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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시간의 과거방송보다 1분의 '지금'목소리를 들려준 배칠수
 100시간의 과거방송보다 1분의 '지금'목소리를 들려준 배칠수
ⓒ MBC 라디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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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칠수씨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들었습니다. 듣는 순간, 잊혀졌던 노무현의 모습이 떠올랐고, 동시에 지금 어딘가에서 국민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현재 노무현'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방송에서는 연일 '추모' 방송을 합니다. 그의 발자취와 행적 그리고 그의 소탈한 사진들을 보여줍니다. 국민들은 잠시나마 노무현의 옛 모습을 보면서 "그래 그랬지… 참 대단한 사람이야"라며 감탄을 합니다.

다시봐도 역시 대단한 인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검사들과의 맞짱, 조중동과의 승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탄핵 때의 아쉬움, 손녀딸과의 담소, 주민들과 막걸리 한 잔, 퇴임 후의 연설, 광주 경선장면, 부산시장 출마 연설 등.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왜 자료화면이 없겠습니까. 그는 대통령 시절 뿐 아니라 퇴임 이후에 오히려 더 많은 자료화면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분향소마다 그의 '추억의 사진'들을 전시하고, '추억의 동영상'을 상영합니다.

100시간의 과거보다 1분의 현재가 더 그리운 국민들

그러나 뭔가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습니다. 수많은 '과거'의 장면들을 보고 있지만, 뭔가 아쉬움이 있는 것입니다. 그건 바로 '지금 노무현'이 없다는 것 때문입니다. 바로 그리움입니다.

그런데 배칠수씨는 지난 26일 MBC 표준 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대충토론' 코너에 출연해서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성대모사를 통해서라도 듣고 싶다는 최양락의 부탁에 성대모사를 했습니다.

고인이 서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성대모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에 최양락은 "저희가 개그프로다 보니 희화화도 시키고 과장도 해야하지만 고인의 인간적 매력, 서민적 매력 덕분에 마음 놓고 코미디를 하지 않았나 하는 감사의 마음이 있다. 목소리라도 너무 듣고 싶다. 비록 성대모사지만 그 분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어하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청취자들의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어 배칠수가 노 전 대통령을 똑같이 흉내낸 목소리로 "열심히 잘들 지내시고요, 건강들 하세요.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청취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은 "눈물이 났다"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되살아 온 것 같다"는 반응들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마치 지금 노무현의 영혼이 국민들을 향해 자신의 심정을 들려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칠수 개인에게 먼저 감사 드립니다. 그는 유명인들의 성대모사를 잘합니다만 왠만한 성대모사에 귀가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이번 '노무현' 성대모사는 그야말로 "울고싶은 놈 뺨 때려주는" 시원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이런 곳에서 발휘해 준 덕분에 많은 국민들은 '살아있는' 노무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최양락을 비롯한 MBC라디오 팀에게도 감사합니다. 최근 일부 방송에서 추모객을 '관람객' 발언으로 고인을 욕되게 한 사실과 분향소에서 발생하는 충돌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반응보다는 경찰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한 논조를 드러내면서 물의를 빚고 있는 때에, 유독 MBC 만큼은 주요 사안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용기입니다.

아무튼 배칠수의 성대모사는 그냥 '웃고 넘기는' 정도의 수준을 넘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죽음 앞에 망연자실했던 수많은 국민들에게 '지금 노무현'의 목소리는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종종 '살아있는 노무현'이 들려주는 '영혼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배칠수, #배칠수 성대모사, #배칠수 노무현, #최양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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