 안 되더라고요. ③ 선인세가 싼 책으로만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도 비싼 책 욕심 부려서 내 봤자 그만큼 팔 능력도 없고 …….

[최] 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망해도 후회가 없을" 책을 만드셔야지요. 그러고 보면, 다른 출판사들도 "망해도 후회가 없을" 책을 만들어 준다면 좋겠구나 싶어요. 그래야 우리 책마을도 발돋움하고 책문화도 한껏 커 나지 않으랴 싶어요.

[조] 막내집게 출판등록을 했던 작년 4월경은 복간도서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 때였어요. 그걸 보고 맘이 좀 급해져서 《사하라 이야기》 판권조회를 해 봤더니 마침 살아 있기에 덥석 계약한 거죠. 9월까지는 회사 다니면서 낼 책들을 계약했고, 10월부터는 회사 관두고 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최] 회사 다니면서 그렇게 알아보기 쉽지 않았을 테지만, 뜻을 고이 품고 있으셨으니, 회사를 그만두고 곧바로 책을 펴내실 수 있었군요.

[조] 예상보다 좀 급하게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준비를 허술하게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여기저기 좀 많이 옮겨 다닌 편이고 큰 데, 작은 데, 중간 규모 두루 다녀봤는데, 그러면서 보고 느낀 게 많았거든요. 괜히 "좋은 책 내겠다"는 미명 하에 민폐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 직원 함부로 뽑고 책임 못 지고 자르는 일, 제작처나 외주업체에 돈 못 주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고 맘먹었어요.

[최] 그렇지요. 지금 책마을에 몸담은 분들은 으레 몇 군데 출판사에서 일해 본 적이 있을 텐데, 또 사장 자리에 오른 분들은 누구나 평직원이자 막내이던 때가 있었을 테고요. 모두들 당신들 어리거나 젊을 적을 떠올리고, 그때 느낀 아쉬움과 모자람을 슬기롭게 풀어내 주면 좋을 텐데, 직원을 섣불리 뽑고서는 함부로 자르는 일, 그리고 외주 업체한테 낮은 일삯으로 일을 맡기고 미적미적 돈을 늦게 주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요. 더구나, 이런 일을 '이름 꽤 알려진 큰' 출판사에서 하고 있으니 말썽거리입니다.

 막내집게에서 펴낸 두 번째 책.
막내집게에서 펴낸 두 번째 책. ⓒ 막내집게
[조] 그래서 책 다섯 권 낼 수 있는 돈은 마련하고 시작했고, 사무실을 얻는다거나 세무사를 쓴다거나 하는 고정비는 안 들이기로 했고,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최대한 혼자서 하기로 했고, 먹고살 돈 벌기 위해 다른 출판사 외주편집 일도 하고 …….

[최] 음, 책 판권을 보니 출판사 주소가 아파트로 되어 있는데, 그곳이 조은 님이 계신 집인가 보군요.

[조] 다른 1인출판사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인터넷카페도 있고, 세미나도 있고, 친목 모임도 있고 …… 편집은 어차피 하던 일이고, 제작이나 영업에서는 조언을 많이 듣고 나서 부딪쳤기 때문에 큰 문제나 사고 없이 해 나간 편이에요. 또 저랑 첫 책을 비슷한 시기에 낸 '책과콩나무'에서 사무실도 편하게 쓰게 해 주셔서 거기다 책도 갖다 놓고 보도자료나 택배 발송 작업도 하고(저희 집은 서울 동남쪽 끝이라 출판동네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든요), 창고나 파주 쪽 가야 할 때는 차도 얻어타고 가고 …… 실무 쪽으로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풀리고 있어요.

[최] 어려운 가운데 서로 도우면 서로 힘이 나면서 어깨동무가 되면서 즐거울 듯해요. 책상 하나쯤 놓으며 같이 일한다면 때때로 말벗도 될 테고요.

[조] 경영 쪽에서는 …… 제가 첫 책 출간하기 전에 막내집게랑 가장 비슷한 성향과 규모의 '버티고' 출판사 사장님을 만나 조언을 들었는데, 대단히 어렵더라고요. 잘나가는 출판사 사장님도 만났지만 그쪽은 분야도 다르고 경력이라든지 자본도 저랑은 차원이 달라 어떻게 따라할 방법도 없고. …… 그래서 더더욱 맘을 비우고 시작했네요. 물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1인출판이 쉽지는 않아요. 특히 디자인이나 영업, 경리 쪽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적은 돈으로 시작한 만큼 그건 감당해야 하는 거고, 제가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보다는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해서 그냥 집에서 뒹굴면서 자유롭게 일하는 게 편합니다.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책만 만든다는 거고요.

[최] 자유로이 일하는 가운데 만드는 책이라면, 그 책에는 엮은이 자유로운 넋이 함께 담긴다고 느낍니다. 빡빡하게 일에 치이고 밀리면서 만드는 책이라면, 그 책에는 빡빡한 느낌과 냄새가 배고요. 1인출판이 어렵고 힘든 대목이 많지만, 조은 님처럼 홀가분하면서 자유롭게 책을 만든다면 즐겁고 신나게 흘린 땀방울을 '책을 사 읽는 누누가' 반가이 맞아들일 수 있으리라 믿어요.

 막내집게에서 펴낸 세 번째 책.
막내집게에서 펴낸 세 번째 책. ⓒ 막내집게
[조] 아무튼, 적은 수지만 우리 책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마음이 통하는 독자들을 만나게 되면 무척 기쁩니다. 실은 책을 만들면서 이웃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아주 개인적인 욕심으로, 무작정 사하라로 떠나고 싶어 했던 싼마오처럼 저도 그냥 한번 해 보고 싶었을 뿐이거든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책들을 최선을 다해 제대로 잘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외서는 번역자와 편집자에 따라 책이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복간도서라고는 해도 내가 느낀 대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게 참 재미나고 보람 있는 작업이에요.

[최]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더없이 좋아할 뿐 아니라 사랑하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책방마실을 하면서 골라드는 책들은 우리 스스로 더없이 좋아하면서 사랑할 수 있는 책이어야 하고요.

[조] 내 마음을 울린 얘기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울리는 걸 볼 때, 내가 만든 책 덕분에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 무척 뿌듯합니다.

[최] 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아직 여러모로 어줍잖습니다만, 제가 쓴 글 하나로 둘레 사람들한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할 수 있으면 대단히 뿌듯해요. 어쩌면 이런 보람 하나하나 느끼는 일이 좋아 배고픈 글쓰기를 꿋꿋하게 붙잡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다른 1인출판사 사장님 말씀을 들으니, 책방에서 '장부 장난'을 한다고도 하던데, 막내집게는 어떻든가요?

[조] 서점의 장부 장난은 …… 아직 장난칠 만큼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아직은 투명합니다. 대형서점뿐 아니라 총판 거래, 인터넷서점 거래 등 도서유통에 (장부 장난 말고 더욱 심각한) 총체적인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기획회의》 등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실리니까 …….

[최] 이를테면, 매절로 서른 권이나 쉰 권을 싸게 사들인 다음, 이 책을 반품시키는데, 매절로 살 때에는 60%로 적었다면 반품할 때에는 70%로 적어서, 출판사로서는 틀림없이 책이 팔렸는데 장부에는 '빼기(마이너스)'가 되어, 거꾸로 출판사가 책방한테 돈을 치러 주어야 하도록 장난질을 한다더군요.

[조] 그런데 그게 출판사 입장만 대변하고 있고, 서점이나 독자 입장은 또 다를 터이기에 해결책이 쉽지 않아 보여요. 출판사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 보면, 저는 읽기는 한 달에 열댓 권쯤 읽는 것 같은데, 그걸 다 산다는 건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다음 진짜 맘에 들어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만 사요. 근데 취향이 좀 편협해서, 그런 책 1년에 열 권도 안 돼요. 정말 책 사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고, 책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쿠폰이나 마일리지나 이벤트나 파격할인에 혹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은데 …….

[최] 하기는, 그렇습니다. 요즘 책값이 장난 아니에요. 꽤 비싸요. 좀더 값싼 종이로 수수하게 만들어도 될 텐데, 덜 팔린다고 생각하며 아예 '나중에 종이값 오를 생각'을 해서 처음부터 몇 천 원을 더 붙이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 나왔을 때 안 사고 한두 해쯤 지나서 사는 책'도 있어요. 그렇게 해야 물건값 오름세하고 책값이 그럭저럭 맞아떨어지지 않느냐 싶더군요. 참, 조은 님은 1인출판을 하면서 홍보는 어떻게 하시는가요?

 막내집게에서 펴낸 네 번째 책.
막내집게에서 펴낸 네 번째 책. ⓒ 막내집게
[조] 넘쳐나는 신간의 홍수 속에서 우리 책을 선택하게 하려면? 특히 문학 쪽은 필요해서 사는 책이 아니라 재미나 감동을 얻으려고 사는 책이기 때문에 더더욱 홍보를 잘 해야 하는데 …… 영업도 잘 안 하고 홍보비도 많이 안 쓰면서 잘 팔리길 바라는 게 욕심 아닐까 싶기도 하고 …… 사실 신간 나오면, 눈에 띄는 자리에 잘 깔아 주더라고요. 《길버트 그레이프》는 특히나 몸도 안 좋고 귀찮기도 하고 해서 오프라인 서점은 한 군데도 안 돌았는데, 사람들 말로는 잘 깔려 있다네요. 인터넷서점에서도 싸늘하던 MD가 슬쩍슬쩍 노출해 줘서 놀랐고요.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많이 안 팔린다는 것 …… 불황 탓인지, 제가 홍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책이 원래 그 정도 독자를 가진 책이라서 그런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최]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러면서 책 만드는 돈은 자꾸자꾸 나가고, 책이 팔리고 나서 들어와야 할 돈은 찔끔찔끔이고.

[조] 지금까지 책 두 권 펴내는 데 1500만 원쯤 들었고(선인세+번역료+제작비), 여기에 필요한 물품 사고 이벤트 비용이랑 물류비로 나간 돈 합치면 2000만 원쯤 썼는데, 4개월 간 수금한 돈은 700만원 정도입니다. 남은 책 3권 낼 여력은 아직 있지만, 오래 살아남아 내고 싶은 책 더 펴내려면 이 상태로는 힘들겠지요. 다른 출판사 분께 '막내집게는 책을 팔려 하기보다 책의 가치를 본인만 알고 있으려는 것 같다'는 지적도 들은 터라 …….

[최] 아니에요. 막내집게 책 값어치는 조은 님만 알고 있지 않아요. 네이버에 열어 두신 막내집게 작은 방을 찾아오는 분들도 잘 알아 주고 있잖아요. 그리고, 오늘 이렇게 만난 저도 막내집게 책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조] 아직 초보 출판사고 특별한 노하우도 없는 데라서, 쓸 만한 얘기가 있었나 모르겠네요. 좀 성공한 1인출판 얘기를 듣고 싶으시면 사이, 책공장더불어, 두드림, 마티 등이 있고요, 버티고 사장님은 출판사 경영자면서 서점 직원이니 양쪽 얘기를 다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 네, 앞으로 다른 1인출판사 분들을 찾아뵙고 좋은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알뜰히 갈무리해서 책을 좋아하는 이웃들하고 널리 나누고 싶습니다. 꼭 작은 출판사라고 해서 더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저는 "작은 책이 아름답고, 작은 출판사가 아름다우며, 작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크게 쓰는 마음이나 크게 버는 돈이나 크게 얻는 이름도 틀림없이 뜻과 값은 있습니다만, 우리 그릇을 넘어서는 돈이나 이름이나 힘은 되레 우리한테 얄궂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는 한 걸음 두 걸음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면서 우리가 가는 이 길을 알차고 튼튼하게 갈고닦으면 넉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바쁘신데, 이렇게 좋은 말씀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 네, 고맙습니다.

(막내집게 출판사는 네이버에 인터넷방을 두고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막내집게에서 새로 내는 책 소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makzip)

- 막내집게 출판사 책 -

(1) 사하라 이야기
: 싼마오(글),조은(옮김)
 / 2008.7.21. / 9800원

(2) 길버트 그레이프
: 피터 헤지스(글),강수정(옮김)
/ 2008.10.30 / 13000원

(3) 흐느끼는 낙타
: 싼마오(글),조은(옮김)
/ 2009.2.11. / 9800원

(4) 마크 트웨인의 유쾌하게 사는 법
: 마크 트웨인(글),린 살라모+마이클 B. 프랭크+빅터 피셔(엮음),유슬기(옮김)
/ 2009.4.1. / 1만 원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집게네 네 형제 - 천재 시인 백석 동화시 2

백석 지음, 손진희 그림, 박화목 감수, 꿈소담이(2007)


#1인출판#책마을#책#막내집게#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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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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