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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부터 시작된 2009춘천마임축제, 국내외 극단의 다채로운 마임 공연으로 그 열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25일~26일, 이틀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식 초청작인 러시아 마임 극단 블랙스카이화이트의 '곤충들의 천문학' 공연이 진행됐다. 단체 관람객과 시민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늦은 7시에 관객들을 찾아왔던 이 공연은 지난 26일을 마지막으로 성공리에 멋진 무대를 장식했다.

기괴한 몸짓의 이야기 속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퍼포먼스
▲ 곤충들의 천문학 시각을 자극하는 퍼포먼스
ⓒ 춘천마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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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의 천문학' 작품은 귀를 자극시키는 생동감 있는 음악소리에 공연자들의 자유자재한 몸짓의 향연을 느낄 수 있었다. 지속적인 째각, 째각 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3명의 마임 공연자들은 독특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공연은 70분가량 진행되며, 담긴 이야기도 줄거리도 없다. 초현실적인 표현으로 꿈과 현실의 혼돈을 준다. 그냥 공연자들의 마임을 눈과 귀로 느낄 뿐이다. 인간 세상을 둘러싼 벽의 벌어진 틈새, 비밀의 세계에 관해 전하고 있다. 굳게 닫힌 암흑 속의 세계에 기괴한 모습을 한 괴물과 징그럽게 기어 다니는 동물이 등장한다.

이어 공연 후반부에는 빗소리와 함께 천둥이 치며 산타클로스가 등장한다. 전반부에 긴장감을 조성하였다면, 후반부에는 경쾌함이 공연을 이어간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알리며, 산타클로스는 집도 없고 이름도 없는 약한 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음악도 공연 초반에 들려줬던 신비롭고 빠른 리듬에서 경쾌한 음악으로 바뀐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공포의 공존을 동시에 보여준 이 작품은 소름끼칠 정도의 춤동작을 선보이는 공연자들로 마치 기계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화려하고 현란한 퍼포먼스와 의상, 세트, 조명, 기계음 등 역시 공연과 하나되어 완벽한 무대를 만들었다. 공연은 성공리에 끝나고 관객들은 힘찬 박수 소리로 공연자들을 환호했다. 공연자들은 관객들을 향해 마지막까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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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유이현(18), 최별(18) 양은 "공연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신기하고 흥미로웠다"며 "어릿광대들의 반복하는 몸짓에는 졸리고 잠이 왔지만, 퍼포먼스 중 환자를 치료하는 듯한 익살스러운 행동에는 매우 즐거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관람한 김병욱(48) 씨는 "공연을 보는 내내 많은 궁금증을 일으키지만, 정말 대단하고 감명 받았다"며 "마임문화가 대중화 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점점 늘어나는 외국 극단의 공연으로 국제적인 무대로 더 나아가는 것 같고, 기회가 되면 또 오겠다"고 했다. 공연 내용은 난해하지만 다양한 볼거리로 지루할 틈이 없던 공연이었다는 관객들 반응이 많았다.

한편, 이날 공연장을 찾아왔던 춘천마임축제 예술 감독 유진규씨는 "현대마임, 현대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러시아라는 나라의 특수한 상황, 그 속에 꿈을 잃지 않는 환상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공연 속 등장했던 아기를 보며 새로운 세대의 희망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블랙스카이화이트 극단
▲ 무대의 주인공 블랙스카이화이트 극단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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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 공연 블랙스카이화이트 극단

무대 주인공인 블랙스카이화이트 극단은 러시아에서 초청해온 팀으로, 1988년에 창단됐다. 비정형화된 형태를 띤 현대 안무에 가까운 것이 이 극단의 특징이다. 지금까지 2001 프랑스미모스마임축제 비평가 그랑프리, 2007 에딘버러 페스티벌 헤럴드 엔젤상의 수상을 거머쥐었으며, 2008 런던마임페스티벌 공식초청작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이번이 첫 번째이다.

블랙스카이화이트 극단의 연출가 'Aryupin Dmitry'
 블랙스카이화이트 극단의 연출가 'Aryupin Dmitry'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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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카이화이트 극단의 연출가 Aryupin Dmitry는 "2년 전 공연에 대한 워크숍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 공연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공연에 굉장히 흡족"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공연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계산하지 않는다"며 "한국 정서에 맞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냥 국가, 인종을 떠나 느끼는 바는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직접적으로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공연자의 움직임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공연자와 하나된 느낌으로 살아있음을 관객들도 같이 보고 느끼라"며 "비현실적이고 가상적인 공연이니 각자 꿈꾸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같이 꿈을 꾼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태그:#춘천마임축제, #블랙스카이화이트, #곤충들의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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