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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은 23일 아침을 먹고 TV를 시청하던 아내에게 들었다. 처음에는 농담 아니면 와병 중인 다른 노 전 대통령으로 알았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하니까 황당하고 슬프고 치욕스럽고 나라의 장래가 걱정되었다. 

 

첫 속보를 들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알 수가 없겠기에 아내와 TV를 지켜봤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 그리고 '짝퉁' 언론들의 여론몰이 때문이었다는 심증이 굳어갔다. 

 

속보가 계속 이어지자 옆에 있던 아내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필자도 2002년 12월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고 며칠 후 쓴 글에서 "노무현은 조중동을 개혁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해도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했던 대목이 떠오르며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 소감을 밝힐 때, '국민의 승리'라는 생각에 감격하면서 임기 동안에 두 가지만 해결해주기 바랐다.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5년마다 한다는 언론사 세무조사와 여야를 막론한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노무현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인 사명은 남북관계와 경제발전에 앞서 언론개혁과 부정·부패척결이라는 생각에 다른 공약은 좀 미진하더라도 두 가지 개혁만 성공한다면 후세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호남 대통령에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수구들의 눈치를 봐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달리 출신지가 경상도라서 개혁을 해나가는데 조금은 수월할 것이고, 그렇게 되려면 국민은 물론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담보됐어야 하는데, 끝없는 분열만 있을 뿐이었다.   

 

일제를 찬양하고 군사독재자들을 칭송하는 짝퉁 언론들은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사실을 왜곡하고, 개혁세력 간의 비방과 이간질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도기간인 지금보다 장례식 이후가 더욱 걱정되는 것이다.

 

홈페이지 닫고 애도하는 딸 

 

 

'노짱'이 서거한 23일은 마침, 필자의 생일이었고,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딸에게서 밤 11시가 넘어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가족을 초청해서 저녁은 먹었지만, 종일 우울하게 보내고 아내와 기차역에 나갔다. 

 

자정이 다 되어 만난 딸은 대기실을 걸어 나오며 생일축하인사는 뒷전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뉴스를 보는 순간 기분이 거지 같았다는 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건 아니에요'를 반복했다.

 

"노 대통령 서거 소식은 누구에게 들었어?"

"회사에서 웹서핑하다 알았어요. 처음 봤을 때는 '어! 이게 뭐야' 기분이 영 거지 같았어요. 그래서 홈페이지 문도 닫고 내려왔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아빠도 아침에 글을 하나 써서 올렸는데 참으로 황망하고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홈페이지는 언제까지 닫아놓을 건데?"

"장례식 끝나는 날까지 닫으려구요. 저 말고도 문 닫은 사람들 많아요. 이명박 진짜 맘에 안 들어요."

 

"문을 닫은 사람들이 많다고? 그래, 이명박 대통령의 어느 면이 맘에 안 드는데?"

"뭐든지 하는 걸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요. 어휴!"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은 떡을 사먹었는지 한숨만 내쉬더니 "오늘이 아버지 생일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광화문에 있었을 거예요"라고 했다. 하지만, 서운하기는커녕 '어린양만 부리던 딸이 저렇게 자랐나?'하는 생각에 대견하게 느껴졌다.  

 

작년 5월 가족이 함께 청계광장 촛불 문화제에도 참석했고, 그 후로도 퇴근하고 시간이 나면 광화문이든 여의도든 머리 하나 보태는 마음으로 참석한다는 딸은 운영하는 홈페이지도 닫고 내려왔다며 대통령 장례식이 끝나는 날까지 닫아놓을 거라고 말했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딸은 만화를 자주 그리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자주 드나드는데, 확인해보니까 대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순간, 장례 기간에는 수다를 떨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가슴이 싸하게 다가왔다.

 

문을 닫은 딸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느낀 게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을 치르는 29일 하루만이라도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Blog) 문을 닫고 경건한 마음으로 지인에게 쪽지를 보내거나 장례식에 참석해서 누리꾼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와 한겨레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서거#홈페이지#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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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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